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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0 LIFESTYLE

2020년, 이 사람을 주목하세요

  • 2019-12-31

2020년을 빛낼 일곱 분야의 라이징 스타.




스트라이프 소매 디테일의 레더 톱 Push Button, 안에 입은 그레이 톱 Maison Margiela, 레더 스커트 Romanchic, 이어링 S by S.IL.

PM 01:35
Director 이옥섭


시나리오에 집중하는 작업실의 오후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면 한자리에서 스토리를 여러 방향으로 상상하죠. 한 장면을 생각한 뒤 다음을 만들고, <메기>도 이런 과정을 거쳤어요.” 영화 <메기>는 누군가 몰래 찍은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 발칵 뒤집힌 병원을 배경으로 청춘의 현주소를 생생히 담고 있다. 곳곳에 불법 촬영, 청년 실업, 데이트 폭력 등 우리 사회 인권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엉뚱한 재기로 유쾌하게 녹아 있어 2019년 평단이 주목한 작품이다. “위트 있는 연출로 긴장을 풀고, 청년 세대와 여성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가볍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처럼 다소 무거운 면을 재치 있게 담아서일까. 그녀의 첫 장편 <메기>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을 5개나 거머쥐었다. 장편에 데뷔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옥섭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앞으로 캐릭터, 시나리오, 작업 방식 등 다양하게 시도하려 해요. 많이 해봐야 맞는 방식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더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죠.”




손에 든 레드 보디 볼펜 Mont blanc.

이옥섭 감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메기>에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지금은 이전과 다른 모양새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살짝 공개하면 예상 밖의 공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 연애 상담을 해주는 내용의 영화이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전례에 기대지 말자’인데, 기존 방식을 꼭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신 있게 제 방식대로 뭔가를 해나가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PM 06:00
Conductor 이규서


리허설과 공연 사이의 휴식
“무대에 입장하기 전까지 첫 곡을 속으로 불러봐요.” 스물여섯 살의 지휘자 이규서는 평일 8시 공연을 앞두고 오후 6시부터는 차분히 보낸다고 했다. 전투하듯 마친 리허설 후 허기진 속을 달래는 식사 외에는 공연 전 특별한 징크스나 버릇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애쓴다. 무대에 들어가면서부터 음악이 시작된다는 걸 잊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생 해야 할 일이니까. 스타 지휘자가 드문 우리나라에서 이규서는 대학 시절부터 돋보였다. 서울대 작곡과 지휘 전공 1학년 시절, 선배들과 함께 OES(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를 창단해 활동해왔다. ‘디토 페스티벌’을 비롯해 손열음의 <아마데우스> 등 많은 무대에 객원 지휘자로 부름을 받고 있지만, 그는 지금도 OES를 사실상 운영하는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창단할 때는 지휘할 기회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지만, 대학원을 마치고 따로 활동하면서 이어온 6년은 정말 다른 차원으로 힘들었어요.(웃음)” 그럼에도 OES는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 전곡 시리즈를 연주했고, 곧 실황 음반도 발매한다. 어느덧 전문 연주자로 성장해 해외에 머무는 단원들도 대부분 자비로 귀국해 정기 연주회에 참석할 만큼 열정적이라 가능했다. 지휘자로서 그의 가장 큰 재능은 실력만큼 각자 고집 센 연주자들과 부드럽게 소통하며 순수한 음악의 기쁨을 누린다는 것이다.




코트 Sandro Homme, 블랙 터틀넥과 화이트 코듀로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로퍼 S.T. Dupont. 손에 든 텀블러는 HAY 제품으로 Innometsa에서 만날 수 있다.

최연소 지휘자라는 수식은 이제 특유의 ‘유연하고 재기 넘치는 연주 스타일’과 ‘믿고 듣는 이규서’란 말로 바뀌었다. 부단한 노력은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평단이 ‘차세대 지휘자’로, 2018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음악 부문 주목할 예술가로 선정하며 격려해주기도 했다. 베토벤이나 브람스 같은 정통 독일 레퍼토리와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의 열린 리더십에 관심이 큰 그는 고심 끝에 올가을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그간 같은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해석의 여지가 큰 ‘프렌치’ 음악, 드뷔시의 작품을 함께할 때 이 지휘자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 기분 좋은 취향의 충돌 앞에서 그의 세계는 얼마나 다채로워질까.




원피스 Etch, 화이트 앵클부츠 본인 소장품.

