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예술적인 휴식, Paradise Hotel Busan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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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2

이토록 예술적인 휴식, Paradise Hotel Busan

‘Design Life as Art’. 부산을 대표하는 파라다이스 호텔은 이 슬로건처럼 예술 같은 휴식을 선사한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높은 안목으로 선택한, 도시의 풍광을 담은 세계적 거장의 작품은 고객의 휴식뿐 아니라 지적 만족까지 책임진다.

야외 가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조엘 샤피로의 조각 작품




아르데코 스타일로 꾸민 신관 로비와 잘 어울리는 애니시 커푸어의 ‘Untitled'




앨릭스 카츠의 ‘항구’는 호텔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잘 드러낸다.

파라다이스 그룹의 지극한 예술 사랑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여름철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휴양지 중 하나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이 개관한 1981년부터 지금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특급 호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모그룹인 파라다이스 그룹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메세나라는 개념이 국내에 정립되기 전인 1989년부터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을 통해 미술과 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술 후원에 열성을 다했다. 또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2003년부터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파라다이스상’을 제정, 건축가 승효상과 국립발레단 최태지 예술감독, 사진작가 주명덕 등을 선정해 시상해왔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다음 세대의 미술가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7년부터 매년 청년 작가 2인을 선정해 뉴욕 근교에서 진행하는 ‘아트 오마이(Art Omi)’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비를 제공한다. 아트 오마이는 미국의 저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아트 컬렉터 프랜시스 그린버거(Francis Greenburger)가 설립한 ‘오마이 인터내셔널 아츠 센터(Omi International Arts Center)’에서 개관한 레지던시로, 매년 7월 약 3주간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 미술가 30명이 함께 작업하고 완성한 작품을 전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들의 안목을 높이고 세계 미술 시장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예술 사랑이 지대한 회사의 주도로 앤디 워홀, 빅터 슈레거, 김환기와 이우환 등 걸출한 작가의 작품이 오픈 당시부터 호텔 곳곳을 장식해 이전에 볼 수 없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호텔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닉스그릴’에서 만날 수 있는 김종학 작가의 작품




본관 1층 뷔페 레스토랑 에스카피에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피터 핼리의 작품 2점




스페셜 라운지의 한 벽면을 장식한 앤디 워홀의 ‘Flowers’

현대미술 전시관이 된 로비
이곳의 컬렉션은 근·현대미술의 주요 작품과 함께 대중적 판화 작품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재료, 국적 면에서 다양하다. 애니시 커푸어, 앨릭스 카츠, 데이미언 허스트, 조엘 샤피로, 로이 릭턴스타인,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등 외국 작가와 이우환, 이강소, 김종학, 박석원, 안창홍, 이호진, 김성수를 포함한 국내 대표 작가의 작품이 호텔을 가득 채워 휴양뿐 아니라 풍부한 미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본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작품을 둘러보고 싶다면 본관 로비에서 시작하면 된다. 호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프런트에선 미국 출신 작가 빅터 슈레거(Victor Shrager)의 사진 작품이 고객을 맞는다. 20여 년간 다양한 범주의 정물 사진을 찍은 그는 회화적 색감과 질감을 통해 사진을 새롭게 정의해왔다. 밝은 조명 아래 걸린 이 작품이 실은 책을 찍은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의 형태와 활자를 흐릿하게 처리해 하나의 도형처럼 보이게 한 이 작품은 일반 사진 인화지가 아닌 수채화지에 피그먼트 기법으로 프린트한 것이다.
프런트에서 델리 숍 쁘띠 빠라디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신관에는 현대 조각의 총아, 애니시 커푸어(Anish Kapoor)의 ‘Untitled’를 배치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원형 패턴, 기하학적 도형의 동판 조각, 그리고 체코 장인이 6개월에 걸쳐 만든 작은 원형 수백 개가 모인 샹들리에 등을 이용해 아르데코 양식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로비 전체에 원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는데, 스테인리스스틸을 주재료로 오목한 형태를 만든 애니시 커푸어의 조각 역시 아르데코 스타일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거울처럼 주변 풍경을 반사하며 인간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한다. 그 옆의 리셉션 공간에는 앨릭스 카츠(Alex Katz)의 ‘항구’가 걸려 있는데, 보기만 해도 시원해 호텔이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가늠케 한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거의 모든 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레스토랑 역시 예외는 아닌데, 바다를 보며 미식과 함께 미술 작품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본관 1층 뷔페 레스토랑 에스카피에로 가는 길목에는 프런트에서 본 피터 핼리의 또 다른 작품 2점이 걸려 있다. 1990년대에 제작한 작품으로 기하학적 형태를 화려한 색채로 배열했다. 한눈에 담기 힘들 만큼 호텔 로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신관 로비에서 바다 쪽으로 마련한 라운지 파라다이스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의 장점을 십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실크스크린으로 옮긴 앤디 워홀의 ‘Flowers’, 김환기의 ‘Untitled’ 연작이 자리 잡았다. 이곳은 소파에 편안히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숨은 스폿으로, 마치 한 아트 컬렉터의 응접실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또 지난해에 리뉴얼한 컨템퍼러리 다이닝 공간 닉스그릴에는 김종학 작가가 그린 ‘붉은 꽃’이 걸려 있다. 작은 크기의 그림 단 두 점뿐인데도 묘한 오라를 뿜어낸다.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 내기에 이 그림 아래 테이블만큼 좋은 곳도 없다.




