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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9 LIFESTYLE

Master of Wood

  • 2019-10-02

최고급 목재를 사용한다고 다 같은 원목 가구 브랜드가 아니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원목을 정밀하게 가공해 목재의 조형성을 강조한 포라다(Porada) 가구는 삶에 우아하고 미적인 감각을 전한다.

이탈리아 카비아테에 위치한 포라다 본사 쇼룸. 지오브(Giove) 미러와 오피움(Opium) 암체어, 프리츠(Fritz) 테이블 등을 두었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영상을 봤다. 1분 30초의 짧은 필름이지만 잔잔하고 묵직한 감동이 전해졌다. 영상은 불이 꺼진 공장에서 한 노인이 정체 모를 빛을 좇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창고 틈에서 새어 나온 아련한 빛의 근원은 켜켜이 쌓아둔 나무. 거친 표면에 손을 대자 젊은 날 사랑했던 여자의 손에서 느껴지던 감촉이 떠오르고, 깨달음을 얻은 노인은 나무를 가져다 의자를 만든다. 나무를 자르고 조립해 가구를 완성하는 장면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성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모든 것이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상기시킨다.
감각적 영상 한 편을 통해 ‘나무에 대한 사랑’을 기저로 하는 브랜드 철학을 영민하게 보여준 주인공은 원목 가구 브랜드 포라다. 1968년, 이탈리아 코모 지역의 작은 마을 카비아테(Cabiate)에 세운 이 회사는 우수한 목공 기술과 원목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현대적 디자인과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조형미의 가구를 만들어 국제 가구 시장에서 명성을 쌓았다. 원목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디자인의 화려한 영광을 이어가는 포라다의 브랜드 파워를 확인하기 위해 이탈리아 본사를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수출 매니징 디렉터 마우로 나스트리(Mauro Nastri)와 함께 포라다의 역사와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 타르치시오 콜자니가 제작한 스틸 기둥의 시스템 가구 우비콰.
2 카날레타 월넛 프레임에 미러 패널을 더한 해럴드(Harard) 240 사이드보드와 로 필레오(Low Pileo) 조명, 믹스(Mix) 미러.
3 포라다의 수출 매니징 디렉터 마우로 나스트리.

포라다는 원목 가구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본래 의자 생산업체로 시작했죠. 창업자 루이지 알리에비(Luigi Allievi)는 20여 년간 의자 제작 회사를 운영했어요. 그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던 중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 본격적으로 가구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1968년 네 아들과 함께 포라다를 창업했죠. 브랜드 출범 전인 1962년부터 건축가 알베리오 & 체르바로(Alberio & Cerbaro)와 함께 제품을 준비했는데, 첫 컬렉션에 아이러니하게도 의자는 없었어요. 초기에는 거울, 사이드 테이블, 옷걸이 등 기능적 디자인 제품이 주를 이뤘죠. 이후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르티노 페레고(Martino Perego)와 공동 작업해 원목 모듈 책장인 리네아91(Linea91)과 호포(Hoppo)를 개발했고, 스틸 기둥의 시스템 가구 우비콰(Ubiqua)를 만든 디자이너 타르치시오 콜자니(Tarcisio Colzani)와 협업하면서 나무뿐 아니라 유리, 스틸, 플라스틱 등 새로운 재료의 융합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원목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포라다의 근간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목재죠. 나무를 고르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하는 FSC 인증을 받은 목재만 취급해요. 원재료는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등지에서 공급받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종이 호두나무와 물푸레나무예요. 일반적으로 단단하고 무게감 있는 제품을 만들 때 참나무를 선호하지만, 우리는 장력이 일정하지 않은 참나무보다 결이 비슷해도 내구성이 뛰어난 물푸레나무를 쓰죠. 간혹 특별한 컬렉션에는 슈페사르트(spessart)라는 다크 오크나 멕시코산 희귀종인 지르코테(ziricote)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원목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합판, 무늬목도 다채롭게 활용합니다. 곡선을 표현할 때는 원목보다 얇게 켠 나무를 합쳐 제작한 합판을 선택하는데, 구부렸을 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강도가 다른 나무를 섞어 만들어요. 70여 년간 목재를 다뤄온 경험과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공장을 투어하며 나무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기술자의 얼굴에서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어요. 이탈리아 디자인은 디자이너와 생산자 중간에서 탄생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디자이너나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원목에 적용해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생산자의 몫이에요. 첨단 기계 시스템을 갖췄지만 수작업이 주도적이죠. 예를 들어, 인피니티(Infinity) 테이블의 경우 굴곡진 베이스는 12개의 나무조각을 합친 것인데, 각 나무조각은 목공 선반 기계로 모양을 내 자르고 숙련공이 핑거 조인트 기법(목재 끝부분을 손가락 모양으로 절삭 가공해 끝부분끼리 접착하는 방법)으로 정밀하게 이어 붙이죠. 나무조각을 엮은 듯한 벨트(Belt) 벤치는 이음새 부분을 구부렸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깎은 거예요. 매우 정교한 작업입니다.




4 나무 프레임이 둥글게 연결된 세레나 체어는 에마뉘엘 갈리나가 디자인했다.
5 젤리 같은 형상의 상판이 매력적인 젤리 테이블.
6 월넛을 깎아 엮고 스틸 베이스를 매치한 벨트 벤치.
7 인피니티 테이블의 나무 프레임을 샌딩하는 작업.
8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등에서 FSC 인증을 받은 목재만을 선별한다.
9 포라다 본사 쇼룸 한쪽 벽면을 차지한 포시즌스 글라스(Four Seasons Glass) 미러와 길드(Guild) 암체어, 지기(Ziggy) 테이블, 알치데(Alcide) 푸프.

