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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9 LIFESTYLE

Bring Art to Life

  • 2019-07-18

노블레스 컬렉션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8월 1일부터 김미영 개인전 < Summer Hill >이 열립니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일상의 잔상을 맑은 색과 과감한 붓 터치로 그려냅니다. 추상화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작품의 의미를 함께 즐겨보세요.

김미영
10대 때부터 대학원까지 동양화를 전공하고 이후 영국 RCA에서 조형예술 석사과정을 밟은 작가는 서양화의 볼륨을 그림에 덧입힌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치른 뒤 2015년부터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온 작가가 이번엔 전시를 통해 여름날의 싱그러움을 전한다.


이번 신작을 보니 ‘The Painter’s Garden’, ‘Lime Soda’ 등 작품마다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하면서 구체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죠. 전에는 ‘It was Place that we lived’(2014)처럼 아예 문장인 적도 있었고요. 평범한 관람객으로선 미술관에서 ‘Untitled’라는 제목의 추상화를 많이 봤거든요. 그렇죠? 관람객이 어떤 작품을 볼 때 ‘너무 좋다’, ‘멋있다’는 느낌이 단번에 오면 제목을 별로 안 궁금해하는데, ‘이게 뭐지?’ 싶을 때 작품명을 보는 것 같아요. 게다가 추상화처럼 형상이 없고 알아볼 수도 없는 그림일 때는 작품명까지 ‘Untitled’라면 불친절하게 느낄 거고요. 어떻게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지, 어떤 걸 생각해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제가 그릴 때 느낀 감정이나 읽은 텍스트에서 제목을 연결한다든가, 평소 대화에서 끌어낼 수 있는 포인트를 끄집어내면 그게 바로 작품명이 되죠.

그림에서 작가의 친절하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밝고 경쾌한 색깔이 기분 좋아요. ‘The Painter’s Summer’는 첫눈에 바람 속에 들어간 듯했는데, 두꺼운 표면을 보니 연못 속 물고기가 움직이는 느낌도 들었어요. 살아 있다! 제가 바로 기대한 답이에요. 옛날에는 나무가 흔들리는 걸 보거나 모닥불처럼 자연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도 인간이 즐기는 예능의 하나였다고 들었어요. 저도 지금처럼 창밖의 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는 걸 바라보는 게 좋아요. ‘The Painter’s Summer’는 이런 순간을 생각하고 그린 거예요. 작업실 문을 열고 바람이 불어올 때요. 산책하거나 수영할 때처럼 일상에서 보는 작은 움직임과 찰나를 회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수영할 땐 물이 조금 느리게 느껴지는 그런 것. 그림에 움직임을 넣는 거죠. 또 여기에서 나올 줄 몰랐던 우발적 효과를 즐겨요. 작가들이 보통 ‘해피 엑시던트(happy accident)’라 부르는 우연한 순간이 오기를 바라죠.





The Painter’s Garden(부분), Oil on Canvas, 112×145cm, 2018, \7,300,000

그런 사사로운 일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것들이니,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새삼 깨닫지 않을까요? 작품 얘길 더 해보죠. 작가는 회화 안에서 동서양의 기호를 다 경험했습니다. 의도한 목표가 있었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 예중, 예고를 거치며 오랫동안 동양화를 그렸어요. 어떤 목적의식이 있었던 건 아니고, 제가 좀 이상한 면이 있어요. 보통 점수가 더 잘 나오는 걸 따라가기 마련인데, 제가 동양화를 배우게 된 건 고교 시절 서양화나 디자인 파트보다 평가 점수가 낮아서였어요. 다들 서양화 방식으로 배우니까 나중에 뭘 하든 동양화를 알면 좋겠지 하는 생각에 전공을 결정했죠. 대학 4학년 무렵 막연히 전업 작가로 살게 될 거라 느끼고 준비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림이 내내 재미있고,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마쳤지만 그때 동양화의 재료만으로 100% 제 생각을 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 학기에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매달리는 특유의 과정도 저와는 맞지 않았고요. 당시 지도 교수님이 걱정할 정도로 다른 재료를 쓰거나 여러 가지를 시도하곤 했어요. 예술에 대한 존경심은 있었지만, 항상 다른 데 관심이 많았거든요. 아크릴화나 사진, 조각은 물론 영상을 만들기도 했죠.





