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다이아몬드를 만났을 때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ASHION
  • 2020-01-16

샤넬이 다이아몬드를 만났을 때

샤넬 하이 주얼리의 모태부터 파격적인 행보까지.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한 밀랍 마네킹에 1932년 컬렉션의 주얼리를 매치한 모습이 유니크한 샤넬 최초의 주얼리 전시 <비쥬 드 디아망>.

샤넬의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전시 1932년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
사소한 것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예술적 감성과 용감하고 대담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남다른 도전정신,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스타일 등이 한데 어우러져 탄생한 패션 제국 샤넬. 하우스의 수장 가브리엘 샤넬은 트위드와 CC 로고, 2.55 백, 투톤 슈즈, 리틀 블랙 드레스 등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아카이브를 창조했고, 훗날 여성에게 영원한 로망을 심어주는 전령이 되었다. 그녀는 패션이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품격과 지위를 갖추게 해주는 수단이자 나를 표현하는 아이덴티티라고 여성들을 독려했다.




1932년에 촬영한 실제 전시 도록과 주얼리 디스플레이 이미지.

이렇게 자신만의 패션 세계를 공고히 구축해가던 가브리엘 샤넬은 우연한 기회에 보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1932년 파리, 그녀는 티 없이 맑은 다이아몬드의 영롱한 반짝임에 매료되었고, 진주와 유색 보석을 이용한 주얼리를 뒤로한 채 가장 값비싼 원석인 다이아몬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가 다이아몬드를 선택한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아주 작은 양으로도 엄청나게 큰 가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이 주얼리를 디자인하며 현재 샤넬 하이 주얼리의 토대를 마련한 가브리엘 샤넬.

하지만 다이아몬드에 대한 그녀의 기대만큼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929년 다이아몬드 상인들은 여전히 대공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보석공예가에게서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주얼리 컬렉션을 완성했다. 반대로 다이아몬드 상인들은 재기를 꿈꾸며 방돔 광장의 큰 보석상이 아닌 창의적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에게 획기적인 다이아몬드 전시회를 제안했고, 이는 훗날 샤넬 하이 주얼리 역사에 이정표를 남기게 된다.




샤넬의 아파트에서 개최한 주얼리 전시 전경.

깡봉가샤넬 매장이 아닌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에 위치한 그녀의 아파트에서 진행한 전시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에서는 보석 중에서 특히 다이아몬드를 위주로 세팅한 1932년도의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다. 이 자리는 샤넬 하이 주얼리의 첫 번째 하이 주얼리를 공개하는 동시에 가브리엘 샤넬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한 컬렉션이어서 더욱 의미 있게 기억된다. 또 하나 이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지금 봐도 독특하고 기발한 주얼리 디스플레이 방식. 그녀에게 전시용 투명 케이스와 검은 벨벳은 식상했다. 하이 주얼리와 그것을 착용한 이의 조화로움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한 밀랍 마네킹이 실제로 보석을 착용한 것처럼 장식했다.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다섯 가지 주제로 진행한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전시.

크리스탈글라스 장에 놓인 밀랍 마네킹 상반신은 고대 토르소 조각처럼 깎인 기둥 위에 자리 잡았고, 컬링한 긴 속눈썹이 아름다운 눈, 파마로 손상되지 않은 실제 모발, 그리고 백합과 장미 빛깔 피부를 그대로 연출했다. 당시에 가브리엘 샤넬은 총 다섯 가지 테마로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그녀가 아끼는 숫자 5, 별의 마술 & 태양의 광선, 리본의 유동성, 술 장식의 즐거운 분위기와 깃털의 가벼움. 여기에 오바진의 고아원에서 보낸 어린 시절 기억을 더했다. 방돔 광장에 뛰어든 첫 디자이너의 혁신을 보여준 이 전시는 당시 프랑스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잠든 하이 주얼리의 세계를 깨우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창조한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의 탄생 80주년 기념 1932 컬렉션의 정교한 제작 과정. 가브리엘 샤넬의 상상을 구현한 별, 혜성, 태양, 술 장식, 리본, 사자, 깃털 모티브의 주얼리를 선보인다.

가브리엘 샤넬의 삶과 심미안을 담은 주얼리
“별들! 머리에 반짝이는 다양한 규격의 별들로!” 가브리엘 샤넬은 파리의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생각했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별로 여자를 뒤덮고 싶었다. 독특한 패션 철학으로 무장한 가브리엘 샤넬은 하이 주얼리에서도 남다른 심미안을 드러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보석 세팅법을 활용했고, 선과 패턴을 디자인 요소로 접목해 1932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을 완성했다. 디자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브리엘 샤넬의 선견지명일 터.




1 263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총 5.5캐럿 다이아몬드, 84개의 아코야 양식 진주가 조화를 이룬 지름 9.3mm의 브와락테(Voie Lactee) 네크리스. 초커로도 착용할 수 있다.
2 1.5캐럿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28캐럿의 다이아몬드와 1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총 3.8캐럿의 블랙 다이아몬드 비즈를 세팅한 별 모티브 링.
3 팬시 컷과 브릴리언트 컷, 페어 컷 등의 다이아몬드에 90개의 천연 진주를 일렬로 세팅해 유성의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표현한 에투알 필랑테(Etoile Filante) 드롭 이어링.

그뿐 아니라 고귀한 다이아몬드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그녀의 자유로움과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다. 실례로 웨스트민스터 공작이 준 다이아몬드를 분해해 새로운 장식을 만드는가 하면, 유동성과 자유로움이란 철학 아래 주얼리의 고리를 없애고 목걸이를 길게 늘여 어깨너머 반짝이는 혜성을 표현했고, 네크라인에는 별을 흩뿌린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처럼 그녀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4 총 23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 96개의 라운드 블랙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루반(Ruban) 쿠튀르 이어링.
5 화이트 골드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스퀘어 컷 다이아몬드,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신비로운 블루 사파이어를 더해 유성을 형상화한 에투알 필랑테(Etoile Filante) 링.
6 1.5캐럿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총 12.7캐럿의 231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총 2.6캐럿의 팬시 컷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세팅한 유니크한 디자인의 폰테인(Fontaine) 브레이슬릿.
7 14.8캐럿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총 61캐럿의 823개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총 1.9캐럿의 34개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유려한 실루엣이 특징인 꼬메뜨(Comete) 네크리스.
8 마드모아젤 샤넬이 사랑한 까멜리아꽃을 형상화했다. 총 1.5캐럿의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와 238개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932 링.
9 마드모아젤 샤넬의 별자리인 사자자리에서 영감받은 리옹 링. 화이트 골드에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크리스탈을 세팅했다.

“진정한 패션 정신을 추구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제 작업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처음에 커스텀 주얼리를 떠올린 것도 지나친 허영심으로 사치를 부리는 시대에 이를 통해 오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생각은 경기 침체를 겪으며 그 모습을 감추게 되었어요. 이 시기에 사람들은 다시 본능적으로 진짜 하이 주얼리의 모습을 원하게 되었죠.” 이런 창조정신과 철학은 오늘날 샤넬 하이 주얼리의 기반을 닦는 지침이 되었고, 샤넬 하이 주얼리의 워크숍이 자리한 방돔 광장 18번가에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자료 제공 샤넬 홍보부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