AM 00:00
Fashion Designer 최지훈


영감을 예열하는 옷장 앞 12시
“남보다 영감을 예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로 늦은 밤에 일해요.(웃음)” 최지훈은 유명 내셔널 브랜드에서 10년간 활약한 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2017년 4월 브랜드 에취(Etch)를 런칭했다. 가수 선우정아의 뮤직비디오 <쌤쌤>의 몽환적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 브릭 레드 슈트도 그녀의 작품이다. 영어로 ‘마음에 아로새기다’ 혹은 ‘역력히 드러나다’ 라는 뜻을 지닌 에취를 런칭하기까지 자신만의 정체성이 담긴 옷을 만들고자 한 열망이 큰 힘이 되었다. 이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를 졸업하고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외 컬렉션 무대에 올랐고, 2019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바쁜 나날이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가야 할 방향을 되새길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 꽂히는 컬러 흐름을 바탕으로 구체적 디자인, 실루엣, 디테일 요소가 꼬리를 물듯 이어지고 확장돼요. 이렇게 매 시즌 저만의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거죠. 컬러 선택만큼은 자신 있어요. 앞으로 에취가 제안하는 컬러를 기대해주면 좋겠어요.” 2020년 S/S 컬렉션 런칭 전 에취의 옷과 어울리는 심플하지만 유니크한 가방 라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핑크색 니트 Cos, 체크 니트 베스트 Mulberry.

PM 09:00
Artistic Gymnastics 여서정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떠나는 일요일 저녁
“대회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여서정은 자카르타 팔렘방에서 열린 2018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적 스포츠 스타로 거듭났다. 한국 체조계에서 여성 선수의 국제 대회 금메달은 32년 만의 성과였고, ‘도마의 신’ 아버지 여홍철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720도 공중회전 기술도 여성 체조 선수 최초로 등재했다. 여서정을 실제로 만난다면 150cm 남짓한 아담한 체구와 앳된 인상에 조금은 놀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처럼 작은 손엔 고된 연습이 남긴 흔적(굳은살)이 박혀 있다. 탄탄한 다리 곳곳에 보이는 멍 자국은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단련하며 얻은 시간의 훈장이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요일 밤 9시면 선수촌으로 떠나 새로운 한 주를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늘어나는 만큼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뛰어난 체조 선수였으니 저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어요.” 어떤 질문에도 시종일관 담담하던 선수는 ‘아마추어’다. 스스로 바라는 2020년의 모습은 어떨까. “7월에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후회 없이 잘하는 게 목표예요. 나머진 나중에 생각하려고요.” 환하게 웃을 때 만큼은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박지훈을 좋아하고 놀이공원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열일곱 살 소녀다.




옐로 체크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이비 톱 본인 소장품. 유리 티포원 티팟 Fortnum & Mason, 크랜베리 빛깔의 볼은 Iittala.

PM 11:00
WRITER 박상영


고요한 휴식이 완성되는 하루의 끝
누군가는 이 젊은 소설가를 두고 흐름을 잘 탄다고 말한다. 실제로 박상영은 2016년 문학동네 작품 공모로 등단한 뒤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대도시의 사랑법>을 잇달아 발표하며 문학동네 ‘2018년 젊은 작가상’과 ‘2019년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 20~3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중요한 이유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면, 그의 소설은 주목할 만하다. 성 소수자나 여성을 소재로 다룰 때 그는 ‘가벼운 듯 뜨거운 온도를 닮은 관계’라 말하며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등장인물은 저마다 ‘웃기지만 슬픈 사랑’을 하고, 팍팍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노래방에서 마이크와 리모컨을 훔치는 식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를 볼 때,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 사람은 금세 작품 속 인물을 떠올린다.






캐멀 컬러 롱 코트 Cos.

“그간 청탁받은 원고를 모아 낸 첫 책과 달리 <대도시의 사랑법>은 처음부터 구상하고 썼어요. 제가 쓸 수 있는 최선이었기에 이 책이 저를 진정한 소설가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친구들과 나눈 대화나 경험담에 픽션을 버무려 자유롭게 써 내려간 작업은 짜릿하고 즐거웠다. 데뷔 이후 직장인으로서 바삐 살아온 그는 얼마 전 전업 작가로 전향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밤에는 차를 마시거나 냉동 블루베리를 먹으며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상반기에 에세이집이 나올 예정인데, 저 같은 독자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영미권에 출간하게 된 <대도시의 사랑법>도 무사히 나오면 좋겠고요. 잘 마무리되면 장편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리고 원룸도 탈출하고 싶습니다!(웃음)”




프릴 디테일 원피스 Dewe Dewe.

