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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9 LIFESTYLE

이 가을, 우리 맛

  • 2019-08-31

지역별 특산물과 고유의 조리법으로 만든 향토 음식에는 삶의 지혜와 계절의 맛이 깃들어 있다. 풍성한 가을 향미를 머금은 향토 음식을 만난다.

흙의 질감이 살아 있는 볼과 사각 접시는 1250℃, 앞에 둔 접시는 Choeunsook Gallery, 피처와 물컵은 Pottery Meme, 블랙 우드 타일은 Younhyun Trading 제품.

수란채
데친 채소와 삶은 해산물에 수란을 얹고 잣즙을 뿌려 먹는 ‘수란채’는 경상북도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전해지는 내림 음식이다. 400여 년 전, 최부잣집이라 일컫는 경주 최씨 가문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정성껏 만들어 상에 올렸다고 한다. 데친 미나리, 삶은 문어와 전복, 수란을 차례로 얹고 사과를 갈아 넣어 자연 그대로 단맛을 살린 잣국물을 자작하게 뿌렸다. 마무리로 미나리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상큼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요리를 담은 원형 접시는 모두 1250℃, 옻칠 타원 트레이는 Choeunsook Gallery, 젓가락은 Kimsunghun Ceramics 제품.

메뚜기튀김과 구운 채소
전라남도 강진에선 이맘때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메뚜기 축제가 열려 갓 잡은 메뚜기튀김을 맛볼 수 있다. 단백질뿐 아니라 비타민, 철 등 영양소가 풍부해 옛 어르신은 찬품으로 즐기기도 했다. 소금 간만 해서 바삭하게 튀긴 메뚜기를 버섯, 라디치오, 시금치, 더덕 등 구운 채소와 곁들이면 향긋함과 고소함을 품은 요리가 완성된다.

동아 누르미
얇게 저민 동아에 다진 고기, 채소를 말아 꼬챙이에 꿰어 찌거나 기름에 지져 먹는 음식. 동아는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 박과 식물이며, 누르미는 밀가루나 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소스를 익힌 채소와 고기 등에 붓거나 섞어 만든 요리를 가리킨다. 들기름에 살짝 볶은 석이버섯을 저민 동아로 돌돌 말아 찌고, 닭 육수에 들깻가루, 들기름, 밀가루를 넣어 조린 소스를 곁들이면 구수하고 감칠맛이 난다.




흑유 특유의 색감이 두드러진 볼과 접시는 Pottery Meme, 나무를 천연 밀랍으로 마감한 트레이는 SOH, 옻칠 원목 수저 세트는 Kimsunghun Ceramics, 블랙 우드 타일은 Younhyun Trading 제품.

갈치 호박국
싱싱한 은빛 갈치와 잘 익은 호박을 넣어 끓인 구수하고 시원한 맛의 갈치 호박국은 해장 요리로 으뜸인 제주도 향토 음식이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 갈치와 여름내 몸집이 커지고 당도가 높아진 호박이 만나 가을 제철 음식으로 손꼽힌다. 갈치와 호박을 한데 넣어 끓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양과 맛을 살리기 위해 호박 껍질과 갈치 뼈를 우린 육수에 데친 얼갈이배추와 스팀으로 익힌 늙은 호박을 얹고 구운 갈치를 차례로 올렸다. 삼삼하면서 개운해 그 맛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겨자 잡채를 올린 둥근 접시와 굽 높은 정사각 접시는 Pottery Meme, 고블릿은 Iittala, 커래프와 컵은 J’aime Blanc에서 만날 수 있다.

