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아이콘, 제임스 딘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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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06

불멸의 아이콘, 제임스 딘

레드 재킷을 걸친 제임스 딘이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제임스 딘 스페셜 에디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제임스 딘 스페셜 에디션. 제임스 딘이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입은 레드 재킷이 연상된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노 타이에 풀어헤친 셔츠, 장화와 청바지로 무장한 폭주족과 망나니들이 우르르 복도로 쏟아져 나온다. 제임스 딘이 만들어낸 자아에 흠뻑 이입된 채 화장실 거울 앞으로 몰려들어 가죽 재킷 안에 두른 오토바이 벨트를 한 번 더 조여 맨다. 그러고는 정장으로 상징화된 어른 세계의 지루한 관습에 경멸을 날리며 주머니에서 꺼낸 빗으로 제멋대로 뻗은 머리카락을 더욱 헝클어뜨리고, 육체 노동자와 예술가의 제복을 성문화하는 대열에 합류한다.
이는 1958년 미국 어디서나 볼 수 있던 광경이다. 우연이든 운명이든, 제임스 딘의 출연작은 모두 그의 삶과 닮았고, 동시에 미국 자체의 서사와도 유사하다. <에덴의 동쪽>에서 악인이 보여주는 진심, <이유 없는 반항>에서 소년이 토해내는 격분, <자이언트>에서 순수에 대한 배신으로 점철하는 삶 모두가 미국적 영웅의 원형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임스 딘이라는 아름다운 괴물의 진면목을 단번에 알아본 것은 자신을 닮은 창조물을 절박하게 찾던 10대였다.
반사회적 태도와 상업적 성공 사이의 모순을 초월한 제임스 딘의 신화적 매력은 폭력, 스피드, 마약, 로큰롤과 섹스의 실험에 자신을 내팽개치던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준 기적의 표지판이었다. 순식간에 기성세대의 신화를 해체하고 청춘의 교과서가 되어버린 지미(제임스 딘의 애칭). 그는 청바지, 재킷, 부츠라는 보호색으로 무장한 10대의 토템이 되었고, 부적응과 저항이라는 최첨단 패션으로 얼굴 없는 존재인 10대에게 ‘제임스 딘’이라는 집단적 개성의 얼굴을 선물했다.
“존재의 가장 큰 이유는 발견이다”라고 말했던 딘. 그는 무엇을 발견했기에 그리 일찍 떠나버린 걸까. 세상의 비밀을 먼저 알아버린 자들은 그렇게 훌쩍 떠나버린다. <이유 없는 반항>은 그의 사망 후에 개봉했다. 셀룰로이드 필름 속에 박제되었을 뿐이었지만 그의 영혼이 투사된 강렬한 이미지가 노출되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부활이 시작되었다. 그의 죽음을 부정하는 끝없는 편지 세례와 닮은꼴을 모아 이미지를 통합하는 시도가 넘쳐났고, 화려한 미래를 거부한 폭력적인 파국이라는 궤적에 매혹된 집단 숭배적 퍼레이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제임스 딘은 1956년, <에덴의 동쪽>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죽은 자를 후보에 올리며 오마주를 보여준, 아카데미 사상 최초의 사례다. 이듬해 그는 <자이언트>로 오스카 후보에 선정됐다. ‘로큰롤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리는 걸 즐긴 전혀 다른 기질의 소유자인 엘비스 프레슬리는 니컬러스 레이 감독을 찾아가 <이유 없는 반항>의 연출자라는 이유만으로 무릎을 꿇고 시나리오 대사 전체를 암송하며 팬심을 증명했다. 제임스 딘을 죽음으로 몰고 간 포르셰 550 스파이더의 잔해는 안전 운전에 대한 경고 목적으로 LA의 여러 고등학교를 순회 전시했는데, 나중에 이 잔해를 구입한 에슈리히 박사는 엔진 일부를 자기 차에 재활용했고, 에슈리히 박사의 친구 맥 켄리 박사는 변속기를 빌렸다. 맥 켄리는 그 변속기를 장착한 스포츠카를 타고 레이스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 딘의 영혼 존재설에 힘을 실어준 사건이었다. 한편, 쭈글쭈글해진 차체를 전시해 운전석에 앉아보게 하고 돈을 받는 자도 있었고, 기꺼이 그 파편을 섬기며 딘의 영혼이 자신에게 스며들기를 갈구하는 사람도 줄을 섰다. 이 신격화와 초자연적 숭배는 매년 고향을 찾아 그가 마셨던 공기를 호흡하고 땅을 디디려는 성지 순례 여행으로도 이어졌다. 뉴욕 45번가의 이로쿠와 호텔에 가면 호텔 직원이 무조건 802호를 안내해준다고 한다. 제임스 딘이 1952년 여름에 묵었던 곳이기에.
