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AUGUST. 2019 FEATURE

무슨 생각 하세요, 작가님?

  • 2019-08-09

에세이에는 저자의 삶이 녹아 있기 마련이다. 소설가의 진솔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 책 세 권.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기발한 책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뇌 구조 자체가 다른 걸까? 작가 DNA라는 것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온갖 망상에 빠질 즈음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를 펼쳐보길. 맨부커상 수상자 줄리언 반스가 쓴 요리책으로, 위대한 소설가의 특별한 레시피는 없고 요리를 책으로 배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애로 사항만 가득하다. 그는 부엌일에 관심이 많지만, 애석하게도 요리에는 소질이 없다. 자연스레 전문가의 레시피에 의존했고, 어느덧 독파한 요리책만 100여 권.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주방에 다시 들어가보지만, 줄리언 반스는 여전히 부엌일에 서툰 한 남자일 뿐이다. “포도주 잔의 크기가 다양한데 왜 단순히 ‘포도주 한 잔’만큼이라고 하지?”, “요리책 저자들은 독자가 손을 떨면서 계량스푼을 쓸 때 그 모양이 ‘둥그스름한’ 것인지, ‘수북이 담긴’것인지 결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 상상도 못 하는 것 같다”라며 레시피마다 토를 다는 이 투정꾼 늦깎이 요리사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단순히 불평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스타 셰프의 독창적 레시피와 빅토리아 시대 저서 등 저자가 요리책을 독파하며 쌓은 방대한 요리 인문학과 ‘양파를 얇게 써는 것과 잘게 써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를 두고 고민하는 소설가다운 사색도 곁들였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속 어슐러 K. 르 귄도 소설가 르 귄과 사뭇 다르다. 팔십의 나이에 에세이를 써서 그런 걸까. 판타지 문학계의 거장은 환상적 소설을 집필하지만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볼 때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우리 할머니는 혼자 살면서 아흔아홉에도 여전히 운전을 한답니다!”라는 말에 “할머니 만세다. 유전자를 잘 타고난 분이다”라며 노년은 마음 상태가 아닌 존재의 상태라고 정의하는 그녀의 시니컬한 말투처럼 말이다. 이 과묵한 저자가 무장해제되는 유일한 순간은 반려묘 파드와 함께할 때였다. 르 귄은 동화 <날고양이들>을 집필할 만큼 소문난 애묘가로, 파드와의 사사로운 에피소드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글로 남겼다. 인생을 논할 때는 누구보다 냉철하지만 파드를 바라보는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지는 에세이 속 저자를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드는 건 불가피하다. 저자가 전하는 삶의 이치가 가득한 이 에세이는 인생의 통찰력을 더해줄 것이다.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는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 나오키상 수상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첫 에세이다. 따스한 문체로 정평이 난 인물이라 ‘텃밭을 성심껏 일구는 소설가의 서정적 라이프’를 상상하고 책을 집어 들었다면 에디터처럼 뒤통수 맞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은 이렇다.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만, 대단하지 않은 이 글은 계절별 채소의 생육상태나 수확 모습 등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현재진행형으로 보고하는 종류의 글이 아닙니다. 절대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 책은 저자가 텃밭을 가꾸며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일기다. 어느 날은 토마토와 가지의 친척 관계를 말하다가 갑자기 일본의 어느 시골 마을 관광 일지를 쓰고, 소설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내게 누가 가르쳐주면 좋겠다”라는 투정 섞인 말도 서슴지 않는다. 도통 종잡을 수 없지만 이 에세이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각 일기에는 저자가 일상에서 얻은 삶의 팁이 녹아 있는데 텃밭 가꾸기, 소설 쓰기, 여행, 육아 등 오만가지 이야기를 다루기에 다양하고 쏠쏠한 정보로 가득하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나 시사하는 바는 딱히 없지만, 솔직함과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김흥수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