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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9 LIFESTYLE

미디어 아트로 만든 풍경, 금민정 작가의

  • 2019-10-09

노블레스 컬렉션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오는 10월 31일부터 열리는 전에서는 우리, 기억 그리고 공간을 탐구하는 금민정 작가를 소개합니다.

금민정
조각을 전공한 금민정은 미디어, 캔버스 프레임, 화이트 큐브를 조각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조합한 비디오 스컬프처를 통해 독특한 풍경을 그려낸다.



조소를 전공했지만 미디어 작업을 주로 하는데,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원에 다닐 때 우연히 컴퓨터그래픽을 접했어요. 오브제에 생명을 불어넣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과제로 제출했는데, 교수님께 좋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 애니메이션이 미디어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죠. 미디어 작업 과정 자체도 재미있었습니다. 첫 개인전도 완전히 영상 작업으로 꾸렸어요.

작가님의 미디어는 스크린에 송출되는 평면이 아닌 입체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트 신에서 ‘비디오 스컬프처(Video Sculpture)’라는 명칭을 얻었습니다. 조소과 출신이라 그런지 제 눈에는 미디어가 시간에 반응하는 빛의 흐름으로 보였습니다. 영상과 조각이 다른 장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빛의 움직임인 영상물을 하나의 조각 재료라 여기고, 나무와 흙 같은 전통적 요소에 접목한 비디오 스컬프처는 조소를 전공한 제가 미디어에 흥미를 느꼈기에 자연스레 나온 결과물이죠.

‘미디어 아트 더하기 조각’이 아닌, 조각이란 큰 틀 안에 미디어 아트를 ‘포함’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렇죠. 미디어를 조각으로 바라보듯, 공간도 작품을 설치하는 장소가 아닌 하나의 커다란 삼차원 조각으로 여겨요. 영화관과 비교해 설명할 수 있겠네요. 영화관은 공간과 영상을 분리해 스크린에 영상을 송출한다면, 제 작업은 공간과 영상을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묶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조각에 조각을 더하는 거죠. 조각적 미디어 아트라고 하면 될까요.(웃음)

다양한 기법을 위해 재료에 관심을 갖듯이, 미디어를 다루는 작가님이 테크놀로지를 연구하는 건 당연한 수순 같습니다. 실제 작업 노트에도 기술적 프로세스가 빼곡히 적혀 있고요. 미디어를 다루는 작가라면 기술 연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기술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에요. 작업 초기에는 집과 작업실같이 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을 소재로 했기에 촬영만 했는데, 40대로 접어들자 이를 재정비할 필요를 강하게 느꼈어요. 관심사는 나에게서 타인으로, 공간은 사적인 장소에서 서대문형무소, 화전민 숲 터처럼 타인의 이야기와 역사가 깃든 장소로 옮겨갔는데,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겼어요.





1 ‘타인의 고통_산록서로(Sufferings of Others_SanroksuLo)’의 부분.
2, 3 작가의 작업실 전경

“까맣게 타버린 마음을 안고 여행을 떠났는데 내 앞에 펼쳐진 검은 절벽 층층이 문득 불에 타다 남은 잿덩이로 보인다.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검정의 숯, 빛이 없는 인간의 검은 욕망과 푸른 바다의 투명한 믿음이 대비되어 또 하나의 자연현상을 본다.”
-금민정 작가 노트 中



어떤 의문요? 같은 풍경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감상은 제각각 다르잖아요. 여러 사람의 생각이 얽힌 장소를 제 방식대로 해석하는 게 옳은 걸까 싶었죠. 기술 연구에 몰두한 건 그 다양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기술을 통해 얻은 객관적 데이터값을 바탕으로 제가 촬영한 영상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식이죠. 이번 작품의 배경을 제주도로 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장소적 특색을 누그러뜨리는 데 지극히 평범한 관광지가 적합했어요. < Hidden Layers > 전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한데 그 과정을 모른 채 감상하면 제주도 풍경을 담은 단순한 영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Hidden Layers_Jeju Island’는 얼핏 보면 평범한 제주도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이상한 구석이 있어요. 파도가 부자연스럽게 일렁이거나 바위와 지층이 지진이 일어난 듯 미묘하게 움직이죠. 앞서 말했듯이 하나의 풍경을 두고 사람들은 기쁨, 경이로움, 슬픔, 절망 등 모두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일련의 감정값을 테크놀로지로 변환해 그 기술을 영상에 적용, 움직임을 제어한 것이 제 작품이에요. 감정과 풍경 사이에 작동하는 그 기술이 바로 ‘히든 레이어(Hidden Layers)’죠. 이번 전시는 그 중간값에 초점을 맞췄어요. 텍스트로는 완벽히 설명하기 어려워요. 직접 공간에 와야 느낄 수 있죠.

