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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2

영원불멸한 찬란함

이토록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까! 샤넬이 보여주는 오트 쿠튀르 세계와 장인정신을 한데 모은 공방 컬렉션 이야기다. 지난 5월 28일, ‘샤넬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쇼를 위해 서울을 찾은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에게 샤넬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창조적 행보에 대해 들어보았다.

샤넬의 패션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사장.

Interview with Bruno Pavlovsky
샤넬의 패션 부문을 이끄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사장.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공방 전용 공간 프로젝트, 공방 컬렉션 등을 중심에서 이끈 그에게 샤넬의 비전과 계획을 물었다.

지난 5월 28일, 서울 성수동 S팩토리에서 샤넬의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이 열렸습니다. 서울에서 쇼를 개최하게 된 이유와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샤넬 공방 컬렉션을 한국에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래전부터 샤넬은 서울과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오픈한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최근 샤넬의 행보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 고객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딱 적기에 공방 컬렉션을 서울에서 선보이게 되어 기쁩니다. 2년 전부터 한국 고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백과 슈즈 등 액세서리에 집중된 관심이 의상으로 옮겨갔고, 좀 더 특별한 피스를 원하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서울에서 공방 컬렉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공방 컬렉션은 다른 컬렉션에 비해 몇 배는 더 창작의 고통과 장인정신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물리적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샤넬 하우스가 지속적으로 공방 쇼를 선보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식적으로 1년에 열 번 선보이는 컬렉션에는 각각 역할이 있습니다. S/S와 F/W로 구분되는 정기 컬렉션은 파리 패션 위크에 맞춰 여러 브랜드와 함께 쇼를 개최하기에 20분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합니다. 반면 공방 컬렉션은 스토리 자체가 다릅니다. 칼 라거펠트는 공방을 인수할 때 그들의 전문 지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공방 컬렉션을 시작했습니다. 즉 공방의 고유기술이 패션 산업과 업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깃털이 지닌 극도의 섬세함과 장인의 정교함을 결합하는 르마리에 공방.

지난 5월, 파리에 위치한 샤넬의 대표적 공방을 취재했습니다. 사라져 가는 공방을 직접 인수하고, 그들의 기술을 후원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모든 공방은 뛰어난 재능을 갖췄으며,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기에 미래가 밝습니다. 샤넬의 역할은 이런 공방이 사라지지 않고 보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뛰어난 기술이 잊히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장인의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샤넬은 충분한 자원을 지원해 투자를 유치하고, 이들이 고객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각 공방의 고객 역시 다양합니다. 샤넬도 중요한 고객중 하나입니다. 저는 공방이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와도 활발하게 작업해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합니다. 공방이 많은 브랜드와 협업하게 되면 생명력이 길어지고, 경쟁력 또한 강화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샤넬에도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샤넬은 유럽 각지에 27개의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공방과 그곳에서 일하는 장인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공방과 장인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각각의 공방에는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특화된 분야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상호 보완적으로 일하며,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각자 돋보이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스튜디오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즉 한 가지를 목표로 일을 합니다. 실례로, 최근엔 프랑스 파리 북동부 팡탱에 위치한 르마리에와 르사주공방이 함께 작업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이 두 공방의 전문 지식이 합쳐지면 놀라운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샤넬의 상징인 커스텀 주얼리를 탄생시킨 구쌍 공방 장인의 정교한 작업 모습.

봄베이, 로마, 잘츠부르크 등 전 세계의 도시를 주제로, 칼 라거펠트가 생각하는 가장 세계적 장소를 선정해 공방 컬렉션을 선보여왔습니다. 칼 라거펠트의 서거 이후 이 컬렉션을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샤넬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와 아트 디렉터 에릭 프룬데르(Eric Pfrunder)가 있습니다. 버지니는 다른 도시와 주제에서 영감을 받아 샤넬에 대한 자기만의 시선을 보여줄 것 입니다. 칼 라거펠트는 샤넬이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욱 자유롭고 힘차게 일할 수 있습니다.

사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에는 고충이 따릅니다. 거대한 패션 하우스인 샤넬이 큰 버팀목이겠지만, 때로는 큰 무게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샤넬은 공방 장인에게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공방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방은 대개 2세대에 걸쳐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통과 주특기, 노하우에 대해 잘 알기에 샤넬은 공방을 인수하면 가장 먼저 아카이브 수집 작업에 돌입합니다. 공방의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는 정말 경이롭습니다. 그런데 아카이브를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패션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카이브 작업은 현대사회에 꼭 필요합니다. 과거를 기록하고 담는 아카이브는 미래의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로, 아카이브 속 전문 지식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례로, 프랑수아 르사주(Francois Lesage) 공방과 처음 만났을 때 아카이브 작업을 제안하니 처음엔 난색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자산이 잘 활용되고 보존되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했습니다. 저는 아카이브가 공방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뿐 아니라 아카이브와 공방의 지식을 전수받은 장인 역시 중요합니다. 샤넬은 아카이브와 장인 모두 보호하고자 합니다.






