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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5

플라스틱에 미래는 없어

한때 우리 가슴을 적신 “플라스틱에 밝은 미래가 있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나.

북태평양에 실제로 존재하는 한반도 7배 크기의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 이 섬의 95%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은 고전이 된, 1967년에 개봉한 영화 <졸업(The Graduate)>. 미래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주인공 벤에게 친척 어른 맥과이어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날린다. “한마디만 하마, 딱 한마디만, 플라스틱! 플라스틱에 밝은 미래가 있다.” 당시만 해도 기존 산업과는 다른 도전의 대명사로 가슴을 적신 단어 ‘플라스틱’. 맥과이어가 벤에게 주식의 블루칩 정보라도 되는 듯 던진 이 플라스틱으로 인해 1960년대 이후 세계 산업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현재 이것으로부터 인류가 위협받고 있다. 2019년 6월, 대한민국은 미세먼지로 난리다. 하지만 이보다 위협적인 건 따로 있다.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낯설어한다. 하지만 간단하다. 근처에 보이는 플라스틱 물건이 부서져 아주 잘게 조각난 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학계 기준에 따르면, 지름 0.2mm 이하의 것으로 이를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머리카락 두께나 그보다 작은 정도. 말이 ‘조각’일 뿐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다.
그런데 이게 왜 갑자기 문제냐고? 그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다. 수십 년간 쌓인 플라스틱 폐기물이 자연에 방치됐고, 그것이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물이나 식품 등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 10월 오스트리아 환경청과 빈 메디컬 대학교가 처음으로 인분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고, 올 1월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가 지하수 샘플 17곳 중 16곳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1 지난해 해양학자들에게 발견된 코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
2, 3 스웨덴의 어린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등교 거부 시위는 지난 1년 동안 세계 2000여 도시의 학생 주최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다. 바다와 강은 물론 수돗물, 생수, 맥주에도 들어 있고, 하루 종일 함께하는 책상 위 텀블러에도 숨어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국내산 굴과 바지락, 가리비 등 조개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패류 속살 100g을 기준으로 바지락에선 34개, 담치에선 12개, 가리비에서는 8개를 검출했다. 심지어 공기 중에도 떠다닌다. 우리가 미세먼지라 부르는 것의 일부는 미세플라스틱이다. 2017년 건국대학교 안윤주 교수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유리물벼룩의 알 83%가 부화하지 못하고 사멸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세계 학자들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몸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이면 환경호르몬 같은 화학적 독성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머지않아 핵미사일이나 지구 온난화, 외계인보다 더 인류를 위협할 거라고 말한다. 아직 그 유해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서 더 위협적이라고.
유달리 환경문제에 예민한 북유럽의 스웨덴에서는 17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녀는 지난해 가을부터 급격한 기후변화와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지구환경 파괴에 침묵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인 정치인과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의미로 등교를 거부했고, 이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는 곧 큰 파장을 일으켰고, 지난 2월 15일을 기점으로 열린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School Strike for Climate)’는 세계 125개국 2000여 도시에서 적극적인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학생 주최 시위로 번져나갔다.
얼마 후에는 전 세계 국가와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의 생존을 넘어 인류의 존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영국은 2020년부터 국가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한술 더 떠 내년부터 플라스틱 컵과 접시, 포크, 칼, 수저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판매 자체를 금지하기로 했다. 뉴질랜드와 방글라데시, 르완다도 여러 절차를 밟아 우리가 비닐봉지라 부르는 플라스틱 백 사용을 금지했다. 아프리카 케냐의 경우 비닐봉지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최대 3만9000달러(약 4500만 원)의 벌금이나 4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이처럼 국가가 나서니 전 세계 기업도 빠르게 태도를 개선하는 열의를 보였다. 영국 테스코는 플라스틱병을 반납하는 고객에게 일정 금액을 반환하며, 스웨덴 볼보는 2025년까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 목표치를 25%로 제시했다. 독일 아디다스는 6년 이내에 신발과 의류용품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부터 대형 백화점·마트·쇼핑몰과 165㎡ 이상 규모의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고객에게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세계의 학자들이 인류에 미치는 플라스틱의 악영향을 밝히는 동안 세상은 이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구와 인류를 좀먹는 플라스틱 사용 관행을 없애도록 유도해 다 같이 잘살아보자는 생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세계의 플라스틱 오염 사안을 완벽하게 해결할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말하면, 불가능하다. 이유?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83억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했으며, 지금도 매년 3억3000만 톤의 플라스틱을 만들고 소비되지만 재활용되거나 소각되는 건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 암울한 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 해도 205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현재보다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세상엔 아직 플라스틱을 완벽히 대체할 물질이 없다. 수술용 장갑 없는 병원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노트북 키보드는? 충격 완충재가 들어 있지 않은 택배 박스는? 매일 쓰는 스마트폰은? 심지어 플라스틱 포장은 신선 식품을 더 오래 보관하고, 유기물 쓰레기까지 줄여준다. 예로, 최근 식품 기업은 플라스틱 진공포장을 활용해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 유기물 쓰레기 자체가 비등하는 환경적 걱정거리임을 안다면, 결코 플라스틱을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코카콜라는 2012년 사탕수수로 만든 용기 ‘플랜트 보틀’을 발표했고, 2020년까지 모든 음료수병을 이것으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다.

영화 <졸업>의 “플라스틱에 밝은 미래가 있다”라는 대사는 세월이 흘러 예언이자 저주가 되었다. 반세기 동안 인류는 온갖 방법으로 석유의 여러 탄화수소 분자를 꼬고 잇고 붙여 음료수병으로, 바비 인형으로, 과자 포장으로, 커피잔으로 만들어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그 덕에 우린 골치 아픈 환경문제에 봉착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느냐고? 현재로선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해양에서 물고기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재사용하고, 그래도 안 되면 소각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에겐 폐기물과 관련한 오래된 기본 원칙과 바탕을 지키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이영균(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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