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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1

제 의자를 말씀드리자면

취향을 나타내는 도구가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 중이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이 있다. 아슬아슬한 높이의 하이힐이나 재킷에 세련되게 꽂힌 행커치프, 얼굴을 반쯤 가린 버그아이 선글라스, 빨갛게 칠한 손톱 등. 가끔은 자신을 치장하는 아이템이 개인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상징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패션 아이템이 개성을 드러내는 훌륭한 도구였지만, 점차 바뀌는 모양새다. 이맘때면 신년을 기약하며 의식을 치르듯 특정 브랜드의 다이어리와 필기구를 구입하는 이들을 본다. 그들에게는 일상을 기록하는 다이어리가 주얼리나 시계 못지않게 소중할 뿐 아니라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인 것이다.
취향을 고집하는 아이템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 소품을 넘어 취미 활동을 아우르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된 지 오래다. 나만의 거실에 어울리는 의자를 찾기 위해 해외 가구 페어를 누비고, 구입한 제품을 몇 달씩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식탁 위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을 찾기 위해 조명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를 샅샅이 훑는 일은 즐거운 수고로움이다. 서재에 자리한 책상도, 침대 옆 탁상시계도, 욕실의 수전도 나를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라이프스타일이 화두로 떠오른 데에는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관심 범위가 의식주 순서로 넓어졌다는 사실 외에도 SNS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빼놓을 수 없다.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나를 보여줄 많은 수단이 필요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덩달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졌다. 수요는 공급을 부르는 법. 요즘 서울에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숍 오프닝이 빈번하다. 영국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숍인 더콘란샵이 문을 열었고, 이탈리아의 유명 가구와 조명 브랜드를 소개하는 넥서스와 아템포도 잇따라 출발을 알렸다. 세련되고 독창적인 제품을 두루 소개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만 나열하지 않는다는 것. 그 제품이 자리할 공간을 아울러 보여주려는 시도가 흥미롭다. 더콘란샵의 경우 96개의 의자가 걸린 ‘체어 바’가 인상적이다. 전 세계 더콘란샵 중 가장 규모가 큰 체어 바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조명을 소개하는 매우 어두운 방도 이색적이다. 여느 숍이 조명을 한데 모아놓고 대낮같이 불을 밝히는 반면, 이곳은 조명이야말로 어두운 데서 빛을 발한다는 오랜 진리를 일깨운다. 비싸고 희소성 있는 이탈리아 가구라는 것을 내세우기보다 공간에서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 영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우선시한다. 취향을 드러내는 또 다른 특징은 주방을 공들여 소개한다는 것. 삼성전자에서 선보인 데이코처럼 다양한 브랜드에서 내놓은 놀라운 기능과 디자인의 가전과 가구로 채운 주방은 인테리어에서 주역으로 떠올랐음을 확인시킨다.
패션 브랜드가 점점 가구 디자인에 몰두하고, 밀라노 가구 박람회나 디자인 마이애미 같은 페어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옷과 신발, 가방만으로는 그 사람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농원에서 수확한 과일로 만든 주스로 하루를 시작하며, 건축가가 디자인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수공예 조명의 따사로운 불빛 아래 잠이 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에 녹아든 나의 취향은 생활의 어느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

 

에디터 이윤정(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더콘란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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