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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05

도시 조경이 변하고 있다

삭막한 도심 속 오아시스인 조경의 중요성.

1 오래된 설탕 공장 부지를 공원으로 리모델링한 뉴욕의 도미노 파크.
2 고가도로 아래 공간을 시민의 문화 공간으로 조성한 토론토의 벤트웨이.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 평론가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은 저서 <공간 혁명>에서 우리를 둘러싼 건축 환경이 인간의 감정과 기억, 정서, 행복감의 형성에 깊이 관여한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도시 속 같은 디자인의 공간이라도 주변에 놓인 식물, 풀 등 자연의 유무에 따라 주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아이들의 인지 능력 발달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계획으로 조성된 도시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지속 가능한 개발은 인류의 큰 숙제 중 하나다. 2009년에 지은 뉴욕의 랜드마크이자 2019년 오픈한 전망대 베슬(Vessel)로 화제가 된 하이라인 공원은 그에 대한 좋은 예다. 1930년대 축산물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고가철도는 1950년대 이후 내연기관의 발달로 쇠락했고, 잡초가 무성한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뉴욕시는 폐허로 변한 고가철도를 공중 정원으로 탈바꿈시켰고, 많은 긍정적 효과를 창출했다. 이후 자연과 인공을 결합한 신조어 애그리텍처(agri-tecture: agriculture와 architecture의 합성어)가 등장해 전 세계 도시 건축의 큰 키워드가 되었다.




200여 년 전 케이프타운의 요새로 쓰였던 수변 공간이 배터리 파크로 변신했다.

최근 몇년 사이 세계 곳곳에서 급부상한 랜드마크를 살펴볼 때 조경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는 뉴욕 기반의 디자인 오피스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최신작 도미노 파크(Domino Park)는 조경과 인간이 어우러진 성공 사례로 꼽힌다.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설탕 공장 부지 재개발을 통해 2018년 오픈한 공공 공간이다. 100년 동안 설탕 시럽을 보관하던 11m 높이의 탱크, 크레인 트랙 등 사용하던 설비를 그대로 살리고 이스트강 수변을 따라 366m 길이의 산책로와 녹지를 조성했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부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너른 잔디밭 덕에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같은 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V&A 워터프런트에 조성한 배터리 파크(Battery Park)는 1800년대 네덜란드가 해상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지은 요새였다. 운하를 따라 케이프타운의 고유 식물과 나무가 즐비하며 카약, 수영 등 해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2018년 캐나다 토론토 벤트웨이(Bentway)는 가디너 고속도로(Gardiner Expressway) 아래 공터를 시민을 위한 공공장소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55개의 고가도로 콘크리트 기둥은 각각의 독립된 공간을 형성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것. 삭막했던 공간은 녹지 공간, 공연장, 예술 전시장 등으로 변모해 시민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한강변 보행 네트워크 조성을 위해 서울시 공모로 선정된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의 보행로 계획 ‘한강코드’에서도 한강의 생태 회복이 큰 이슈였다. 2021년까지 여의나루역부터 한강대로를 지나 동작역까지 한강수변길을 자전거 위주의 공간에서 보행자 중심의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3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하이라인 공원.
4 도미노 파크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400만 년 전 인류의 출현 이래 현대 도시가 등장한 것은 몇백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아직도 자연이 고픈 것. 식물이 가득한 카페에서 위안을 느끼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장 완벽한 조경이란 표면적 외관뿐 아니라 도시를 함께 살아가는 인간과 생태계, 인공 구조물이 어우러지고 순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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