AM 11:20
Actor 이재인


늦잠이 허락되는 여느 학생의 주말
배우 이재인은 카메라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 “잠깐 포즈를 생각할 시간을 가져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내 확신에 찬 표정과 커다란 눈망울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능숙하게 촬영을 끝낸다. 그녀는 좋아하는 토요일 오전 시간을 그렇게 보여주었다.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느낄 때 상쾌한 느낌이 들거든요”라며 학교에 가지 않는 날 늦잠을 잔다고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열여섯 소녀. 학교에선 성격이 밝아 반 친구 모두와 친하다고 쑥스럽게 말한다.




블루 니트와 체크 스커트 Marni, 레이스업 슈즈 Church’s,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지만 영화 <사바하>에서 연기 경력 8년 차 이재인은 사뭇 달라 보였다. 알 수 없는 ‘그것’과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힘든 가정사를 안고 사는 ‘동희’처럼, 그간 사연 있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재인의 성격도 맡은 역할처럼 진지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의 이재인은 맑다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밝은 성격이다. <사바하>를 위해 스스로 삭발하고, 영화 <봉오동 전투> 춘희 역에 필요한 승마를 배우는 등 공백기 없이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캐릭터를 알아가는 일이 너무 즐거워요. 시간만 나면 제가 맡은 캐릭터를 연구하곤 해요. 궁금한 게 생기면 감독님에게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역할을 만들어가는 것도 흥미로워요. 연기라는 게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거잖아요. 앞으로 많은 캐릭터를 만나 다양한 인생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하루 한 편은 꼭 볼 만큼 영화를 사랑하기에 시간이 날 때면 시나리오도 직접 쓴다. “이번 겨울방학에 짧은 영화 한 편을 찍으려고요. 얼마 전 시나리오 작업을 끝냈어요. 한 아이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이야기인데 연출, 편집, 연기 모두 제 담당이죠. 연기 못지않게 편집도 좋아해요.” 올 3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재인은 고민이 많다. 한층 성장한 만큼 더 좋은 연기를 선보여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면면을 오롯이 전달하고 싶어서다. “자연스레 캐릭터에 녹아드는 발성 그리고 제 목소리만 들어도 ‘이재인이다’라고 알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체크 셋업 슈트 Wooyoungmi, 안에 입은 베이지 니트 S.T. Dupont, 블랙 레이스업 슈즈 Lost Garden.

AM 04:00
Musician 적재


악상이 가장 활발하게 떠오르는 자정부터 새벽 사이
“오후 4시쯤 작업실에 가서 편곡을 하거나 가사를 쓰는데,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가 가장 좋죠. 그때쯤 목소리도 좋아지고,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거든요.” 배우 박보검이 한 의류 광고에서 ‘별 보러 가자’고 부른 노래는 적재가 작사·작곡한 것이다. 이후 그를 전보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노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진 것만 다를 뿐. 적재는 2009년 기타리스트로 시작해 지금까지 11년째 싱어송라이터로 살아왔다. 힘과 깊이 있는 그의 연주는 재즈와 클래식, 발라드 등 어떤 장르를 만나도 막힘이 없어 지금도 가수 김동률과 아이유처럼 스스로 곡을 쓰는 이들이 가장 섭외하고 싶어 하는 최고 멤버다. “연주자로서 삶도 좋지만 늘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 아니면 안 될 거라는 느낌이 왔을 때 앨범을 냈죠.”




안에 입은 블루 니트 Calvin Klein Jeans. 화이트 로브와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4년 첫 앨범 <한마디>로 그는 무대 뒤편을 떠나 마이크 앞에 섰다. 천천히 꼭꼭 눌러쓴 가사와 멜로디는 담담한 그의 목소리와 잘 어울렸고, 당연히 음악인 사이에서 먼저 사랑받았다. 2019년 유럽을 돌며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 JTBC <비긴 어게인 3>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MBC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편에 출연해 즉석에서 다른 스타일로 무엇이든 연주하는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명실공히 스타가 됐지만, 인터뷰 다음 날 아이유의 해외 투어 세션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오는 봄에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어요. 가수로 더 유명해져도 계속 연주자로 활동할 거예요. 처음부터 마음먹었어요. 내 음악과 남의 음악 사이에서 좋은 긴장감을 주죠.” 가사는 꼭 한글로 쓰고, 프로로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진지함.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역시 자신이 만든 곡 ‘룰러바이’의 “오늘을 닫는다”는 대목이다. 꾸준한 음악인, 지금의 적재를 가장 잘 말해주니까.

 

에디터 김미한, 이효정, 장인지(프리랜서) 사진 김제원  디자인 류미나   
헤어 박창대   메이크업 서은영  의상 스타일링 전진오(JUNJINO)  장소 협조 넥서스 플래그십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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