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터의 가죽은 남다르다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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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9

박스터의 가죽은 남다르다

최고급 가죽만을 고집하는 브랜드 철학을 지켜온 박스터(Baxter). 소재와 질감이 돋보이는 독창적 디자인으로 공간에 악센트를 더하는 박스터는 가죽 가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스터 본사 3층에 위치한 쇼룸에서는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샛노란 체스터 문 소파를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코모 시내에서 약 5km를 달려 루라고데르바(Lurago d’Erba) 마을에 들어섰다. 개성 넘치는 가죽 소파로 유명한 박스터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커다란 철문이 열리자 초록빛 향연이 펼쳐졌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잔디를 깎고 정성스레 나무와 관목을 다듬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피스가 아니라 평화로운 전원주택에 들어선 듯했다. 2011년에 완공한 박스터 본사는 카사 클리마(Casa Clima, 에너지 효율 빌딩에 관한 인증) 원칙에 따라 설계해 태양열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친환경 마감, 활기차 보이면서도 안락한 구조로 되어 있다. “유럽에서 A급 인증을 받은, 최초의 공용 클라이메이트 하우스(Climate House, 에너지 절약 주택)예요.” 프레스 담당자 프란체스카 몰테니(Francesca Molteni)가 낯선 방문객에게 문을 열어준 뒤 환영의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그녀는 사방으로 난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살이 들어와 아늑하고 편안할 거라고 강조했다. 입구에는 박스터의 대표적 클래식 소파 알프레드(Alfred)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손으로 일일이 워싱 처리한 장인의 노련한 손길을 거친 가죽 소파는 진정한 휴식의 가치를 선사하는 박스터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2014년에 확장한 이 건물은 1층은 안내 데스크, 2층은 디자인실, 3층은 쇼룸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쇼룸에 들어서자 파올라 나보네(Paola Navone)가 디자인한 샛노란 체스터 문(Chester Moon) 소파가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전한다. 제품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각적 공간 연출을 고심하는 브랜드답게 여러 종류의 벽과 파티션을 세워 공간을 구획했다. 동선을 따라 걸으며 클래식, 빈티지, 모던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성 있는 박스터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1 카사 클리마 원칙에 따라 에너지 효율 빌딩으로 설계한 박스터 본사.
2 드라가 & 아우렐(Draga & Aurel)의 감각이 느껴지는 은은한 퍼플 컬러의 젬마(Gemma) 체어.

가죽을 다루는 노하우
1989년 루이지 베스테티(Luigi Bestetti)가 가죽을 이용해 가구를 만들면서 박스터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가구 역사를 두고 보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최고급 가죽에 대한 고집과 철학을 고수하며 이탈리아 명품 가죽 가구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가죽은 나무처럼 한장 한장 모양과 특성이 다르고, 같은 디자인이라도 사용자의 체형과 습관에 따라 몸에 맞게 변하는 섬세한 재료다. 박스터는 주로 북유럽산 황소 가죽을 사용한다. 넓은 목초지에서 방목하기에 소들이 울타리에 부딪힐 일이 없어 가죽 표면이 매끈하다. 습도가 알맞아 가죽이 건조하지 않은 것도 장점. “별도의 염색 공장을 운영합니다. 투스카니 지역의 공장에서는 식물 추출 성분인 타닌으로 무두질한 베지터블 가죽을, 베네토 지방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최상급 원피를 아닐린(aniline) 염색 처리한 가죽을 탄생시키죠.” 염색은 전통적 방식에 따라 나무 드럼통 안에서 진행한다. 천연 염료를 사용해 가죽의 숨구멍을 막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죽이 살아 숨 쉬는 덕분에 오래 앉아 있어도 땀이 차지 않고 세월의 흐름에 따른 유연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옆 건물에 위치한 공장에 들어섰을 때 염색을 마치고 도착한 색색의 가죽을 마주했다. 롤 형태로 말린 가죽은 숙련공이 흠집을 체크하고 비슷한 색상끼리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재단 과정에서도 특수 첨단 기계는 거들뿐, 가죽 상태를 체크한 뒤 재단 방향에 맞게 가죽을 배치하고 커팅 영역을 지정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전문 숙련공의 손을 거친다. “가죽을 커버링하는 일도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수납공간이 많은 헤이즐(Hazel) 화장대의 경우 퍼즐 조각을 맞추듯 가죽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하는 데만 6시간이 소요되죠.”




3 등받이에 단추를 넣고 뒤로 빼내는 카피토네 기법을 적용한 달마(Dalma) 암체어.
4 로베르토 라체로니(Roberto Lazzeroni)가 디자인한 헤이즐 화장대.
5 페데리코 페리가 패션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벨트(Belt) 암체어.

