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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9 LIFESTYLE

한끼 식사로 변한 이바지 음식

  • 2019-09-11

부부의 연을 맺고 처음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올릴 때 대접하던 이바지 음식. 시대가 빠르게 변하며 정성과 마음을 보내는 데서 비롯된 풍습이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조희숙의 한식공방’을 운영하는 요리 연구가 조희숙은 이바지 음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현대적으로 간소화했지만 그 의미와 정성은 더욱 깊고 많이 담긴 음식이 될 수 있어요.” <노블레스 웨딩>에서는 요리 연구가 조희숙이 이바지 음식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다섯 가지 레시피를 소개한다. 요리법을 익혀두면 이바지뿐 아니라 양가 부모님을 모신 자리나 집들이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감사의 맛, 신혼의 맛이다.

한식공방・한식공간 조희숙 셰프
한식 대가이자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조희숙 셰프는 오랜 세월 축적한 노하우를 계승하고 한식의 현대화를 위해 고심하는 요리 연구가다. ‘조희숙의 한식공방’에서 요리 클래스를 진행하고, 한식 레스토랑 ‘한식공간’을 총괄하고 있다. 먹거리에 관심이 높은 이들,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소규모로 음식을 가르치는 개인 활동가 등 한식에 열정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사람들이 조희숙의 레시피를 찾는다.

“이바지는 생략하죠.” 요즘 상견례 자리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살리고 취향을 드러내는 결혼식이 인기를 끌며 허례허식이라 생각하는 부분을 과감히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 검색 창에 ‘이바지 음식’을 치면 마치 모형처럼 깔끔하게 포장된 주문 제작 음식 사진이 수없이 뜨지만 ‘먹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새 식구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두 번째 인생을 출발할 수 있도록 고향 음식이나 집안 어르신들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해 만들어 보내는 정성 어린 음식 선물. 우리 전통 혼례의 문화이자 미풍양속 중 하나인 이바지 음식이 어쩌다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걸까?
요즘 신혼부부들에게 이바지 음식은 ‘직접 준비해서 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전문가의 손을 빌려 준비하는 것’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대량생산 및 납품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진 것. “이바지 음식은 준비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어쩔 수 없이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양가를 향한 마음보다 물질적 교류 위주로 변질됨과 동시에 기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가의 식생활이나 기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두 가정의 문화가 합치되는 출발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좋은 풍습이라 할 수 있죠. 서로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의견 교환을 통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으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특급 호텔의 한식당 주방을 이끌었고 주미 한국대사관저 총주방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의 현대화에 힘쓰고 있는 조희숙 셰프는 이바지 음식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지속적인 메뉴 개발과 연구를 통해 대중에게 잊혀
CUISINE가는 전통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조희숙 셰프. 그의 실력과 정성을 아는 이들은 그에게 직접 이바지 음식을 의뢰하기도 한다. 그는 이바지 음식을 만들 때 모양새보다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 남김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목표를 둔다. 이바지 음식에 담긴 가치와 본질은 잇되 한 번 만들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 현실적으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전통 이바지 음식의 구성은 요즘 생활 패턴이나 식생활 습관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이런 점을 개선하려면 정형화된 메뉴에서 탈피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대식 잔치 음식 형태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잔치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유어 조리법을 메인 격인 육류 음식에 적용해 육전으로 내는 식이죠. 직접 만들기 부담스럽지 않을뿐더러 어른들을 모시고 하는 식사 자리나 일반 상차림에도 잘 어울리니 익혀두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바지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차림. 한식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조희숙 셰프의 레시피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쫀쫀함이 가득, 오절판
보기에도 버거운 구절판 대신 핵심만 모은 오절판을 준비해보자. 육포쌈, 패주포, 어란다식, 한치구이와 곶감치즈로 구성한 오절판은 애피타이저나 마른 안주로 인기 만점. 육포쌈은 일반 육포보다 얇게 저며 양념한 고기에 잣을 넣고 접어 말린 후 참기름을 발라 슬쩍 구워낸다. 신선한 패주는 얇게 포를 떠 생강즙, 청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말려두었다가 사용할 때마다 구우면 안주나 마른반찬으로 그만이다. 어란은 잘게 다진 후 꿀을 약간 넣고 잣가루와 함께 다식판에 박아 모양을 내면 안주, 밑반찬으로 제격. 한치구이는 반건조 한치를 구워 띠 모양으로 매듭을 지은 후 구운 잣을 박았다. 한국의 대표적 말린 과일인 곶감에 호두를 넣어 만드는 곶감쌈의 전통 방식에 변화를 주어 호두 대신 치즈를 넣고 말아 잘라서 담으면 와인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유리 원앙 오브제는 Yang Yoo Wan, 실크 보자기는 Hohodang, 오절판과 원앙새 젓가락 받침 모두 Hansikgongbang.