(왼쪽) The Painter’s Farm, Oil on Canvas, 53×45cm, 2019, \1,700,000
(오른쪽) Lime Soda, Oil on Canvas, 53×45cm, 2016, \1,700,000






Orange Breeze, Oil on Canvas, 112×145cm, 2017, \7,300,000

보기보다 다채롭고 적극적인 성격이네요. 궁금한 건 스스로 시도해보는 타입이고요. 결국 재료나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 두 영역이 회화 안에서는 하나란 의미겠죠? 아무래도 동양화풍의 영향이 없진 않았을 거예요. 수묵화를 그릴 때처럼 구상은 오래 하지만 그림은 한 번에 그리는 편이거든요. 제가 즐기는 기법은 웨트 온 웨트(wet on wet)예요. 물감이 마르기 전 바로 다른 물감을 덧대 두껍게 올리는 거죠. ‘Orange Breeze’ 같은 작품에는 한지에 그림을 그릴 때처럼 붓 터치 한 번으로 농담을 표현하거나 물성을 다루는 방식도 활용하거든요. 또 동양화는 채색할 때 분채와 아교를 섞어 재료를 충분히 만들어놓고 계속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데, 생각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필요한 만큼 미리 많이 만들어놔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덜어 쓰는 서양화 작업 방식과는 차이가 있어요.





The Painter’s Garden, Oil on Canvas, 72.7×90.9cm, 2019, \3,800,000

추상화 하면 왠지 묵직한 어두움을 전할 것 같았거든요. 2014년까지는 어둡고 묵직한 작품도 있었잖아요? 진한 안개처럼 색이 번져나가는 것들이요. 영국에서 유학할 때라 그랬을 거예요. 저는 뭔가 거대 담론을 얘기하는 작가는 아니에요. 되돌아보면 우울감을 즐기기도 한 것 같아요. 학풍이나 교육 방법을 모르고 RCA에 가서 힘들었죠. 일주일에 한 번 다 같이 모여 세미나 한 번 하고 2~3주에 한 번 튜터를 만나 작업 얘기를 하는 게 다였거든요. 대학원인데 ‘언제까지 무엇을 해와라’ 하는 말이 거의 없어서 당황했죠. 알고 보니 정말 프로 작가가 되었을 때 스스로 구상하고 자립하는 걸 깨닫게 하는 데 교육 초점을 맞춘 학교였어요. 저는 전공 방향을 바꾼 데다 어떻게 작품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 1년 정도는 안개 속에 갇힌 기분이었죠.
이듬해 프랑스 시테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받으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작업하면서 변했어요. 독일과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여러 곳의 레지던시를 거쳤는데, 이때 스스로 가장 많이 성장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 패스로 오르세 미술관부터 모든 박물관을 공짜로 볼 수 있었거든요. 매일 보고, 또 그리고, 제게 이상적 회화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중요한 구상을 할 때는 친구들도 잘 안 만나요. 정신적으로 조금이라도 흔들릴 만한 건 미리 차단하는 거죠.





Summer Hill, Oil on Canvas, 각 190×170cm, 2019, \12,000,000

그간의 노력이 작품에 드러났고, 빠르게 주목받게 했을 겁니다. 귀국 직후부터 크고 작은 갤러리 전시가 꾸준했죠.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어요. 갤러리 전시도 빠른 편이고요. 사실 그래서 약간은 겁도 납니다. 작가가 더 가치 있는 작업을 하려면 오랜 시간 롱런해야 하잖아요. 요즘은 작업실로 향할 때 전쟁터에 가는 기분이에요. 다만, 그릴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모든 반응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거예요. 제 작품을 보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해주신 말이 있는데, 요즘은 작가들도 모니터로 뭔가를 보고 성장했기 때문인지 캔버스 그림도 표면이 아주 매끈하고 납작한 경우가 많대요. 덕분에 16~17세기 옛 회화처럼 두꺼운 물감을 올리는 제 작품이 오히려 신선해 보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저는 회화 안에 알아야 할 비밀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럼 < Summer Hill > 전에는 어떤 비밀이 있나요? 많은 사람이 여름을 습하고 덥다고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제게 여름은 상큼한 느낌이에요. 새로운 작품으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런 상쾌한 느낌을 색감에 넣으려 했어요. 관람객도 < Summer Hill > 전에서 산뜻한 기분을 느끼고 여름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잠시나마 잊으면 좋겠어요. 그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고 시간과 계절을 초월해 붓을 댄 당시가 생생히 전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이 역시 관람객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진행 노블레스 컬렉션팀  사진 김제원(인물), 이시우(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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