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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9 LIFESTYLE

굿바이, 해운대그랜드호텔

  • 2019-11-26

23년간 해운대의 당연한 풍경처럼 존재하던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올해 문을 닫게 되었다.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온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빼어난 바다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운대그랜드호텔.

1996년 5월 30일에 개관한 해운대그랜드호텔이 2019년 12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오랜 친구와의 이별이 아쉬운 탓일까. 객실과 연회장, 로비 등 여느 해와 다름없이 한 해의 끝을 준비하는 모습 너머로 지난 영광이 스쳐 지난다.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공식 호텔로 지정된 것을 비롯해 2008년부터 올해까지 12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본부 호텔로 지정되어 국내외 주요 인사가 머문 자리에는 그야말로 ‘번쩍이는 황홀한 순간’을 포착하려는 무수한 스포트라이트로 가득하곤 했다. 부산국제광고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무용제, 부산국제음악제, G-Star 등 지역의 이름을 건 굵직한 국제 행사 또한 능숙하고 매끄러운 호텔의 서비스 덕분에 무난하게 치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ITU 국제전기통신연합 부산전권회의,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ISSA(세계선용품협회), IDF(국제당뇨연맹세계총회) 등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을 대표하는 마이스(MICE) 호텔로 자리매김했고, 2015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대한민국 마이스 대상’에서 코리아 컨벤션 호텔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국제 행사를 치른 연회장.

또, 2016~2018년 트립어드바이저가 주관하는 호텔 부문 으뜸시설상(Certificate of Excellence)에 이어 전국 13위 호텔로 선정되는 등 호텔이 노력한 만큼 수상의 영예가 쌓였다. 호텔 라운지와 레스토랑 또한 미식가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매 시즌 수준 높은 샴페인과 와인을 선보이는 로비 라운지 ‘라운드’, 크고 작은 모임 장소로 사랑받은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테이블’, 국내 호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코리안캐주얼 다이닝 ‘비스트로 한(韓)’ 등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마음을 열고 오감을 채웠다. 때론 따듯한 마음과 아름다운 손길이 더해졌다. 2008년부터 부산·경남 지역의 불우 이웃을 돕는 부산국제여성회(BIWA)의 크리스마스 자선 바자회 장소를 협찬했고, 2012년부터 인연을 맺은 해운대 아동 보육 시설에 후원금과 직원 성금을 전달하고 봉사 활동을 펼쳤다. 굿네이버스와 모모스커피, 포켓몬스터 등과 협업해 판매 수익금과 물품 등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올 12월에도 자선 바자회를 열고 불우 이웃을 지원하는 등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사회 공헌 활동은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듯하다. 무엇보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지난 시간을 기억하기에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호텔 어디에 있든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해운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송림공원과 동백섬의 녹음, 백사장의 황금빛 모래가 한눈에 잡힌다. 320개의 객실에 머문 투숙객이 남기고 간 이야기, <친구>, <해운대>, <도둑들>, <인랑> 등 호텔이 등장한 한국 영화의 다채로운 신, 결혼식과 상견례·돌잔치·고희연 등 인생의 전환점을 새긴 시간. 많은 이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지난 23년을 채웠다. 아쉽게도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말을 실감할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니 슬프지만 안녕, 해운대그랜드호텔.

 

에디터 손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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