자유로운 박스터 스타일
박스터가 가죽 생산 능력만 앞세웠다면 지금의 명성을 얻긴 어려웠을 것이다. 박스터의 제품은 옷을 잘 차려입은 이탈리아 멋쟁이처럼 감각적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유행한 고전주의 스타일, 두꺼운 가죽을 이용한 섀비 시크(shabby chic) 스타일에 이어 2000년대 들어서는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혁신적이고 자유로운 박스터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체스터 문, 부다페스트(Budapest) 소파를 제작한 파올라 나보네는 박스터 디자인의 전성기를 꽃피운 인물. 올해는 새로운 소재와 디테일을 접목한 제품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고무 피복으로 감싼 프레임에 풍성한 쿠션을 얹은 엘리펀트(Elephant) 소파와 네바다주의 천연 테라코타로 만든 기둥 위에 화이트 마블 상판을 올린 네바다(Nevada)테이블은 그녀의 독창적 디자인이 박스터 스타일 아래 조화롭게 녹아들었음을 방증한다. 파올라 나보네 뿐 아니라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 안토니노 시오르티노(Antonino Sciortino) 등 이미 거장이 되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감각도 필요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페데리코 페리(Federico Peri),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듀오가 만든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페페(Studiopepe), 이스라엘 출신 여성 디자이너 하지트 핀코비치(Hagit Pincovici) 등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해 대담하고 급진적 디자인을 받아들였다.




6 가죽을 커버링하는 일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7 전통적 방식으로 염색한 색색의 가죽.
8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고무 피복으로 감싼 프레임에 풍성한 쿠션을 얹은 엘리펀트 소파.
9 둥근 곡선형 디자인으로 연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피아프 소파는 핑크 컬러가 포인트다.

“스타일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요. 감각적, 기능적, 미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가구를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죠. 또 최신 트렌드를 예측하고 디자인 애호가가 열광할 만한 요소를 연구해요.” 색채 마술사처럼 다채로운 색상의 조화를 꾀하는 것도 박스터의 매력이다. “올해 컬러 테마 중 하나는 핑크입니다. 초콜릿 같은 고전적 색상도 사용하지만, 핑크와 라일락, 와인 같은 패셔너블한 컬러를 믹스해 현대적 느낌으로 완성했죠. 피아프(Piaf) 소파가 이를 잘 구현했어요. 박스터 디자인팀에서 고안한 이 모듈식 소파는 잔잔하고 둥근 곡선으로 되어 있고, 친밀하게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연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박스터는 단순히 가죽 소파를 제작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고급 가죽을 다루는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독창적 스타일을 구축한다. 그리고 예술 작품을 만들 듯 정교하게 디자인한 박스터 가구는 집 안 분위기를 바꿔주는 것은 물론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파 하나가 아니라 세련되고 감각적 스타일을 집안에 들이는 것일 테니.
박스터 제품은 에이스 에비뉴(02-541-1001)를 통해 만날 수 있다.




10 롤 형태로 말린 가죽은 숙련공이 흠집을 체크하고 비슷한 색상끼리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11 천연 염료를 사용해 가죽의 숨구멍을 막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색한 가죽.
12 박스터의 대표적 클래식 소파 알프레드.

Interviews
박스터를 이끌고 있는 오너 파올로 베스테티(Paolo Bestetti)와 나눈 이야기.




13 하지트 핀코비치가 디자인한 셀레네(Selene) 장식장.
14 페데리코 페리가 디자인한 C체어와 플레이스’(Place’) 테이블.

언제부터 박스터에서 일했나? 삼촌인 루이지 베스테티가 1987년 박스터를 설립했고, 나는 2년 뒤에 합류했다. 오래전부터 우리 가족은 밀라노에서 가구 매장을 운영했기에 자연스럽게 가구 산업에 관심이 있었다. 가죽에 매료되어 학창 시절부터 공장을 방문해 재단, 염색, 가공 등 모든 과정을 직접 보고 배웠다.
박스터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자유로움’이다. 가죽을 기반으로 하되 여러 스타일과 재료를 정교하게 혼합하는 능력. 그것은 단순히 제품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 색상 조합 등을 포괄한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재다. 가죽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죽은 인체와 접촉하면서 계속 변하기 때문에 하나의 가죽 소파라도 360도 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최상급 가죽을 사용하는 우리 제품은 그러한 경험을 좀 더 풍부하게 해준다.
박스터의 가죽은 컬러도 다채롭다. 컬러 테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정확하게 몇 가지 컬러를 보유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12가지 서로 다른 텍스처를 지녔다. 예를 들면, 같은 색상이라도 서로 다른 질감의 가죽을 조합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박스터 제품이 있다면? 나의 가죽 연구 첫 프로젝트이자 우리가 시장에서 인정받을 기회를 준 알프레드 소파. 사용할수록 아름답게 변하는 이 소파는 자녀에게 물려줄 때쯤이면 더욱 멋스러워질 것이다.
앞으로 박스터의 목표는? 지금처럼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일. 생산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우수한 디자이너와 계속 협업해나갈 것이다. 장기 계획은 뉴욕, 런던, 파리 같은 주요 도시에 박스터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쇼룸을 오픈하는 것.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심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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