족편
경기도 향토 음식으로 내려오는 족편은 궁중 연회나 일반 민가의 잔칫상에 빠지지 않던 동물성 묵 요리의 일종이다. 굳혀서 썬 모양이 떡처럼 보여 족병(足餠) 또는 교병(膠餠)이라고도 불린다. 우족 앞다리와 사태를 삶아 뼈와 분리한 뒤 대추, 밤, 버섯, 실고추 등을 넣어 함께 굳혀 고명의 오방색이 화려한 맛과 멋을 돋운다. 잘게 다진 신김치와 새우젓, 깻잎, 다진 마늘, 참기름을 섞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겨자 잡채
전라도에서는 예로부터 집안에 경사가 있거나 이바지 음식을 보낼 때 겨자 잡채를 했다고 전해진다. 데친 콩나물, 우엉 슬라이스, 데친 당근 등을 겨자 소스에 무친 것으로 대추 슬라이스와 튀긴 밤을 얹어 가을의 향미를 더했다. 톡 쏘는 맛이 도드라져 얇게 썬 소고기 편육에 싸서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장칼국수를 담은 볼은 SOH, 오발 플레이트와 종지는 Craft Factory, 차콜 그레이 타일은 Younhyun Trading에서 판매한다.

우엉전
가을은 땅의 기운을 머금고 자란 우엉이 제철을 맞는다. 우엉은 우방(牛蒡)에서 유래한 말로, 방(蒡)은 인동덩굴을 뜻해 겨울을 참고 견뎌내는 식물을 칭한다. 우엉 역시 인내의 성질을 지녀 예로부터 스님들이 즐겨 먹었다. 경상북도 김천에서는 우엉을 쪄서 방망이로 두드린 뒤 달걀물을 입혀 구운 우엉전을 상에 올렸다. 쌉싸래한 맛의 우엉은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장칼국수
강원도 영동 지방 산촌에서는 과거 소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칼국수를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양념해 얼큰하게 끓여 먹었다. 뜨끈하고 칼칼한 면 요리로 가을·겨울 강릉 지역을 방문하면 꼭 맛봐야 할 요리로 꼽힌다. 칼국수 면을 페투치니처럼 넓적하게 뽑아 삶고 감자와 호박, 당근을 얇게 저며 둘둘 말아 곁들였다. 홍합 같은 해산물을 넣기도 하고 간 고기를 첨가하는 등 집집마다 조리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직사각 트레이와 대나무 손잡이 다관은 Pottery Meme, 술잔은 Craft Factory, 원형 접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갈미삼합
삼겹살과 갈미조개, 콩나물을 함께 먹는 갈미삼합은 부산을 대표하는 요리다. 갈미조개의 원래 이름은 개량조개로 낙동강 하구 명지에서 많이 난다 해서 명지조개라고도 불린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살이 차올라 가장 맛이 좋아지는 갈미조개를 삶아 구운 삼겹살과 데친 콩나물무침을 곁들였다. 갈미조개를 끓인 육수에 대파, 고추를 넣어 뭉근하게 조린 소스를 부어 개운한 맛을 살렸다.




소반과 고구마 정과를 담은 접시는 SOH, 높은 굽 볼과 화기는 Choeunsook Gallery 제품.

보리 수단
서울과 경기도의 향토 음료로 알려진 보리 수단은 오미자 물 위에 통통하게 불은 보리가 경단처럼 떠 있다 해서 ‘수단(水團)’이라 이름 붙었다. 가을 보리는 불려서 삶은 다음 녹두 분말을 묻혀 끓는 물에 데치고 찬물에 두어 번 헹궈 탱글탱글하게 만든다. 붉게 익은 오미자를 우린 말간 국물에 보리를 띄우고 동그랗게 모양을 낸 배와 잣을 곁들였다.

고구마 정과
충청북도에서 후식으로 전해지는 고구마 정과는 엿기름에 고구마를 넣어 졸여 만든 조청을 찐 고구마 위에 발라 굳힌 것이다. 생김새는 투박해도 쫀득한 식감은 물론 풍성한 단맛이 입맛을 돋운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마혜리   요리 김봉수(Think Juu 총괄 셰프)   푸드 스타일링 이승희(스타일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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