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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0 LIFESTYLE

자동차는 지금 고성능 시대

  • 2019-12-23

레이싱카와 스포츠카의 유전자를 지닌 요즘의 고성능 자동차를 살펴본다.

다양한 모델로 선보인 메르세데스-AMG C63 라인업.

날렵한 스포츠카만 고성능이 아니다. 회장님 타는 세단도 고성능, 산을 오르는 SUV도 고성능이 한창이다. 힘만 올린 고성능이 아니다. 디자인도 고성능, 배기 사운드도 고성능, 엉덩이엔 고성능 전용 엠블럼도 붙인다. 얌전한 ‘친환경’을 외치는 이 시대에 자동차는 왜 과격한 ‘고성능’에 집착하는 걸까.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몇 년 사이 고성능 AMG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강화했다. 대배기량의 전통적 AMG를 상징하는 ‘AMG 63’ 외에 터보 엔진으로 효율까지 살린 준고성능인 ‘AMG 43’을 보강하면서 고성능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BMW도 고성능 브랜드 M을 확장하고 있다. M4, M5 등 전통적 고성능 스포츠카 외에 M340i, M50d 같은 준고성능 라인업을 구축했다.
고성능 자동차의 묘미는 우월한 성능이다. 빠르게 가속하고, 다른 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 다만 아무 곳에서나 빨리 달릴 순 없다. 속도제한이 있는 일반 도로가 대부분이어서, 자동차 회사들은 고성능 차의 성능 못지않게 ‘고성능 느낌’을 듬뿍 채워 만들고 있다. 귀를 자극하는 우렁찬 배기음이나 눈을 자극하는 과격한 디자인, 경주차를 조작하는 듯한 ‘손맛’ 등이 그것이다. 고성능 차에는 대부분 일반 세단의 운전대보다 두툼한 운전대를 붙인다. 테두리가 두툼하면 운전대가 좀 작아 보이고, 손으로 잡는 맛이 더욱 좋기 때문이다.




다이내믹한 고성능 차, BMW M8 쿠페.

고성능 자동차는 꼭 빨리 달려야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시속 100km로 달려도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과 코너링, 제동력 등을 느낄 수 있다. 일반 자동차는 시속 120km 정도까지 염두에 두고 만드는 반면, 고성능 자동차는 시속 200km 이상에서 안정감이나 소음, 제동력까지 고려해 완성한다. 시속 100km로 달려도 고성능 자동차만의 깔끔한 주행감이 돋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고성능 자동차는 남다른 관리가 필요하긴 하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일반 자동차에 비해)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터보나 슈퍼차저 등의 과급 장치가 달리는데, 이런 차는 예열(시동을 걸어 엔진의 온도를 약간 높인 후 출발하는 것)이나 후열(시동 끄기 전에 약간 공회전을 하는 것) 등을 통해 급작스러운 조작을 피해야 한다. 최고의 성능을 위해 타이어도 계절에 맞춰 여름용과 겨울용을 끼우는 게 좋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고성능 자동차는 더욱 멋진 비율을 위해 대부분 바닥을 낮게 설계한다. 매우 낮은 슈퍼카 등에는 과속방지턱을 넘기 전에 버튼을 눌러 앞부분을 약간 높이는 리프트 장치도 달려 있다.
멋진 디자인에 매력적인 배기음까지 갖춘 고성능 자동차는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이런 차의 속사정은 그리 한가하지 않다. 자동차 회사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자극적인 고성능 차에 힘을 쏟고 있다. 향후 사라질지도 모를 내연기관의 희망을 고성능 자동차에 태워 보내고 있는 셈이다.




걸윙 도어가 멋진 맥라렌 GT.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는 이미 ‘포화 상태’다.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자동차 보유량이 줄어드는 지역도 꽤 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인구가 줄어들기도 하며, 차를 소유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 ‘공유’로 돌아서는 이도 많다고 한다. 미래학자들의 예언도 힘을 보탠다. 수년 내에 전기차가 주류가 될 것이고,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사람들이 자동차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사실상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안팎으로 갑갑한 상황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시계와 카메라의 생존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시계와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폰이 퍼지면서, 다수의 지식인이 시계 산업과 카메라 산업의 종말을 예고했다. 실제로 큰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시계와 카메라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고가의 시계와 고기능 카메라는 더욱 시장을 넓혀가며 승승장구 중이다. 롤렉스는 예약금을 걸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시계가 됐고, 라이카 카메라 역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렇고 그런 시계나 카메라 회사는 문을 닫았지만, 소유 자체가 기쁨인 고가의 고기능 제품들은 오히려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희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적인 차는 ‘공유’의 시대에 휘말려 소비가 막히겠지만, 멋진 배기음과 숨 막히는 디자인을 내세운 고성능 자동차는 가늘고 길게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이 고성능 브랜드를 앞세워 진화하는 것과 함께 페라리나 맥라렌, 애스턴마틴 등 슈퍼카 회사도 준슈퍼카로 문턱을 낮춰 더욱 많은 고객을 만나려 한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현대자동차도 고성능 브랜드 ‘N’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세워 다음 스텝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장진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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