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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9 FEATURE

어묵의 쓸모

  • 2019-10-02

국내 어묵 시장에서 ‘최초’, ‘최고’ 타이틀을 거머쥐고, 이제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려는 삼진어묵. 3세 경영인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삼진인터내셔널 박용준 대표를 만나 삼진어묵의 글로벌 비전을 들어보았다.

추석 선물로 정갈한 포장의 어묵을 주고받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 삼진어묵은 어묵의 쓸모가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어묵 선물 세트란 게 없었다. 커피가 문화와 경험을 판매하듯, 우린 사람들에게 어묵 먹는 문화를 다르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노력 덕분에 반찬용으로만 인식하던 어묵을 간식 혹은 식사 대용으로 먹고,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현재 삼진어묵의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는 것도 큰 도전이다. 이를 위해 삼진인터내셔널 대표 자리만 유지하고, 삼진어묵의 국내 사업에 전문 경영인을 들여 화제가 되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자리’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업을 잇는 건 대체할 수 없지만, 회사를 관리하는 건 대체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지난 5년간 경영자로 일하며 내실을 다지고 외양을 키우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들었다. 국내시장의 확대와 어묵의 대중화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러나 힘든 것은 둘째 문제다.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래야 행복할 것 같았다. 지금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늘 고민한다. 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내가 많이 해본 일이 아니다. 반면, 전문 경영인으로 새로 부임한 황종현 대표이사는 동원그룹에서 30여 년간 경영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런 사람이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한때 내 밑으로 직원이 600명 정도 있었고, 비서도 따로 두었다. 지금은 외국인 직원 한 명과 글로벌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직위가 낮아졌을지언정, 업무 범위는 국내시장에서 세계시장으로 더욱 넓어졌다. 자리가 아닌 시각이 확대된 거다. 일이 훨씬 즐거워졌다.

어떤 면에서 즐겁다는 건가? 회사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이가 실무에서 컨트롤러가 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궁금했다. 일할 때 중요한 것은 컨트롤러의 역할이다. 일이 잘되게 하는 윤활유 같은 존재다. 이 큰 시장에서 내가 윤활유 역할을 하면 얼마나 큰 효과가 나타날지 기대된다. 위에서 보고받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보고 느낀 대로 판단해 모든 상황을 결정하는 거다. 신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이 일을 글로벌 파트 팀장이나 실장이 하게 될지라도 그 초석은 내가 마련하고 싶다. 나 자신이 삼진인터내셔널의 플랫폼이 되고 싶다.






삼진어묵 영도본점의 내외관.

어쨌든 5년여간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상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라도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3세까지 가업을 물려주기도 힘든 시대이기도 하다. 지난날을 돌이켜볼 때, 경영자 위치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가장 힘들었던 건, 회사의 비전을 만드는 거였다. 2011년 12월에 일을 시작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조건 솔선수범했다. 어묵을 반죽하고, 튀기고, 포장하고, 박스를 나르는 등.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해도 늘 일손이 딸리고, 직원 구하기는 너무 어려웠으니까. 이유를 따져보니, 우리 회사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비전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필요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밑그림 그리는 일이 막막했고, 힘들었다.

뉴욕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것이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돈의 흐름이나 밸런스, 매출 규모 등 회사 재무구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을 공부한 건 큰 도움이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는 돈의 원리대로 움직인다. 대표가 돈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으면 안 된다. 회사가 작을 땐 그 ‘기본’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러나 회사가 커졌는데 돈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으면 위기가 닥쳤을 때 대책 없이 무너진다. 재무분석은 회사로선 종합검진과도 같다.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건강한지 파악하며 장점을 키우는 거다. 회사 대표의 느낌만으로 좋다고 여기는 것과 냉철하게 진단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제 국내 사업의 경영보다 글로벌 진출에 더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고, 지금도 해외를 자주 다니는 편이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태국 등 지금 한창 역동적인 나라를 보면서, 문득 세상이 넓고도 좁게 느껴졌다. 제주도 가는 것만큼 물리적 거리가 가깝게 여겨지는 곳이 이렇게 많은데, 100여 곳의 어묵 회사가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나 싶었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매장을 열었고, 베트남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삼진어묵의 대표 제품 어묵고로케.

글로벌 진출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짠다. 마케팅뿐 아니라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브랜딩의 전초 기지는 싱가포르와 홍콩, 생산 쪽은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내년 초 베트남에 매장을 오픈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많은 국내 기업이 아시아권에서 주 투자 국가로 베트남과 중국을 꼽는다. 나의 경우, 모든 일에서 선례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 살펴보니 중국 진출은 실패 사례가, 베트남은 성공 사례가 많다.

어묵은 호불호가 강한 식품 중 하나다. 현지화 전략이 따로 있는지? 궁극적으로 세상 사람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묵을 즐겨 먹으면 그들도 먹을 수 있다. 현지화는 결국 문화와 관습의 문제라고 본다. 어묵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는데, 이를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이제껏 글로벌화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지화는 결국 브랜딩과 마케팅이 관건이라고 봐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시장을 이해하고 현지인과 소통한 다음, 전략적으로 브랜딩과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앞서 말한 나라들은 한국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다. 그곳에서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이가 많고, 이미 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한국에 우호적이다 보니 대다수 기업들이 한국에서 잘나가는 것을 현지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해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려는 수고를 생략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분명히 선을 긋고 출발하고 싶다. 삼진어묵은 제조 회사지만 유통보다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해왔고,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졌다. 현지화에도 그런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어묵이라는 제품이 아닌 문화를 전달하고 어필하고자 한다. 브랜딩은 이후의 문제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이정표 같은 거다. 삼진어묵이라는 콘텐츠를 소비자가 찾아와 소비하게 만드는 게 브랜딩이다. 찾아오게 하려면, 남보다 매력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갖춰야 한다. 시쳇말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방법은 여자친구 ‘꼬시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흔한 구호가 될 수 있지만, ‘어묵을 세계로!’다. 전 세계에 어묵 문화를 전파하고자 한다. 가성비 좋은 영양 공급원, 다양한 맛과 풍성함, 어묵이라는 음식의 가치를 누릴 때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

 

에디터 손지혜
사진 여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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