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어떤 오후의 웨딩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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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6

반짝이는 어떤 오후의 웨딩

러닝 클럽에서 만나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로우클래식 디자이너 이명신과 건축가 손진원은 지난 6월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받으며 웨딩 마치를 울렸다. 웃음 가득한 내추럴한 무드의 결혼사진처럼, 사소하지만 따스한 순간이 모여 두 사람의 앞날을 채워나갈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영원히.



결혼을 하고 나면 어떤 기분인가요?
아직 크게 다른 점은 없어요. 3년 정도 연애하고 서로 자주 만난 터라 결혼 전과 똑같이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제주도에서 찍은 편안한 분위기의 결혼사진이 인상적이에요. 로우클래식과도 닮은 데가 있는 것 같고요. 결혼사진 찍을 때는 아무리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도 자꾸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잖아요. 여러가지 일로 바빠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한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같아요. 그때 입은 V라인 드레스는 촬영 일주일 전에 제가 만들었어요. 코르셋이 들어간 답답한 드레스가 저와는 잘 안 맞는 느낌이라 최대한 심플한 라인을 살려 제작했죠.

남편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러닝 클럽에서 처음 만났어요. 남편은 러닝은 안 하고 저한테 빈티지 자전거를 팔려고 했어요! 1984년생인 전 여자친구를 위해 1984년에 생산한 부품을 모아 직접 조립해 만들었지만 결국 주지 못하고 헤어지게 됐고, 그걸 저한테 팔려고 한 거죠.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성스러운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니,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땐 제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넘어갔어요.(웃음)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들었나요?
많은 연애를 실패한 후에 만난 사람이라 결혼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를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그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죠. 제가 결혼을 하기 싫다고 해도 계속 함께 있고 싶다고 했고, 평생 사귀게 될 것 같아 결혼하기로 결심했어요.

결혼 전 로망이 있었다면요? 전혀 없었어요. 연애도 항상 바쁘게 하다 보니 오롯이 집중하지 못해 결혼 생활에 자신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지금 결혼에 대한 로망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요. ‘언젠가 퇴근할 때 꽃을 사 올 거야’ 같은 사소한 기대 말이죠.

첫 만남에 자전거를 팔려고 했던 남편이기에 프러포즈도 엉뚱하게 했을 것 같아요.(웃음) “결혼하자”라는 말 없이 좋아하는 곳에서 맛있는 밥을 먹은 후에 집 앞에서 반지를 줬어요. 반지를 들고 있는 남편의 손이 얼마나 떨리던지! 그 모습에 웃음이 먼저 나와 “진짜 프러포즈하는 거야?”라고 엄청 큰 소리로 외쳤어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정작 “좋아!”라는 대답은 하지 못했죠. 그 후 반년쯤 지난 다음에 답을 했어요.

대망의 결혼식 날, 신부가 된 기분은 어땠나요? 명동성당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소예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쏟아지는 빛만 바라보고 있어도 서로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거라 생각했죠. 성당이 크다 보니 휑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친구들이 많이 와주었어요.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단상에 올라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본식 드레스도 직접 디자인했나요?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 출장을 갔어요. 그때 둘러보던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오래된 드레스를 입었어요.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만남이라… 두 분의 보금자리가 궁금해요. 신혼집은 아직 공사 중이라 레지던스에 살고 있어요. 공간이 굉장히 좁아 각자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씩만 가지고 오기로 하고 심플하게 살고 있어요. 여유로울 때 많은 책이 구비된 라운지에 올라가 함께 책을 보는 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두 분이 함께하는 일상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차 마시는 시간을 좋아해요. 여행지에서 사 온 차부터 얼음을 넣은 미숫가루 라테까지, 남편은 모든 음료와 음식을 맛있고 예쁘게 담아내는 재주가 있어요. 남편은 주방용품을, 저는 예쁜 세라믹이나 유리 제품을 좋아해요. 무조건 ‘둘 다 맘에 들어야 산다’라는 원칙이 있어요. 그래서 모든 그릇이 다 소중하죠.

소중한 날은 어떻게 기념하나요? 제가 늘 바빠서 잘 잊는 편인데, 그때마다 남편이 “저녁에 맛있는 것 먹으러 갈까?”라고 말하며 힌트를 줘요. 그래도 눈치 못 챌 때도 많지만요.

남편과 ‘우리 이렇게 살자’ 하고 약속한 게 있나요? 여생을 함께 보낼 집을 직접 짓자는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건축가인 남편과 제 취향을 담아 평생 즐거운 일이 많은 집을 지을 생각이에요.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사진 박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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