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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3

일곱 번째 대륙을 찾아서

지난 9월 열린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감독으로 선정된 니콜라 부리오였다. 그는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인류세’라는 카드를 꺼내 이스탄불 동시대 미술 현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Monster Chetwynd, The Gorgon’s Playground, 2019

이스탄불 비엔날레는 1987년부터 격년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유럽과 아시아 시각 예술의 집합체 역할을 하며 현대미술에 일조해왔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중앙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 양 대륙에 걸쳐 있는 지리적 특성은 유라시아 문화권이 만나는 요충지이자 비엔날레라는 현대미술의 거대 담론과 문화교류의 장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록 이스탄불이 지금 터키 수도는 아니지만 비엔날레를 열여섯 번까지 이어오고 있는 행보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동로마제국, 오스만제국을 거쳐 한때 콘스탄티노폴리스(Constantinopolis)라 불릴 정도로 육지와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화려한 시절을 누리던 과거를 상기시킨다. 과거에 각 구역마다 술탄과 귀족들이 모스크와 공공시설을 건립하는 데 참여하고, 현재는 수십 명의 억만장자가 이스탄불에 거주하며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걸 볼 때 이스탄불이 현대미술의 담론의 장이 될 수 있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Simon Fujiwara, It’s a Small World, 2019

지난 9월에 열린 제16회 이스탄불 비엔날레(Istanbul Biennial)에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를 감독으로 임명한 것도 현시점에서 이스탄불 비엔날레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부리오는 파리 팔레 드 도쿄와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디렉터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2009년 테이트 트리엔날레에서 <얼터모던(Altermodern)>을 기획했으며, 2011 아테네 비엔날레와 2014 타이베이 비엔날레에서 디렉터로 활약했다. 또 <관계의 미학(Esthetique Relationnelle)>(1998)과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2002), <래디컨트(The Radicant)>(2009) 등을 출간한,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 현장과 담론을 이끌고 있는 프랑스 평론가이자 기획자다.
이스탄불 문화예술재단(IKSV)과 터키의 주요 복합 산업체인 코츠 홀딩(Koc Holding)이 주최 및 후원하는 제16회 이스탄불 비엔날레는 ‘일곱 번째 대륙(The Seventh Continent)’이라는 제목으로 이스탄불 베욜루(Beyoğlu)에 위치한 페라 미술관(Pera Museum)과 미마르 신난 미술대학의 신축 건물인 이스탄불 회화와 조각 미술관(Mimar Sinan Fine Arts University’s Istanbul Painting and Sculpture Museum), 이스탄불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휴양지인 뷔위카다(Buyukada)섬 이렇게 세 곳에서 56명의 작가와 아트 컬렉티브의 작업을 선보였다.






1 16th Istanbul Biennial, ‘The Seventh Continent’
2 Tala Madani, Corner Projection (Crowd Running), 2019

여러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주제 ‘일곱 번째 대륙’은 부리오가 근래에 언급한 ‘인류세(Anthropocene,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 시대)’와 맞닿아 있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인류세 시대에 가장 뚜렷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은 태평양 한가운데 떠다니고 있는 면적 340만km2의 쓰레기다. 과학자들은 해양 중심에 떠 있는, 터키 땅보다 무려 5배나 넓은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일곱 번째 대륙이라 부른다.
이번 비엔날레는 일곱 번째 대륙을 전시의 시작점으로 두고 미술이 생태학적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인류세는 하나의 지리학적 가설이지만, 이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시대다. 이 시대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점점 줄고 다른 종이 사라진 인구의 중심지와 농촌 사이에 자연과 문화의 차이가 존재해 주변부의 인공적인 거대 도시들이 하나가 된다. 부리오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미술을 정의하고, 이 시대를 인간의 영향과 추적을 통해 하나의 인류학으로 바라보고, 참여 작가들이 인류학자가 되어 우리의 새로운 주변부인 일곱 번째 대륙을 대면하자”고 이야기했다.






The exhibition < Bill Viola: Impermanence > installation view at the Borusan Contemporary, 2019

비엔날레의 하이라이트는 한 세기에 걸쳐 여러 장소로 쓰인 뷔위카다섬의 폐허 맨션에 설치된 장소 특정적인 커미션 작업이다. 7명의 터키 작가 중 헬라 텡게르(Hela Tenger)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과 영국 작가 몬스터 체트윈(Monster Chetwynd)의 연극적인 종이 조각들, 글렌 리곤(Glenn Ligon)의 라이트 조각은 비엔날레에서 빠질 수 없는 ‘폐허’라는 압도적 장소에 놓여 역사와 서사, 자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외에도 본래 이스탄불 조선소에서 다수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석면 문제로 이스탄불 회화와 조각 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긴 작가들의 작품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니어처 테마파크를 선보인 사이먼 후지와라(Simon Fujiwara), 조상·인종·여행을 개별 역사와 연결 지은 래드클리프 베일리(Radcliffe Bailey), 지구의 여러 대지에서 채집한 재료로 만든 공상 과학 병사 조각을 선보인 요하네스 뷔트너(Johannes Buttner) 등이 주인공. 에바 코타트코바(Eva Kot’atkova), 탈라 마다니(Tala Madani), 막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 듀오 아티스트 파쿠이 하드웨어(Pakui Hardware), 양혜규(Haegue Yang) 등의 작품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Mariechen Danz, Body Bricks, 2019

비엔날레 오픈 시기에 맞춰 국내 작가 14명이 참여한 이스탄불 아트 페어(Contemporary Istanbul, CI)가 나흘간 열렸고, 보루산 컨템퍼러리에서는 이스탄불에 본사가 있는 터키 산업 그룹 보루산 홀딩의 컬렉션과 빌 비올라의 개인전이 오픈했다. 이스탄불에는 유독 비영리 아카이브 공간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독립 공간 DEPO에서 전시 중인 <현재가 역사일 때(When the Present is History)>와 베욜루에 위치한 솔트 갈라타(SALT Galata) 내부에 있는 공공 도서관은 현대미술 아카이브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들러봐도 좋을 것이다. 이스탄불은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부터 소규모 비영리 기관, 개인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미술품을 소장해 현대미술을 지원하는 미술관과 미술 시장까지 미술 현장의 다양한 생태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제16회 이스탄불 비엔날레 ‘일곱 번째 대륙’은 11월 10일까지 열렸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추성아(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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