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SEPTEMBER. 2019 LIFESTYLE

두 작가의 창문 풍경

  • 2019-08-16

노블레스 컬렉션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오는 8월 27일 개최하는 < 창경(窓鏡) > 전에선 세상을 각기 다르게 바라보며 사유하는 노현탁 작가와 황지현 작가를 소개합니다.

황지현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신의 내면과 심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감정의 기억을 캔버스에 담는다.





노현탁
바깥을 향해 난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회구조 속에 놓인 인간의 본질을 미디어 아트, 회화로 풀어낸다.



황지현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색감 때문이겠죠? 다양한 색감을 활용하는 걸 좋아해요. 특히 따뜻함이 느껴지는 색깔. 제가 일상에서 마주한 경험이나 기억을 되살리다 보면 그때에 맞는 이미지와 색감이 떠올라요. 그것을 하나씩 조합하면서 작업을 시작하죠. 스케치를 하기 전 먼저 색을 정하는데, 예를 들어 ‘노래하는 밤’은 연보라, 파랑, 노랑, 금색으로 틀을 잡아놓은 뒤 변주를 했어요.

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보였달까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색깔이 참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무미건조한 현실을 의도적으로 꾸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색깔이었어요. 화려한 그림을 보면 잠시 다른 세계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황지현, 노래하는 밤 Singing Night(03), Gouache Acrylic on Canvas, 130×160cm, 2019, \7,000,000

황 작가의 작품은 추상화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시작은 언제나 사진이라고요. 평소와 다른 순간의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감정의 기억을 적어놓아요. 그 후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는 거죠. 이미지는 그 순간의 감정이 발현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양이 조금씩 바뀌기도 해요. 감정이 순화되기도, 증폭되기도 하니까요.

유독 식물과 자궁을 주제로 한 작품이 눈에 띄더군요.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종종 도통 답을 찾을 수 없어 한계에 다다르거나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마다 저를 위로해준 것이 식물이에요. 제가 작가로서 원하는 부분을 갖고 있더라고요.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확장하고, 변화하고 나아가는 모습. 인간의 자궁도 새롭게 생산하고 순환하는 생식 기능을 가졌다는 점에서 식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지현, 오늘의 안부, Gouache Acrylic on Canvas, 90.9×72.7cm, 2019, \3,000,000
황지현, 비집고 나온 말, Gouache Acrylic on Canvas, 90.9×72.7cm, 2019, \3,000,000

노현탁 작가는 초기에 미디어 아트 작품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회화에 집중하고 계시죠. 7~8년간 주력한 분야는 영상이지만, 간간이 페인팅 작업도 했습니다. 영상은 업데이트를 즉각 해야 하고, 장비를 갖추는 데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기도 해요. 그에 비해 페인팅은 제 생각을 즉각 반영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미끄러지는 초상화’ 시리즈의 작업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던데요. 팔에 저주파 자극기를 붙이고 작업을 하셨다고요. 저는 주로 강렬한 힘에 주목합니다. 그 힘은 자연재해가 될 수도,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어요. 개인의 의지와 거리가 먼 외부 자극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다 생각해낸 것이 저주파 자극기예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흔들리더라고요.(웃음)





노현탁, 코로스, 휴브리스, 아테(Koros, Hubris, Ate), Acrylic and Oil on Canvas, 150.3×301cm, 2019, \24,000,000

인간의 무력함에 주목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우리는 의지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태어날 때부터 지닌 DNA는 물론 생각의 뿌리도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죠. 인류가 진리라고 생각한 것이 흔들릴 때 그 순간을 포착해요. 무기력함이 아닌 무력함이죠. 하지만 옳고 그름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진 않아요. 제가 만든 프레임에 갇힐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코로스, 휴브리스, 아테(Koros, Hubris, Ate)’라는 작품이에요. 제가 고등학생 때 당시 TV에선 언제나 걸프전 소식이 흘러나왔어요. 반짝이는 불빛과 자욱한 연기, 불기둥. 전쟁의 참상은 배제한 채 프레임을 통과한 화면을 보면서 단순히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치 게임처럼 느껴졌죠. 영상 저편에 있던 처참하고 잔혹한 실상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전쟁의 옳고 그름보다는 그것을 필터링해 보여준 사회구조, 비판 의식 없이 바라보던 나 자신을 꼬집는 거죠.





노현탁, 미끄러지는 초상화 시리즈, Acrylic and Oil on Canvas, 53.5×45.5cm, 2019, \900,000
노현탁, 미끄러지는 초상화 시리즈, Acrylic and Oil on Canvas, 53.5×45.5cm, 2019, \900,000

두 분이 함께하는 첫 전시라고요. (노현탁) 전시 주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조화를 이루려면 강과 약의 포지션이 필요한데, 우리 두 사람의 그림은 대부분 강렬하거든요. 각자 관심 있는 주제도, 표현 방식도 다르고요. 극은 통한다고 하잖아요. 차라리 각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죠.

결국 각자의 개성과 특성이 잘 드러나는 주제를 택한 거네요. (황지현) 맞아요. ‘창경’이라는 단어는 창문 창(窓), 거울 경(鏡)자가 합쳐진 단어로 창문에 끼운 유리를 뜻해요. 창경은 서로 맞닿아 있지만 시선의 초점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창밖을 볼 수도, 유리에 반사된 자신을 볼 수도 있어요. 그 이중성이 마치 우리 시선을 대변하는 것 같더라고요. 노현탁 작가는 바깥세상을 보며 작업하지만 그 시선에 자신을 투영하고, 저는 내면 세계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 탐색에 사회를 반영하죠.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진행 노블레스 컬렉션팀  사진 김제원(인물), 이시우(작품)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