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셀 도쿠멘타의 새로운 물결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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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6

카셀 도쿠멘타의 새로운 물결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는 세계적인 미술 축제다. 인도네시아 예술 공동체 루앙루파가 2022년 카셀 도쿠멘타 총감독으로 임명되면서 더욱 화제의 중심에 섰는데, 최초의 아시아 총감독이자 단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ruangrupa: SONSBEEK’16: transACTION, Arnhem: Isvanto Hortano: Feldkuche (Mellow) * 2 (2016)

루앙루파(ruangrupa)를 아는지? 루앙루파는 2000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설립된 비영리 아트 단체다. 프로젝트에 따라 멤버 숫자가 유동적이며, 직위 없이 수평적으로 각자 역할을 수행한다. 작가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전시, 연구, 교육, 페스티벌, 출판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한다. 40명이 넘는 멤버가 있으나 2022년 카셀 도쿠멘타에는 큐레이터, 미술가, 기자, 건축가, 정치학자 등 9명이 총감독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루앙루파는 광주비엔날레, 아트선재센터 등 우리나라 전시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세계 최고 미술 축제 중 하나인 카셀 도쿠멘타 총감독으로 루앙루파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1955년 시작된 카셀 도쿠멘타는 서구에서 활동하는 유명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아왔고,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출품도 눈에 띄게 적었다. 2002년 아프리카 출신 기획자 오쿠이 엔위저(Okuwi Enwezor) 총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그러다 보니 최초의 아시아인 총감독 선임으로 그간 서구에서 소외됐던 아시아 작가 출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루앙루파는 단순히 아시아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도쿠멘타 개최 기간 100일이 지나도 전 세계 미술계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인류가 처한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의 이력을 벗어나는 방식까지 고려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1 2022년 카셀 도쿠멘타가 열릴 메인 전시장 프리데리치아눔 전경.
2 카셀 도쿠멘타 총감독으로 임명된 인도네시아 예술 공동체 루앙루파(2019).
(왼쪽부터) Reza Afisina, Indra Ameng, Farid Rakun, Daniella Fitria Praptono, Iswanto Hartono, Ajeng Nurul Aini, Ade Darmawan, Julia Sarisetiati, Mirwan Andan.

총감독을 임명하기 위해 구성된 인터내셔널 파인딩 커미티(International Finding Committee)의 전문가 8명 중 인도 아티스트 아마르 칸와르(Amar Kanwar) 단 한 명만이 아시안이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공정한 선택으로 루앙루파가 선정되었다는 반증이니. 인터내셔널 파인딩 커미티는 루앙루파의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국제적 네트워크가 선정 요인이라고 밝혔다.
루앙루파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룸붕(Lumbung)’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쌀 헛간’이라는 의미로, 공동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공유하는 축적 시스템을 뜻한다. 루앙루파의 모든 활동은 이에 근거한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컬렉티브인 세룸(Serrum), 그라피스 후루 하라(Grafis Huru Hara)와 함께 ‘굿스쿨(Gudskul)’을 오픈해 주력하고 있다. 굿스쿨은 교육기관이다. 굿스쿨의 포커스는 컬렉티브 러닝이다. 미술가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예술 문화를 함께 경험하면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다. 루앙루파는 몇 가지 교육적 프로젝트를 완료한 후에야 컬렉티브 그 자체가 구성원의 생산 방식을 구축하는 교육 플랫폼이라는 것을 깨달았노라고 고백했다.
과거 룸붕은 농작물을 나누었지만 현대는 돈, 시간, 공간, 장비, 아이디어, 지식을 나눈다. 카셀에서 펼쳐지는 21세기 룸붕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지 않는가? 카셀 도쿠멘타는 1955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출범했기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를 가지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루앙루파의 처치가 기다려진다. 부산 바다미술제에서 만난 아데 다르마완(Ade Darmawan)은 이번 도쿠멘타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처럼 재미있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5회 도쿠멘타는 독일 카셀에서 2022년 6월 18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린다.











ruangrupa, 31st Sao Paulo Bienal(2014): RURU, Mixed Media, Dimensions Varied, 2000~Ongoing.

Mini Interview with Farid Rakun
파리드 라쿤은 지난 9월부터 카셀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루앙루파 멤버 중 유일하게 실제로 카셀 도쿠멘타를 관람한 경험이 있다. 요즘 카셀에서 어떤 고민에 빠져 있는지 물었다.

카셀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카셀이라는 도시는 도쿠멘타 영감의 원천입니다. 매일매일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친구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12월까지 머물다 2020년에 다시 올 예정이며, 두 멤버는 내년에 아예 이곳으로 이사옵니다. 직접 관람한 2012 카셀 도쿠멘타에서 큰 영향을 받았는데, 이제 총감독이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2017 카셀 도쿠멘타에 라디오 프로젝트로 참여했는데 그것이 2022년 전시회 총감독 임명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루앙루파가 2017년 도쿠멘타에 ‘루루 라디오’ 프로젝트로 참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라디오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우리는 카셀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 프로젝트를 계기로 각기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고 공유하는 우리의 특성이 유럽에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아티스트 네크로폴리스 (Kunstler-Nekropole)’는 카셀의 할레스하우젠 지역의 공원 묘지다. 카셀 도쿠멘타에 참석했던 아티스트들 중 원하는 사람들은 생전에 무덤을 만들고, 사후 이 곳에서 영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왜 카셀 도쿠멘타를 주목해야 할까요? 카셀 도쿠멘타는 독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아티스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현대미술 축제입니다. 인종차별 없이 인류가 처한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요. 카셀이 우리를 선정했다는 것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겠지요. 우리는 이번에는 감독만 합니다. 전시까지 할 시간이 없습니다.(웃음)

루앙루파를 상징하는 ‘룸붕’과 ‘컬렉티브’ 개념이 2022 카셀 도쿠멘타의 시작점인가요? 아티스트 컬렉티브가 주목받는 현대미술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간 우리가 유럽에서 진행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집단 협업의 컬렉티브 경향이 강했습니다. 반면 카셀 도쿠멘타에서는 룸붕 개념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 아티스트 컬렉티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더 이상 경쟁적 개인주의 방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새로운 대안이 컬렉티브인 것이지요. 유일한 해답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임은 분명합니다. 2022 카셀 도쿠멘타 기획 자체가 기밀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어 아쉽습니다. 구체적인 것이 결정되면 다시 이야기 나눕시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이소영(프리랜서)   사진 제공 카셀 도쿠멘타, 루앙루파, 프리데리치아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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