작품 대부분 나무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미디어를 둘러싼 프레임도, 그 옆에 설치된 조형물도 나무죠. 이전 작업에서도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앞 ‘통곡의 나무’와 ‘화전민 숲 터’를 작업에 활용했는데 제주도에 갔을 때도 가장 먼저 나무가 보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끌리는 성향이 있어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 느낌인데, 나무와 미디어가 만날 때의 분위기가 참 편안해요.

미디어가 철이나 쇠 같은 소재와 만나는 것에 비교하자면요? 맞아요. 저는 미디어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나 봐요. 미디어가 전자신호로 이뤄진 현대적 산물이지만, 자연물과 매치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편안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미디어와 나무 조각물을 매치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나무와 비디오가 만났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좋아서 계속 시도할 수 있었죠.





타인의 고통_산록서로(Sufferings of Others_SanroksuLo), LED Media Wall, Wood, Charcoal, 230×150×70cm, 2019, \12,000,000

“늘 나에게 빛 덩어리인 비디오라는 매체는 내가 넘어서야 할, 그리고 넘고 싶은 물성이다. 때론 그것이 가진 사각 프레임을 흩뜨리고 싶고, 구겨버리고 싶고, 포개서 그것들의 발광을 숨기고 싶을 때가 있다.”
-금민정 작가 노트 中


테크놀로지에 관한 얘기를 듣다 보니 과학에도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요즘 과학과 예술의 협업이 활발한데, 두 장르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현재로서는 과학과 예술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험을 더 해보면 ‘그래도 예술은 예술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술과 과학을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어요. 매체는 계속 발전하잖아요. 그러기에 예술이 캔버스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과학을 필요로 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두 학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과학은 예술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해요.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융합적으로 바라보자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4 기괴한 슬픔_정방폭포(Strange Sadness_JungBang Waterfall), LED Digital Frame, 25×70×15cm, Edition 1 of 5, 2019, \2,000,000
5 후회_서귀포 보목포로 해변(Regrets_BomokpoLo Beach), LED Digital Frame,Wood, 27×20×7cm, Edition 1 of 5, 2019, \1,500,000
6 동경_노을 해안(Yearning_Noeul Beach), LED Digital Frame, Wood, 32×30×6cm, Edition 1 of 5, 2019, \1,800,000

노블레스 컬렉션은 회화나 조각 등 전통 소재를 주로 선보여왔습니다. 이렇게 미디어로 공간 전체를 채우는 건 처음이나 다름없어요. 갤러리가 현대미술의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바람직하죠. 게다가 노블레스 컬렉션의 전시 공간이 넓어진 만큼 제 프로젝트를 통해 전시장 전체가 미디어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풀어내는 걸 즐기기에 이번에도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네요.

이번 전시는 작가님뿐 아니라 노블레스 컬렉션을 찾는 관람객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 작업은 명확한 스토리나 정답을 제시하지 않아요. 따라서 비디오 스컬프처로 분한 화이트 큐브를 자유롭게 바라봤으면 합니다. 작품을 마주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리고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느껴보길 바라요. 아,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전시장 한쪽에 마련한 설문 조사에 감상 소감을 자유롭게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전시가 끝난 뒤 작가 금민정의 모습은 어떨까요? 앞으로 작업 세계를 확장할 계획이라 다양한 실험을 해보려 해요. 매체가 다양해서인지 후년까지 전시 계획이 잡혀 있는데, 전시에서 그 결과물을 확실히 보여줄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슬슬 해외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려 해요.





적극적인 극복_수월봉(Positive Conquest_Soowalbong), LED Media Wall, Wood, 92×105×21cm, 2019, \8,000,000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진행 노블레스 컬렉션팀  사진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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