샤넬의 또 다른 아이콘인 트위드 및 패턴을 혁신적인 자수 기술로 구현하는 르사주 자수 공방.

전 세계의 특정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감의 원천인 도시의 문화를 보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샤넬은 이미 여러 도시와 그 속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것을 수행했습니다. 2015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한 크루즈 쇼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컬렉션에 많은 영감을 주고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집트를 주제로 한 이번 공방 컬렉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방 컬렉션의 영감이 될 도시나 주제가 정해지면 다양한 문화의 가치를 지키면서 작업합니다. 특정 장소와 제품만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피터 마리노(Peter Marino)는 한국 작가에게 매장에 설치할 수 있는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뉴욕에서 부티크를 오픈할 때도 뉴욕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다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 플래그십 부티크에 한국 작품을 설치하면 그 도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2018년 9월 17일, 샤넬은 파리 19구에 위치한 스칸데르베스 광장에서 메종의 큰 프로젝트인 공방 전용 공간 프로젝트의 시공식을 진행했습니다.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여러 공방을 한 장소에 모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2020년에 완공할 이 건축물은 공방으로만 채울 것입니다. 장인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곳으로 이동할 공방은 패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더욱 좋은 작업 환경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최근엔 공방 간 협업이 자주 이뤄지는데, 한 장소에 공방이 모여 있으면 효율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공간이 파리 패션 산업의 중요한 메카가 되길 바랍니다. 신진 디자이너와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고,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찾아와 학문에 열중할 수 있습니다. 샤넬은 외부와 차단된 프라이빗한 공방을 원하지 않습니다. 함께 소통하고 대화하는 열린 공방이 되길 바랍니다. 이런 시도는 패션 산업에서 처음이며, 저 역시 기대가 큽니다.






뉴욕에 이어 서울의 중심부 성수동 S팩토리에서 열린 2018/19 파리-뉴욕 공방 컬렉션 쇼의 피날레 모습.

칼 라거펠트에 이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 시대가 열린 2019년, 샤넬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오픈 소감과 한국 마켓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샤넬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 경험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컬렉션이 나올 때마다 고객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마켓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저희는 지금도 배우는 중입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이후 지금까지 많은 고객이 찾아주셨습니다. 고객이 더욱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20년에 완공할 샤넬의 공방 전용 공간은 파리 19구와 오베르빌리에시 사이의 포르트 도베르빌리 중심가에 자리잡는다.

Dreams Come True, 공방 전용 공간 프로젝트
2020년, 샤넬의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칼 라거펠트는 패션과 럭셔리 세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구성원이자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로 공방을 꼽았다. 전통적이면서 혁신적인 전문 기술을 활용해 하우스의 레디투웨어, 크루즈, 공방 등 샤넬 컬렉션에 등장하는 모든 작품을 최고 수준으로 극대화하는 것이 공방의 힘이라는 이야기다. 칼의 표현처럼 샤넬에 공방의 존재는 필수이며, 창조적 패션 세계를 위한 큰 원동력이다.
2020년에 완공할 샤넬의 공방 전용 공간은 파리 19구와 오베르빌리에시 사이의 포르트 도베르빌리 중심가에 자리해 있다. 면적은 8926m²(2700여 평)로 지상 5층과 지하 2층 건물이며 표면적은 2만5454m²(7700여 평)다. 공간 설계는 프랑스의 그랑프리 국가 건축상을 수상한 뤼디 리치오티(Rudy Ricciotti)가 맡았다. 그는 콘크리트 소재의 선구자이자 강력한 옹호자로, 소재의 광물성을 고차원적으로 승화하는 것이 주특기다. 대표작으로는 마르세유 뮤셈(MuCEM, 마르세유 지중해 미술관), 루브르 이슬람 미술실, 파리 장 부앵 경기장(The Jean-Bouin Stadium) 등이 있다. 리치오티는 이 공간을 통해 패션계 장인들이 보유한 전문적이면서 학술적인 복잡성, 아름다움을 탄생시키는 소명에 대한 찬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건물 구조는 서로 다른 샤넬 공방의 영역을 한 장소에 불러 모으지만, 독립체로서 각각의 영역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 건축물은 둥글게 퍼낸 듯한 유연한 실루엣이 특징이며, 혁신적 콘크리트 소재를 사용했다. 특히 우아한 프레임에서 그동안 샤넬이 보여준 아름다운 텍스타일의 세계가 연상된다. 이와 함께 설계할 때 장인들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연 채광과 쾌적한 온도·습도에도 중점을 두었으며, 중앙부에는 녹색 공간을 마련해 건물을 둘러싼 내부 복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제공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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