입체적 개념의 조각을 평면화한 사샤 소스노의 ‘Venus & Colon’은 야외 가든에서 만날 수 있다.

조각을 재미있게 보는 법
‘조각공원’이라고 따로 이름 붙이진 않았지만, 호텔을 둘러싼 정원 곳곳에도 여러 조각 작품이 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호텔의 방대한 컬렉션을 여기서 만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조엘 샤피로(Joel Shapiro)의 높이 5m에 달하는 조각 작품 ‘Untitled’다. 조엘 샤피로는 마티스와 피카소, 자코메티 등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 인체의 비율과 메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특히 호텔에 있는 작품은 걷는 것 같기도, 뛰는 것 같기도 한 사람을 연상시키는데 그가 주로 사용한 브론즈가 아니라 알루미늄을 붉게 채색한 것으로 그의 시리즈 중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여기에 이브 클랭과 함께 프랑스 조각을 대표하는 사샤 소스노(Sacha Sosno)의 작품이 본관 야외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한다. 그중 ‘Venus & Colon’은 비너스의 형상을 얇은 대리석에 구멍을 뚫듯 조각해 입체적 개념의 조각을 평면화한 작품이다.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해운대에서 경건하게 작품만 감상한다면 아쉬울 것이다. 여름에는 야외 정원에서 맥주 파티도 열리니,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시원한 맥주잔을 들고 잔디를 밟으며 조각 작품을 감상해보자.




책을 흐릿하게 찍어 하나의 도형처럼 보이게 한 빅터 슈레거의 사진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은 에메랄드 스위트의 기하학 패턴 벽면에서 모던한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




본관 6층 엘리베이터 홀에 걸린 남춘모 작가의 ‘Stroke Line’

찰나의 감상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는 그 찰나에도 미술 작품 감상은 계속된다. 본관과 신관의 각 층 엘리베이터 홀에 각기 다른 작가의 작품을 배치해 ‘3초 미술관’을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작품이 나타날지 모르니 이동하는 순간에도 두 눈 크게 뜨고 기대감을 안은 채 작품을 기다려볼 것. 본관 지하 1층 펍 찰리스 쪽 엘리베이터에서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카라바조와 루벤스의 화풍에 자극을 받아 1979년 완성한 작품으로, 캔버스에 유화물감과 우레탄, 에나멜, 아크릴물감, 인쇄용 잉크에 이르는 광범위한 재료로 마치 낙서같이 그린 것이다. 규칙적이지 않지만 현란한 곡선미와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본관 16층 엘리베이터 홀에서는 로이 릭턴스타인의 ‘Water Lilies with Willows’를 마주하게 된다. 모네의 ‘수련’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수련과 물의 형태를 단순화하고 밝은 색채와 뚜렷한 윤곽선으로 표현했다.
한편, 바다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에 다른 룸보다 각별한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 스페셜 스위트룸에는 각 장소의 특성에 맞는 작품을 배치했다.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적재적소에 자리 잡은 미술 작품이 생활공간에 활력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블랙 & 화이트, 브라운 컬러를 베이스로 마치 내 집 응접실인 듯 편안한 공간으로 꾸민 다이아몬드 스위트에는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를 걸었다. 198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한지 ‘묘법’ 시리즈 작품으로, 현재의 ‘묘법’ 시리즈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다이아몬드 스위트의 문을 열면 저그와 그릇의 형체를 불분명하게 찍은 푸른빛의 사진 2점이 보인다. 사진에 물체의 조형성을 표현하는 시턴 스미스(Seton Smith)의 작품이다. 장시간 조리개를 열어 찍은 이 작품은 실은 유럽의 한 박물관의 고대 유물이지만, 흐릿하게 찍은 덕분에 본래의 모습을 잃고 하나의 표상으로 존재한다. 작품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하게 작은 체어도 두었으니, 잠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미술 작품 감상에 빠져보길 권한다.
본관 에메랄드 스위트는 기하학적 사각형 패턴의 기둥 설치물로 호텔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모던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약간 아방가르드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을 비롯해 에메랄드 그린과 레드가 조화를 이룬 색채가 인상적인 클라우스 게오디케(Claus Geodicke)의 작품 ‘E8’이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에디터 신숙미(프리랜서)
사진 공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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