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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3

도자기를 만드는 남자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두 오너가 털어놓은 파리의 명소와 새로 나온 책.

<마 비 아 파리> 출간 기념 사인회로 서울에 온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공동 오너, 이반 페리콜리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왼쪽부터).

17세기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파리의 감성이 어우러진 생활 예술품을 선보이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 알려진 것에 비해 정보가 거의 없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한국에서도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그릇이나 향초, 오브제를 모으는 애호가가 많아 오너가 곧 방한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지난 11월 브랜드의 공동 설립자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Benot Astier de Villatte)와 이반 페리콜리(Ivan Pericoli)가 서울을 찾았다. 예상치 못한 <마 비 아 파리>라는 책과 함께였다.
<마 비 아 파리>는 두 사람이 평소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나 병원, 오래된 보석 상점부터 저명한 의사, 수리 기사의 연락처까지 빠짐없이 소개한 책이다. 파리에서 오래 산 사람만 알 수 있는 은밀한 매력을 콜라주하듯 모은 점이 인상적이다. 먼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책을 간략히 소개했다.
(베누아) “우린 파리를 사랑해요. 2000년부터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에서 다이어리를 생산했는데, 맨 마지막 장에 우리만의 단골 가게 주소록을 만들었어요.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인지 정작 친구들도 잘 모르더군요. 그러다 어느 날 우리 카탈로그와 다이어리를 생산해온 활판 인쇄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했고, 파리에서 몇 안 남은 활판 인쇄소이기에 우리가 인수하기로 했죠. 그리고 뭘 만들까 고민하다 파리에 관한 가이드북을 만들자고 했어요. 우리 브랜드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재미없으니까요.(웃음)”
으레 회사 경영자가 브랜드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두 사람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홍보나 마케팅에는 일체 관심이 없다. 미리 짜놓은 연간 계획도, 다음 시즌 테마도 없다. 오직 그때그때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향한 근거 없는 소문만 무성하다. 루이 14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쓰던 그릇이라는 둥 이탈리아 브랜드라는 둥. 생토노레에 자리한 아담한 상점도 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만큼 아스티에 드 빌라트에 관심이 많고, 베누아와 이반은 이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이반) “생토노레의 상점은 우리에게 알리바바의 동굴과도 같아요. 우리가 받은 영감이나 표현하고 싶은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죠.”




책은 파리에서 오래 생활한 두 사람이 평소 즐겨 찾은 단골 가게나 파리를 여행할 때 알아두면 좋을 팁 등이 담겨 있다.

상점처럼 책도 두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채웠다. (이반) “우린 낯선 지역을 여행할 때 가이드북을 보는 대신 현지인에게 추천받는 편인데, <마 비 아 파리>가 바로 그런 책이에요. 파리에 사는 사람도 잘 모르는 다양한 정보를 담았죠. 가령 가이드북에서 필수 코스로 루브르 박물관을 소개한다면,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에 갈 때는 중앙 피라미드 입구 대신 동쪽으로 가야 옛 장식을 감상하고 입장도 빨리할 수 있어요!’라는 코멘트를 덧붙였어요.”
가장 아끼는 공간을 물으니 베누아가 말한다. “르 볼테어(Le Voltaire)라는 레스토랑. 파리에 오면 꼭 한번 가보세요.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할 순 없지만, 맛은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특히 크랩 샐러드, 가자미구이는 빼놓으면 서운한 요리죠. 운이 좋으면 그곳에서 만날 수도 있겠네요!”
책에 소개한 공간은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쉽고 빠르고 편안한 걸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지만, 대신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특유의 감성과 낭만이 있으니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설립한 1996년은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 붐이 일고 경기가 좋아 대량생산이 활기를 띠었어요. 하지만 우린 사회 분위기와 다른 방향으로 걸었죠. 우리가 파리 국립 고등 미술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기술이 아름다움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아름다움을 위해 기술을 이용하는 건 좋지만, 기술에 치중하면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10 꼬르소꼬모 청담 매장에서는 책과 함께 아름다운 꽃 그림이 그려진 신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모든 도자기는 100% 수작업을 거치며 장식적이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오묘한 빛깔은 프랑스의 전통 공예 방식에 따라 토끼 피부를 끓여 얻은 침전물을 유약에 섞어 활용한 것으로,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리고 공정도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시간과 정성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만의 특별한 미감이 수많은 이를 홀릭(holic)시켰으니까!
(베누아) “어느 날 친구가 집 앞 정원을 자갈밭으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정원에 나갈 때 신발을 신는 게 귀찮다고요. 하지만 전 조금 불편하더라도 정원이 더 좋아요. 아름다운 장미와 맛있는 딸기가 열리는 정원이 훨씬 가치 있으니까요.”
모두가 ‘쉽고 빠르게’를 외치는 시대에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 지내는 생활이 더 편하고 위안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이 지금 무엇에 꽂혀 있는지 궁금했다.
“그릇과 오브제는 즉흥적으로 탄생하는 예술품에 가깝지만 책은 다르니까, 두 번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베누하) “우리 어머니의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이 나올 예정이에요.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죠. 아버지가 삽화를 그릴 거고요. 두 분 모두 1932년에 태어나서 당시의 요리법이 아름다운 삽화로 담길 듯해요. 또 이반의 증조할아버지는 러시아 사람인데, 당시 러시아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 할아버지가 취미로 그들의 식문화와 레시피를 기록해두셨대요. 그 자료도 책에 담을 예정이에요. ‘곰을 요리하는 법’도 있는데, 궁금하지 않나요?”

 

에디터 이새미(프리랜서)
사진 선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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