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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9 ISSUE

보랏빛 우주

  • 2019-09-11

밤 11시가 다가오면 초조함에 마음이 쫓긴다.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몇 안 되는 동네 카페가 문을 닫는 시간. 이후에는 어떤 것도 쉽게 공급되지 않는 산 중턱의 집에서 새벽 3시쯤이면 원고를 보내고 이웃집 물 트는 소리를 알람 삼아 처리할 업무 메일을 쓰고 잠든 지 꼬박 4년쯤 됐을까.

밤 11시가 다가오면 초조함에 마음이 쫓긴다.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몇 안 되는 동네 카페가 문을 닫는 시간. 이후에는 어떤 것도 쉽게 공급되지 않는 산 중턱의 집에서 새벽 3시쯤이면 원고를 보내고 이웃집 물 트는 소리를 알람 삼아 처리할 업무 메일을 쓰고 잠든 지 꼬박 4년쯤 됐을까.
그날도 어김없이 라테 한잔을 찾아 뛰어가던 중 동네 삼거리를 연결한 어둑한 육교가 눈에 띄었다. 계단이라면 한 걸음도 오르고 싶지 않을 만큼 피로감이 온몸을 짓눌렀지만, 무엇에 이끌리듯 오른 육교. 그때 몇 걸음 만에 갑자기 눈앞에 들이닥친 비현실적인 색깔과 빛의 산란. 잠시 현기증을 느껴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무릎을 꿇고 바닥 하나하나 조각을 만져보았다. 간간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놀란 몸짓이 슬로모션으로 흐르고, 나의 인식은 그곳에 멈췄다. 붉고 푸른 조명이 섞여 보라색 원을 그리고, 육교 난간과 조각난 에폭시 바닥이 리드미컬한 패턴이 되어 둥글게 빛났다. 나는 분명 우주를 보았다. SF 영화 속 제3, 제4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는 문처럼, 환각의 세계에 들어섰다 빠져나온 것만 같았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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