원목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우수한 목공 기술 덕분에 건축적이고 조형적인 디자인이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포라다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재료나 형태뿐 아니라 디자인적 관점에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변화무쌍한 유행을 좇지 않는 모던클래식을 추구하죠. 앞으로도 개성 강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보다는 포라다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파트너와 협업해나갈 것입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스테파노 비기(Stefano Bigi), 타르치시오 콜자니, 지노 카롤로(Gino Carollo), 건축가 듀오 마르코나토 & 자빠(Marconato & Zappa)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 건축가와 공동 작업을 했죠. 올해 두드러지게 활약한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 타르치시오 콜자니는 포라다와 30년 이상 함께해온 오랜 친구예요. 올해 선보인 ‘나인틴(Nineteen)’ 컬렉션은 그가 디자인한 악시아(Axxia) 벤치를 포함하죠. 솔리드 우드 프레임에 직조한 가죽 시트와 X자 모양 스틸 다리를 매치했어요. 시트는 고풍스러운 퀼트 원단으로 바꿀 수 있고요. 프랑스 디자이너 에마뉘엘 갈리나(Emmanuel Gallina)는 나무 프레임이 둥글게 연결된 체어인 세레나(Serena)와 비너스(Venus)를 선보였습니다. 우아하면서 간결한 디자인이라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릴 거예요. 카를로 발라비오(Carlo Ballabio)도 빼놓을 수 없죠. 그가 디자인한 젤리(Jelly) 테이블은 이름처럼 말랑말랑해 보이는 젤리 같은 형상의 상판이 매력적이에요. 전통 방식으로 주조한 울퉁불퉁한 유리 상판을 4개의 금속 다리를 연결한 월넛 실린더가 받쳐 과거와 현대의 균형 잡힌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디자인을 선도하는 브랜드답게 포라다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어요. 가구 브랜드가 주최하는 글로벌 디자인 대회는 이례적이죠. 2012년부터 시작된 포라다 디자인 어워드는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이탈리아 최고 대학인 폴리테크니코가 운영하는 폴리디자인(POLI. design) 대학원과 공동 주최로 열립니다. 지난 7년 동안 2000여 명의 전문가와 학생이 참여했죠. 매년 다른 주제를 제시해 참가자가 전형적 생산 기술과 제조 공정을 통해 목공예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이에요. 심사를 위해 학계와 산업 전문가, 유명 디자이너, 저널리스트 등이 참여하고요. 디자인의 독창성과 혁신성뿐 아니라 새로운 재료와 마감을 활용하는 능력까지 고려해 채점합니다. 우승자의 작품은 포라다가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선보이는 영광을 누리게 되죠. 올해 테마를 귀띔하면, 사이드 보드예요.

포라다는 총생산량의 90%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015년부터 에이스에비뉴를 통해 포라다를 만날 수 있는데, 한국 시장에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은 과거 클래식 가구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모던한 컨템퍼러리 가구를 선호하는 추세죠. 포라다는 원목 소재를 기반으로 하기에 클래식 가구 마니아에게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여기에 새로운 재료를 융합하고 현시대의 유행도 만족시킬 모던클래식 디자인을 갖춰 한국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최고 품질의 원목으로 만든 예술품 같은 가구가 삶의 품격을 한 차원 높여줄 거라 확신합니다. 
포라다 제품은 에이스에비뉴(02-541-1001)를 통해 만날 수 있다.




Porada’s Signature Pieces
포라다가 추천하는 여섯 가지 대표 제품




사포(Sappho)
미니멀한 홈 오피스 공간을 실현해줄 책상은 2012년 카를로 발라비오가 디자인했다. 아름답고 매끄러운 라인이 특징으로, 책상 위에는 수납공간과 케이블을 감출 수 있는 2개의 칸막이를 마련했다. 상단에 가죽 패드를 덧댈 수 있다.

에스더(Esther)
견고한 원목 소재 아치형 등받이가 우아한 매력을 전하는 에스더 다이닝 체어. 프레임은 카날레타(Canaletta) 월넛, 애시우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업홀스터리 패브릭 시트는 200여 가지 직물과 가죽 중 고를 수 있다.

인피니티(Infinity)
명실공히 포라다를 대표하는 테이블로, 스테파노 비기가 2009년에 디자인했다. 수학기호인 무한대에서 영감을 얻은 유려한 라인의 나무 베이스가 조형미를 선사한다. 크롬과 유리 등 소재의 대비로 디자인 요소를 극대화했다.

지오브(Giove)
타르치시오 콜자니가 2016년에 디자인한 오버사이즈 라운드형 거울. 벽에 걸 수 있고, 지지대를 포함해 벽에 기대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월넛 프레임은 천연 목재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모카, 웬지 컬러 혹은 금박, 은박을 입혀 취향에 맞게 연출할 수 있다.

커크(Kirk)
카를로 발라비오가 디자인한 카날레타 월넛 프레임의 모듈 소파. 퓨터 소재 받침이 원목 프레임을 떠받쳐 공중에 소파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커버는 패브릭과 천연 가죽 등 200여 가지 중 고를 수 있다.

샘(Sam)
최상급 원목과 최고 수공 기술로 만든 코트랫(Coat-Rat). 월넛 프레임을 매트한 느낌으로 도장해 매끈한 질감이 돋보이며 옷걸이, 화장대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완벽한 조형미를 갖춰 집 안의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심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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