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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9 LIFESTYLE

복고를 입은 첨단 자동차

  • 2019-07-24

고전적이지만 고루하지 않다. 첨단 기술을 품었지만 낯설지 않다. 복고적 감성을 입은 첨단 자동차라서 가능한 이야기.

아버지의 첫 차는 포니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생산 모델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만든 고유 자동차. 집에 포니를 처음 몰고 온 날, 아버지는 차를 세워놓은 뒤뜰 주차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러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이 차가 포니라고 말씀하셨다. ‘조랑말’이라는 뜻을 지녔으며, 차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와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끝없이 말씀하시던 아버지는 베이지색 포니 앞에 나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그 차는 이제 차고에 없지만, 앨범 속 사진을 볼 때마다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설명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희미한 추억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포니가 최근 부활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가 포니 디자인을 재해석한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것. 반듯한 직선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되 공기저항을 줄이고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일부 디자인 요소를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출시 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시대의 유물이 다시 도로 위를 누빌 거란 사실에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까지 모두 기대감에 부풀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차량 디자인에 시대적 정신을 투영한다. 그리고 복고주의에 새로운 감성을 입힌 뉴트로가 유행인 요즘, 클래식카에서 영감을 얻은 최첨단 차량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각진 직선형 디자인, 채도 높은 색깔, 동그란 라이트 등을 내세워 기성 세대에겐 복고 감성과 향수를, 신세대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현대자동차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모델을 전기차 모티브로 활용하는 케이스다. 레트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조합한 전기 파워트레인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어필하는 좋은 대안이 된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경우 모터스포츠 전통에 대한 오마주로 클래식 요소를 접목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 레이스카를 재해석해 그 시절의 영광을 회상할 수 있다. 여기, 양산차부터 프로토타입 모델, 컨셉카에 이르기까지, 오래전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는 차를 모았다. 익숙한 듯 낯선 차가 도로 위를 활보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1 혼다 E 프로토타입.   2 클래식 미니 일렉트릭.

뉴트로 시티카
1970년대에서 소환한 레고 장난감처럼 앙증맞은 디자인의 차량.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혼다 E 프로토타입 모델은 N600의 디자인을 이어받은 1세대 시빅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동그랗게 빛나는 헤드램프와 각진 뒷모습은 그 옛날 시빅이 회귀한 듯하다.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복고풍 디자인과 달리 보닛 가운데의 충전 포트, 카메라로 대체한 사이드미러 등을 채택한 미래형 전기차라는 점도 흥미롭다. 실내는 곳곳에 우드 소재를 적용해 클래식한 느낌이 들지만, 계기반을 비롯해 2개의 12.3인치 스크린이 드넓게 펼쳐지며 첨단 기술의 산물이 시야를 장악한다.

감성이 미래다
2019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의문의 클래식카. 오래된 차고를 박차고 나온 듯한 복고풍 디자인에 모두가 열광했다. 주인공은 클래식 미니(MINI)의 전기차 버전인 클래식 미니 일렉트릭. 새빨간 차체를 수놓은 흰색 스트라이프,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린 4개의 보조 라이트, 투박하고 네모반듯한 보조 제동등까지, 클래식 미니를 흉내 낸 디자인이 아니라 오리지널 클래식 미니를 그대로 복각했다. 놀라운 점은, 추억 속 얼굴로 감성을 자극하지만 심장은 미래 친환경 자동차에 걸맞게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장착했다는 사실. 감성주의 미니가 미래의 이동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포르쉐 911 스피드스터 헤리티지 디자인 패키지.

선택적 클래식
포르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서깊은 이름, 스피드스터가 돌아왔다. 1948년 출시한 오리지널 스피드스터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신형 911 스피드 스터는 옛 감성에 심취하고 싶은 이를 위해 ‘헤리티지 디자인 패키지’를 선보여 좀 더 특별하다. 골드 컬러 디테일과 블랙 & 코냑 컬러 투톤 가죽 인테리어가 백미. 시트 가죽 커버는 물론 기어 레버의 패턴, 대시보드 하부, 도어암레스트 등에 적용한 은은한 코냑 컬러가 클래식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관 도장도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클래식 GT 실버 메탈릭 마감과 화이트 컬러 프런트엔드를 결합했으며, 도어와 보닛에 ‘48’이라고 쓴 모터스포츠 데칼은 전설적 356 스피드스터의 영광을 재현한다.




애스턴마틴 DB4 GT 자카토 컨티뉴에이션.

명차의 부활
과거에서 현대로 타임 슬립한 듯한 빈티지 디자인의 애스턴마틴 DB4 GT 자카토 컨티뉴에이션. 과거 명차를 재탄생시키는 컨티뉴에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났다. 애스턴마틴의 파트너 자카토 디자인 하우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60년에 데뷔한 레이스카 DB4 GT 자카토를 부활시킨 것. 강렬한 레드 컬러 외장은 1960년대 오리지널 차량에 쓰인 로소 마야(Rosso Maja) 페인트로 마감했다. 클래식 디자인의 휠, 그물 형태 라디에이터 그릴도 옛것을 그대로 살렸다. 과거 DB4 GT가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우승한 역사적 모델인 만큼 이 차도 2019 르망 24시 레이스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푸조 컨셉카 E-레전드.

돌아온 전설
‘각 잡은 직선의 멋’은 과거에서 온 듯한데,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실버 컬러는 미래적 분위기를 풍기는 차. 푸조에서 선보인 컨셉카 E-레전드는 ‘E’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전기차이자 자율주행차를 테마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연기관 차에 대한 아쉬움을 희석하고자 1970년대를 풍미한 푸조 504 쿠페에서 영감을 얻은 레트로풍 디자인을 적용했다. 블랙 그릴, 보닛 아래 깊숙이 숨겨둔 헤드램프, 중앙의 푸조 엠블럼까지 기존 504 쿠페를 빼닮았다. 실내는 신구의 조화가 확실하다. 1960년대 실내가 연상되는 목재소재와 푸른빛 벨벳 시트, 현대 기술의 결정체인 49인치 대형 컬러 스크린과 육각형에 가까운 스티어링 휠이 혼재한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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