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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19 FEATURE

여름, 방구석 1열

  • 2019-07-16

시원한 선풍기를 틀고, 냉장고에 반쯤 얼려둔 자두를 꺼내, 한 입 베어 물고 앉았다. 방구석 1열에서 여름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하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여름 영화’의 대명사가 된 <콜 미 바이 유어네임>. 1980년대의 이탈리아는 이만큼 뜨거웠을까. 깎아 놓은 조각처럼 잘생긴 올리버와 '남자'보다 아직 '소년'에 가까운 엘리오가 만나고 서로 이름을 부르고 사랑에 빠진다.





짧은 팬츠에 헐렁이는 남방을 고수하는 엘리오와 면 티셔츠에 백팩을 메고 온 세상이 지루한 듯 돌아다니는 엘리오.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바다에 가서 헤엄을 치다 언덕에 올라 땀을 식힌다.





두 남자의 여름날은 그렇다. 엘리오와 올리버 외에도 이탈리아 남부를 즐기는 멋쟁이 동네 주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넨 슈트를 입고 홈 파티에 오거나,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시어서커 원피스로 치장하고 주인공을 유혹하는 마르치아까지. 얇은 티셔츠 한 장을 훌렁훌렁 벗고 바로 바다에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영화에서 강렬한 여름 햇빛을 느낄 수 있다.





+ 영화의 배경지는
이탈리아 남부를 테마로 하지만 실제 메인 촬영 장소는 이탈리아 북부의 크레마. 영화감독 구아다니노가 실제 살았던 곳으로 밀라노에서 한 시간 거리 정도 떨어져 있어 근교 여행으로 많이 찾는다.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감독 모리 준이치
여름 먹거리는 이 영화에 다 나온다.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두 계절을 보내는 주인공 이치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텃밭에서 바로 딴 토마토,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든 식혜 등 우리와 식문화가 비슷한 일본의 시골 가정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된다.





장마철 꿉꿉함에 집안 습기를 없애기 위해 밖보다 더운 장작불을 피우는 장면도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가식 없는 소박한 시골집의 여름을 고스란히 담은 리틀 포레스트. 이치코의 작은 숲으로 초대받은 여름은 뜨겁지만, 계속 머무르고 싶다.





+ 영화 속 음식
울창한 여름 숲에서 주인공 이치코는 수유 열매를 딴다. 손가락 한 마디 사이즈의 빨갛고 탱글 하게 익은 열매를 한 움큼 따서 집으로 향하는 주인공. 주걱으로 으깨고 다진 뒤 설탕을 가득 부어 무더운 여름 잼 만들기를 시작한다. 더운 불 위에서 주걱으로 수십 번 젓고 식히고를 반복해서 자그마한 유리병에 담아내 나온 수유 열매 잼. 바게트에도 발라 먹고 이웃들에게도 나눠주며 이치고는 말한다. "농후하고 신맛이 도는 산미가 강한 잼이었다".

 





맘마미아!2 /감독 올 파커
낯선 여행지로 떠난 곳에서 운명의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맘마미아 소피의 엄마 도나는 그랬다. 무려 세 명이나.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날씨와 장소,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영화 <맘마미아!2>는 여름의 그리스와 크로아티아를 넘나들며 바다 한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초대한다.





1편에서는 에게 해를 둘러싼 그리스의 풍경을 담아냈다면 2편은 아드리아해를 만날 수 있는 크로아티아의 비스 섬을 메인 무대로 한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감싼 아기자기한 마을에선 누구나 웃고 노래하며 낯선 이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다. 각 스폿을 담을 때마다 절묘하게 들려오는 아바의 노래가 흥을 돋우며 여름의 짜증과 화를 날려줄 수 있는 영화 <맘마미아!2>. 올해 가장 더운 여름날 소리를 높이고 음악을 즐기면서 감상해 볼 것.





+ 영화의 명장면
엄마의 애인이자, 세 아빠 샘, 해리, 빌이 바이킹 같은 배 한 척을 몰고 주인공 소피를 만나러 온다. 아드리해를 건너서. 서커스 단처럼 화려한 깃발 장식을 달고 동네 주민을 몰고 온 이 배 한 척이 바다 위를 유영하는 순간 아바의 '댄싱 퀸'이 흘러나온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일어나서 춤추고 싶게 만드는 씬. 점잖은 콜린 퍼스도 춤추게 만들었다.

 





파리로 가는 길/감독 엘레노어 코폴라
프렌치 로드트립에 와인 향기만 가득할까? 계속해서 추파를 던지는 남자의 담배 냄새도 나고, 중간에 퍼져버린 자동차 매연을 고스란히 마셔야 할 수도 있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정확히는 '칸'에서 ‘파리’로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감독 엘레노어 코폴라가 실제로 2009년 겪었던 일을 배경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우아한 중년 여성 앤과 트립을 함께하는 자크의 로드 무비다. 친구의 아내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내고 질문하며, 스킨십을 시도하는 등 자크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이 와중에 여름 햇빛을 받아 더 아름다운 앤역의 다이안 레인의 미모만 환하게 빛날 뿐, 자크의 어떤 추파에도 꿈쩍 않는 그녀. 둘의 로맨스 보다는 칸에서 파리로 이어지는 여름 풍경을 더 주목하면 좋겠다.





+ 영화 속 명화 찾기
<파리로 가는 길>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 차가 고장 나서 길 한가운데 선 앤과 자크. 자크는 난데없이 '피크닉이나 할까요?'라며 라탄 바구니를 꺼낸다. 화이트 와인과 과일 몇 점, 체크 돗자리까지. 이 남자의 센스는 완벽하다. 고요한 호숫가를 앞에 두고 둘만의 여름 소풍 시간이 시작된다. 마네의 명화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음악감독 로라 카프만의 감미로운 음악까지 더해져 진한 풀 냄새마저 느껴진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감독 마티유 아말릭
여름 피서지로 '실내 수영장'만큼 완벽한 곳은 없다. 바다나 워터파크로 떠나기가 번잡스럽다면 주말에 슬리퍼를 끌고 자유 이용권을 끊으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그런 수영장에서 남자들을 만났다. 2년 차 백수 베르트랑, 예민한 남자 로랑, 파산 직전의 사장님 마퀴스, 무명 로커 시몽. 어딘지 5%씩 부족해 보이는 이 남자들은 수영장에 모인 벼랑 끝의 중년 남자들.





인생 마지막 금메달을 꿈꾸며 수중 발레에 도전한 아저씨 부대가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영화의 배경은 겨울이지만 수영장씬이 반 이상을 차지해 시원한 물이 계속 출렁인다. 물론 수영을 즐기기보단 수중 발레를 배우느라 땀을 뻘뻘 흘리지만.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지 시원한 극장에서 확인해보길. 개봉일은 7월 18일.





+ 비슷한 영화는
2018년 개봉한 <스위밍 위드맨>도 추천한다.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회계사 에릭이 아마추어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시작하는 에피소드.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충분히 맛본 아재들의 반란이란!

 

에디터 이아현(fcover@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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