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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9 TRAVEL

건축 명장의 호텔로 떠나요

  • 2019-09-10

건축가가 공들여 지은 호텔은 구석구석 탐험하고 싶어진다. 하루 종일 둘이 오붓하게 호텔에 머문다고 해도 지루하지 않는 호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축가의 ‘호텔’로 떠나보시라.

하늘과 맞닿은 공간 The Kumaon, Uttarakhand, India by Zowa Architects
해발 1600m, 자욱한 안개를 허리춤에 걸친 히말라야와 매일 눈 맞춤 할 수 있는 곳이 ‘더 쿠마온(The Kumaon)’ 호텔이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광활한 풍경 덕분에 명상가나 수도자가 된 것 같은 느낌. 스리랑카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조와 건축 사무소(Zowa Architects)는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장면을 일상에 채워 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오두막 객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몄고, 정갈한 가구를 갖췄다. 건축가는 명상과 휴식을 위해 야외 요가 공간과 도서관을 만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이 호텔에는 어떻게 가야 할까? 방법은 산 아래에서 스태프를 만나 짐을 넘긴 후, 조랑말을 타고 산길을 오르는 것이다.
Village Gadholi, Kasar Devi, Almora-263601, Uttarakhand, India
thekumaon.com











사하라 사막에 세운 집 Al Bait Sharjah, UAE by Godwin Austen Johnson
건물은 전체적으로 아라비안 스타일을 강하게 풍기면서도 전통 이슬람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공간 ‘마즐리스(majlis, 아랍어로 ‘앉는 장소’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을 뜻한다)’에서 영감을 받아 현관, 창문, 바닥, 천장까지 특유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크림 컬러로 통일한 건물들은 미로처럼 난 길을 따라 서로 연결된다. 이국적 분위기는 객실까지 이어진다. 총 53개의 객실에도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나무와 돌 조각품이 자연스레 놓여 있다. 허니무너에게는 장미꽃으로 침대를 화려하게 장식해주고, 구리 욕조에서 로맨틱하게 스파를 즐길 수 있도록 장미 꽃잎을 뿌려놓는다.
Heart of Sharjah, Al Mareija, Sharjah, United Arab Emirates
ghmhotels.com











19세기와 20세기 사이의 휴식 The Fife Arms, Braemar, Scotland by Ben Addy
스코틀랜드 귀족의 사냥터였던 공원에 위치한 이 건축물은 1895년 유명 왕실 건축가 마셜 매켄지(Marshall Mackenzie)가 파이프(Fife) 백작 부부의 의뢰를 받아 지은 프라이빗 하우스로, 사냥을 마친 후 음식과 위스키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데 필요한 모든 편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유명 갤러리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의 설립자 이반 & 마누엘라 워스(Iwan & Manuela Wirth) 부부가 주인이 된 후부터 이곳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건축가 벤 애디(Ben Addy)가 과거의 명성과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레노베이션한 것. 그는 시간의 때를 살짝 벗기고 호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분할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러셀 세이지(Russell Sage)는 사냥 관련 소품과 푹신한 소파, 벽난로 등을 이용해 19세기와 20세기의 간극을 좁혔다. 시간의 틈을 메우는 데는 미술 작품도 한몫을 했다. 워스 부부는 건축물, 외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직접 선택하고 배치했다. 스코틀랜드의 귀한 위스키가 넘쳐나는 엘사 바(Elsa’s Bar)에도 꼭 들러볼 것.
Mar Road, Braemar, Aberdeenshire, AB35 5YN, Scotland
thefifearms.com











자연 그대로의 건축 Shinta Mani Wild, Cambodia by Bill Bensley
문명의 이기를 멀리한 친환경 리조트는 모순 속에서 생겨난다.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벌목이다. 건물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고, 땅을 파고, 시멘트를 쏟아 붓는 것은 사람의 안식처를 위해 동식물의 안식처를 빼앗는 일이다. 200여 개가 넘는 동남아시아의 럭셔리 리조트를 디자인한 건축가 빌 벤슬리는 누구보다 이런 행위에 죄책감을 느꼈고, 자연 그대로를 닮은 건축물을 구현하기 오랫동안 고민했다. 올해 오픈한 ‘신타 마니 와일드’는 캄보디아 사우스카더멈 국립공원 안에 외국계 대형 리조트 기업이 건물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직접 땅을 사들여 나무 한 그루 베지 않고 완성했다. 절벽, 폭포, 강 등 야생의 품에 파고든15개의 이동식 텐트가 바로 객실이다.






빌 벤슬리는 1967년 시하누크(Sihanouk) 왕조 시대에 캄보디아를 찾은 탐험가 재키 오(Jacky O)의 스토리를 떠올리며 커튼 하나까지 직접 디자인했으며, 객실마다 다른 테마로 꾸몄다. 자연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그의 마음은 액티비티 프로그램에도 잘 녹아 있다. 야생동물 보호 가이드가 동행하는 산책, 수영, 양궁 등은 물론 실제 폭포 아래서 물을 맞으며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와일드 파운데이션을 세운 그는 야생 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호텔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한다.
Bensley Street, Kirirom, Cambodia
shintamani.com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유토피아 Domes Charlevoix, Canada by Bourgeois/Lechasseur
정면으로는 세인트로렌스강(St. Lawrence River)이, 후면으로 프티트리비에르생프랑수아(Petite-Rivie` re-Saint-Francois)의 산자락이 둘러싸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설계한 3개의 돔 형태 객실은 나무와 나무 틈 사이에 완벽하게 숨어 있다. 창문의 방향 또한 저마다 달라 각자 시간을 보내기 좋다. 그래서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신혼부부에게 더할 나위 없다. 내부는 넓지 않지만 탁 트인 전망을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넓게 느껴진다.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산자락이 일품. 부부가 함께 야외에서 온천을 즐길 수도 있다. 식물처럼 햇살을 받으며 적당한 온도와 습도 속에서 하루만 보내고 나면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복잡한 생각도 광합성을 하는 도중 스르르 풀린다. 심심할 것 같지만 24시간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풍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해가 저문다. 가이드가 안내해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54 Chemin Gabrielle Roy, Petite-Riviere-Saint-Francois, Quebec, G0A 2L0, Canada
domescharlevoix.com











보편적 아름다움을 위해 Conrad Washington D.C., USA by Herzog & de Meuron
2001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 듀오 헤어조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그들의 강점은 건축물이 들어설 공간의 주변과 그 나라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한 후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일상을 관찰하고 보편적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일. 주변을 반사하는 거울로 호텔 건물 외관을 감싼 것도 좋은 예다. 덕분에 호텔은 워싱턴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이 객실을 가로지르고, 수직과 수평으로 각이 잡힌 미니멀한 건물은 언뜻 딱딱해 보인다.






이를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로테트 스튜디오(Rottet Studio)가 손길을 보탰다. 파도가 밀려오듯 율동감 넘치는 우드 파사드를 만들어 외부의 빛을 조절하고 돌, 나무 등 자연 소재를 적극 활용해 내부를 온화한 분위기로 연출하고자 노력했다. 루프톱에 가지 않아도 객실에서 워싱턴의 주요 건물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950 New York Ave, NW, Washington D.C. 20001, USA
conrad.hilton.co.kr

 

에디터 이다영(yida@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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