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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19 FEATURES

달라진 여행

  • 2019-07-03

아직도 여행을 디지털 디톡스의 수단이라 믿는가? 최첨단 기술은 우리 삶에 더 가까이 밀착해 여행의 질을 풍부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IT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여행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24시간 상담봇
나의 여행이 완전히 달라진 건 챗봇 서비스(메신저에서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채팅 로봇 프로그램)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에서 그 편리함을 제대로 실감했다. 체크아웃하는 당일 급박하게 레이트 체크아웃을 요청할 일이 생겼는데,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라 호텔 프런트에 연락하기가 망설여졌다. 참, 챗봇이 있었지! 곧바로 부킹닷컴 앱으로 챗봇을 실행했다. “내일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할까요?” 묻자마자 신속한 답변이 돌아왔고, 레이트 체크아웃이 처리되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은 1~2분 남짓이었다. 그나저나 세계 최초로 3D 홀로그램 기술을 도입한 호텔 NH컬렉션 베를린 미테 프리드리히슈트라쎄에서는 영화 <킹스맨>이나 <어벤져스>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홀로그램 미팅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실리콘밸리의 알로프트 쿠퍼티노 호텔에서는 로봇 직원이 수영장 타월이나 물품도 직접 배달해준다는데, 올여름 휴가에는 전에 없던 IT 기술을 총집합한 똑똑한 호텔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_ 임진형(부킹닷컴 동북아 총괄 대표)
오프라인의 기적

구글 입사 10년 차에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잠시나마 업무를 내려놓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그런데 이게 웬일. 26박 27일 동안 800여km를 걸으며 또다시 구글과 치열하게 마주해야 했다. “오늘 날씨 어때?” AI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로 하루를 시작했고, 현지어가 가득한 메뉴판을 워드렌즈(Word Lens, 카메라를 대면 언어를 번역해주는 기술)로 해석했으며, 통신망 연결이 불안정한 산길에서는 미리 저장해둔 구글 오프라인 지도로 방향을 살폈다. 순례길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도 국적 불명의 보디랭귀지로 어설픈 춤을 추는 대신 다운받아둔 오프라인 번역기로 명확한 대화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Wi-Fi 없이는 카메라 역할만 하던 스마트폰이 지난한 순례길에서도 빛을 발하고 디지털 기술이 진정 우리 삶과 맞닿아 있다는 걸 몸소 느낀 순간이었다. _ 정김경숙(구글코리아 전무

음성 원스톱 예약
암스테르담 출장은 다가오는데 항공권 검색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던 지난해 여름. 이참에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KLM B.B(Blue Bot) 서비스를 사용해보자 싶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소파에 누운 뒤 “Let me talk to KLM” 하고 말을 건넸다. 이후 가고 싶은 목적지와 날짜를 말하자 항공권 예약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출장을 가면서 티켓만 챙길 수는 없어 지친 몸을 이끌고 짐을 꾸리는데, 뭔가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다시 B.B에 조언을 구하니, 기특하게도 암스테르담 날씨에 맞춰 비옷을 추천했다. 항공업계에 몸담은 지 꽤 됐지만, 고객 서비스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발전하는 속도는 항상 놀랍기만 하다. 음성으로 검색하고 준비해 떠나는 출장. 앞으로 항공 서비스가 얼마나 더 스마트해질지 자못 기대된다._ 강내영(에어프랑스 KLM 네덜란드 항공 마케팅 이사)




줄어든 실패
잘 매만진 사진만 보고 호텔을 예약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호텔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중국 내 일부 호텔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객실 선정을 위해 씨트립에서는 VR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과 스펙만으로는 알 수 없는 작은 디테일까지 살필 수 있어 호텔 선택의 실패가 적은 것이 장점. 빅데이터를 이용해 돌발 상황이 줄어든 것도 디지털 기술의 특혜다. 씨트립이 보유한 3억 명의 여행자로부터 축적되는 여행 데이터는 매일 50TB에 달하는데, 방대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시키지 않아도 먼저 알아서 뒤처리를 해준다는 점에서 비서보다 훨씬 낫다.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편을 예약하면 곧바로 공항 환승 서비스를 추천하고, 항공편이 지연될 상황이 예상되면 바로 다른 항공편을 추천하는 식이다._ 쉬둥 허(씨트립 AI R&D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