기본에 충실한 한우등심육전과 생채무침
전유어 또는 전유화라고 부르는 전은 이름에 ‘꽃 화(花)’ 자가 들어가는 만큼 우리 식탁 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전유어 종류를 번거롭게 여러 가지 준비하기보다 담백하면서 누구나 좋아할 한 가지 전유어로 구성해보았다. 늘상 접하는 달콤 짭짜름한 불고기 양념의 고기 메뉴가 아닌 담백한 육전. 한우 등심을 육전용으로 얇게 저며 기름에 굽고, 액젓 소스로 버무린 생채를 넓적한 육전으로 싸서 먹는 육쌈 형태의 메뉴. 넓적한 접시에 꽃잎처럼 둘러 내어 정답게 나누어 먹기 좋은 음식이다.
* 전유어: 얇게 저민 고기나 생선 따위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 푼 것을 씌워 기름에 지진 음식.

프롬헨스의 유기 젓가락은 Chapter1, 김정옥 작가의 흑유 밥공기, 권은영 작가의 원형 접시와 허명욱 작가의 옻칠 젓가락, 이택수 작가의 작은 함은 Choeunsook art & lifestyle Gallery, 육전을 담은 굽 있는 볼과 연꽃잎 모양 볼은 Yido, 육전이 담긴 김정옥 작가의 1인 그릇은 Noblesse Mall, 직사각형 블랙 접시는 Hansikgongbang.











맑고 깊은 금태배추선
금태의 살만 발라내고 가을에 맛이 깊어지는 배추와 무를 살짝 데쳐 금태와 함께 미나리로 묶었다. 이렇게 한 입씩 먹기 편하도록 묶어 내면 살이 매우 부드러워 부서지기 쉬운 금태의 특성을 보완하며, 같은 맛이라도 보기에 훨씬 먹음직스럽다. 금태 뼈를 끓여 만든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하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특유의 기름진 맛과 고소하고 그윽한 풍미를 담백하게 느껴볼 수 있어 계절 식사 메뉴로도 추천한다.

금태배추선을 담은 넓은 볼은 Hansikgongbang, 손잡이 디자인이 인상적인 유리 접시는 Kim Eun Joo, 나무 모양 스테인리스 서버, 허명욱 작가의 테이블 매트와 에메랄드색 작은 접시는 Choeunsook art & lifestyle Gallery, 배주현 작가의 노란색 1인용 볼과 정준영작가의 도자받침은 Chapter1.











고소함이 밀려오는 해물잣즙냉채
궁중 음식인 대하잣즙채의 해물을 대게 살과 전복으로 대체했다. 살짝 구운 잣을 갈아 만든 소스에 오이와 더덕, 배를 곁들여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을 깔끔하게 해소했다. 탱글탱글한 전복의 식감과 부드러운 대게 살, 아삭한 오이, 더덕과 배의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국 전통 음식의 특징이 돋보이면서 풍미가 고소해 내국인이나 외국인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 스파클링이 세지 않은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리니 다양한 상차림에 곁들여도 좋을 듯하다.

잘토 와인잔은 Noblesse Mall, 해물잣즙냉채를 담은 유리 볼은 Yang Yoo Wan, 브라운 가죽 트레이와 포크는 Herme`s, 진한 녹색으로 옻칠한 허명욱 작가의 트레이와 이정원 작가의 유리 볼은 Choeunsook art & lifestyle Gallery.











행복을 기원하는 국수와 기본 찬
긴 국수 가락처럼 오래도록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국수는 잔치 음식에서 빠질 수 없다. 식사 마무리에 깔끔하게 내기에도 좋은 메뉴. 요리 연구가 조희숙 선생은 포도즙으로 색을 낸 보라색 국수 면을 삶고, 기본 고명에 잔치 분위기를 상징하는 오방색 산적 꼬치를 곁들여 포인트를 주었다. 곁들인 반찬으로는 평소 밑반찬으로 먹어도 좋은 죽방멸치볶음과 취나물장아찌, 그리고 사과말랭이 고추장무침을 완성했다.

국수를 담은 이정미 작가의 굽 있는 볼과 양지운 작가의 플랫 접시는 Noblesse Mall, 조은샘 작가의 화이트 국수 볼과 반찬을 올린 굽 접시, 구름 장식 손잡이 함은 모두 Choeunsook art & lifestyle Gallery.











귀한 마음을 전하는 포장법
마음의 그릇이 덕으로 나타나듯, 음식을 담는 그릇에 그 씀씀이가 보인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바지 음식을 대접하고자 할 때 귀한 마음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용기와 포장재도 남달라야 할 터. 보는 순간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닌 두고두고 다시 쓸 수 있는 용기라면 더욱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도시락 용기로 쓸 수 있는 옻칠 합이나 가죽 와인 홀더, 패션 소품으로 활용 가능한 스카프로 포장해보기를 제안한다.

브라운 가죽 와인 케이스와 낙동 옻칠로 마감한 리슨커뮤니케이션의 보라색 원앙 오브제는 Noblesse Mall, 보자기로 포장한 와인잔은 Hohodang, 노란색 함과 스카프, 별자리 장식의 우드 함은 Herme`s, 2단으로 쌓은 옻칠 트레이와 가죽 가방, 손잡이가 달린 박성철 작가의 푸른색 도시락 합은 Choeunsook art & lifestyle Gallery.

 

에디터 이다영(yida@noblesse.com)
사진 박우진   요리 조희숙   세트 스타일링 이지현(디자인 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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