앤디 워홀이 그린 ‘불멸’의 표지 삽화에는 카우보이모자를 쓴 딘이 있다. 밥 딜런 또한 앨범 < The Freewheelin’ Bob Dylan >에서 딘의 구부정한 자세를 의식적으로 재현하면서 뉴욕 거리를 방황하는 몽상가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딘의 양성적인 면모를 닮은 후손으로는 믹 재거, 데이비드 보위, 재키 커티스 등이 줄을 선다. 엘비스를 넘어 함부르크의 클럽 구석에서 노래하던 초창기 비틀스는 네 명의 제임스 딘이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대중문화의 세례 요한인 그를 과연 죽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있어 참된 위대함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해요. 삶과 죽음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사람.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위인이죠. 인간에게 허락된 진정한 위대함은 잊히지 않는 불멸입니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신화 속 영웅처럼 불가능한 원정길에 올라 자신을 희생해 내밀한 소망을 성취하고 위대한 불멸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제 딘의 신성한 나르시스의 갈망을 포착하려면 영화라는 박물관을 찾아야 한다. 영화 <라이프>에서 조명한 무명 시절의 딘도 살펴볼 만하다. 코트 깃을 세운 채 담배를 물고 비에 젖은 뉴욕 스퀘어 광장을 걷는 딘. 메릴린 먼로에게 바람 부는 치마 사진이 남았다면, 딘에게는 이 사진이 남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의 경이로운 순간이 잘 담겨 있는 영화다.
내게 만년필은 일기를 쓸 때만 움켜쥐던, 나름대로 신성한 사치의 도구였다. 깃이 달린 펜촉에서부터 제도용 아트 펜, 이름이 새겨진 무거운 만년필을 넘나들며 심장과 뇌 사이의 비밀스러운 증언을 쏟아냈다. 글자 사이에서 쓱싹거리는 소음과 은은하게 번지는 잉크 자국이 마치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숨겨진 고서에 인생의 미스터리를 새겨나가듯, 서스펜스를 한껏 선물해주었다. 누군가 펼쳐서 읽어볼 때, 내 부끄러운 흔적을 알아차린 대가로 잉크의 독 기운에 서서히 죽게 될 거라고 저주를 퍼부으며 흘림체로 부드럽게 써 내려가는 쾌감이 일기의 유일한 동력이었는지 모른다.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제임스 딘 스페셜 에디션은 <이유 없는 반항>이 개봉한 직후, 할리우드 거리를 가득 메웠다는 제임스 딘의 레드 재킷을 닮았다. 고급스러운 붉은 레진의 보디를 움켜쥐는 순간 이번에도 치명적인 악마를 불러내는 강신술이 시작된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제임스 딘을 향한 우상 숭배의 행렬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슬립의 기묘한 체험 속에서 자문해본다. 과연 딘의 말대로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 수 있을지… 생의 한순간이라도.




1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레드 재킷을 입은 제임스 딘.
2 민규동<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 등 폭넓은 장르를 다루는 영화감독.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스페셜 에디션 ➋ 제임스 딘×민규동

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몽블랑은 2009년부터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특별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만년필을 출시해왔다.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 제임스 딘을 닮은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제임스 딘 스페셜 에디션’. 만년필에 깃든 그의 위대함과 순수한 열정을 몽블랑, <아트나우> 그리고 민규동 감독이 함께 기린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민규동(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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