모든 순간의 드라이버
보트, 스쿠터, 전기자전거까지 우버 앱을 이용한 이색 교통수단이 속속 등장해 여행의 질을 높이고 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여름 시즌에 한해 우버 앱으로 보트를 예약할 수 있는 ‘우버보트’를 운영하는데, 두브로브니크 인근 섬과 동굴 등 해안 절경까지도 둘러볼 수 있다. 우버가 공유자전거업체 점프(Jump)를 인수한 뒤에는 미국 19개 도시와 유럽 6개 도시에서 전기자전거, 스쿠터 공유가 간편해졌다. 술은 마셔야겠는데, 차가 없으면 곤란한 와이너리 투어에서도 우버는 유용하다. 와이너리 간 이동이 편리할뿐더러 와인 테이스팅 후에는 대기 중인 드라이버의 차에 올라타기만 하면 되니까._ 손희석(우버 한국 모빌리티 총괄)

현실이 된 공상과학
항공 산업에서 디지털 혁신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루프트한자에 몸담고 있는 까닭에 디지털 여행을 신속히 생활화하게 되었다. 세계 최초로 기내 인터넷을 도입한 항공사인 만큼 기내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라이브 TV를 시청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공항에서 로봇의 도움을 받거나 AI가 적용된 모바일 앱 등 다양한 디지털 편의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현재 루프트한자에서는 스타트업 양성 및 루프트한자의 빅데이터와 새로운 기술 접목을 위한 루프트한자 이노베이션 허브(Lufthansa Innovation Hub)나 협력사와 함께 혁신적인 상품 및 서비스를 테스트하거나 이색 주제로 비행하는 플라잉랩(FlyingLab)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승객들의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혁신이 정착된다면 생체 인식을 이용해 여권이 필요 없는 간편한 출국, 추적을 통한 수하물 분실 방지 등 기존의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편리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_ 알레한드로 아리아스(루프트한자 한국 지사장)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답게
작년 초, 샌프란시스코 출장의 여정은 대략 이러했다. 공항에 내린 뒤 우버 앱을 실행해 드라이버를 만나 숙소로 향한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부티크 호텔에 체크인하니 로비에서 로봇 컨시어지가 다가와 차가운 생수를 건넨다. 목이 타는 나의 마음을 읽은 걸까? 출장을 마치고 주말 개인 여행을 위해 미션 지역에 있는 뮤지션의 집을 예약하고, ‘우버이츠(UberEats)’를 통해 음식을 배달시켜 식사를 하면서 호스트와 대화를 즐긴다. 현지 아티스트의 보트에서 천연 재료를 이용한 드로잉을 즐기고, 현지 이벤트 앱을 이용해 현지인의 숙소 뒷마당에서 열리는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프라이빗 콘서트 파티를 즐긴다(에어비앤비의 ‘트립’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꺼낼 일도 별로 없다. 비행기, 교통, 숙박, 레스토랑, 이벤트 모두 앱에 연결된 계좌로 결제되니까. 디지털로 시작해 디지털로 마무리되는 여행. 그래도 여전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앱을 통해 만난 브라질 출신 우버 기사와 함께 보사노바 ‘걸 프럼 이파네마’를 부르며 브라질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샌프란시스코 뮤지션 브랜든의 집에서 버스를 개조해 뮤직 로드 트립을 하고자 하는 그의 꿈 이야기를 듣던 순간. 여행을 오랫동안 추억하게 만드는 아날로그적 정서를 전달하는 데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_ 홍종희(에어비앤비 홍보 총괄 & 트래블 스토리 헌터)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일러스트 이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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