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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 ARTIST&PEOPLE

그는 왜 도시 속에 숨는가?

  • 2019-06-06

중국 미술가 류볼린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자신이 직접 작품에 출연하는 ‘하이딩 인 더 시티(Hiding in the City)’ 사진 연작으로 유명해진 작가다. 2005년, 베이징 예술가 마을 철거에 항의하는 뜻으로 직접 작품에 출연한 이후 지금껏 사회·환경 문제를 담아왔다. 지난 3월, 홍콩 아트 위크를 맞아 오버더인플루언스 갤러리(Over the Influence Gallery)에서 홍콩 최초의 개인전 <새로운 변화(New Change)>를 개최한 그를 만났다.

Colosseo No.2, 120×90cm and 90×68cm, 2017

류볼린을 사진가라고 소개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작품으로 선보일 뿐 아니라, 그 과정 또한 마치 퍼포먼스이기 때문이다. 이번 홍콩 전시 역시 여러 미술 장르가 결합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그룹 퍼포먼스 ‘노 블러드 (No Blood)’를 진두지휘해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는데, 이는 중국 전통 풍경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사람들이 직접 산수화가 되어 동서양을 잇는 홍콩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평양에서 촬영한 작품까지 다양한 사진과 장르가 등장한 이번 전시에 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27일까지 홍콩 오버더인플루언스 갤러리에서 열린 < New Change > 전시 전경.

평양에서 촬영한 작품 ‘슈퍼마켓’이 재미있습니다. 평양엔 왜 갔나요? 평양은 오래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곳입니다. 2018년 5월 평양에 가서 작품 연작을 제작했고, 6월 7일에 베이징으로 다시 돌아왔죠.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일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허락을 받아 진행한 촬영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평양 거리에서 작가 스스로 작품이 된 첫 번째 예술가가 아닐까요? 사진 작품 뿐 아니라 80분짜리 다큐멘터리 필름도 만들었습니다. 평양에서 저의 작품 제작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촬영해 다시 작품으로 만든 거죠. 최근 80분짜리 영상 편집을 마쳤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공개할 예정입니다.

당신의 사진 연작은 ‘하이딩 인 더 시티’, ‘타깃(Target)’, ‘해커(Hacker)’ 시리즈로 나뉩니다. 각 연작의 특징을 설명해주세요. 2005년 11월 16일, 중국 정부가 제 스튜디오를 강제 철거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저는 육체적 항거를 표현하는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그 작업이 ‘하이딩 인 더 시티’ 연작으로 발전했죠. 이후 중국 사회의 진보와 사회적 풍경을 많이 촬영했습니다. 2009년에는 중국 경제 발전 과정에 따른 식품 안전, 환경보호 같은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2012년부터는 공기 오염과 관련한 많은 사건이 있어 이를 작품에 담았고요. ‘타깃’ 시리즈는 2013년 중국 화학 공장 지역이 오염되면서 그로 인해 주민들이 암에 걸린 것을 보고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여러 지역이 ‘암마을’이라고 불리며 사회적 이슈가 되었지요. 주민의 수명에 많은 영향을 끼친 생산품과 화학 공장을 조사했는데, 지역 주민의 자연 사망률은 다른 지역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주민을 프로젝트에 초대해 사진을 촬영했어요. 작품에 등장할 지역 주민, 몸에 그림을 그려줄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인원이 필요해지면서 버스까지 대절해야 했죠. 이것이 영화 촬영같은 대규모의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같은 해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도 많은 사람을 촬영했습니다. 주민들은 반정부 부대의 무장 공격으로 죽음을 당할 위기에 놓였죠. 사람들의 움직임이 ‘대상(target)’이 될 것이기에 ‘타깃’ 연작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해커’ 시리즈는 어떤 것인지요? 웹사이트와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2015년 상하이 MD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때 해커에 관한 일련의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실제 해커를 고용해 제 작품 사진을 유럽 정부의 웹사이트에 끼워넣는 형식입니다. 원본 페이지를 찍은 후 해커의 기술을 빌려 웹페이지를 교체했습니다. 전시 이후 웹사이트는 여러 부분 수정되었고, 동시에 일부는 완전히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해커’ 시리즈에는 휴대전화 시대에 관한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우리는 기술, 예술 및 가상 사회가 앞으로 인류의 위기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니까요.

‘하이딩 인 더 시티’ 시리즈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변한 것은 무엇이며,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요? 시리즈를 시작한 지 14년이 지났습니다. 작가로서의 관점이 중국에서 확대되어 세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연작에서 내 몸은 개인이자 독립된 인격이며, 세상과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몸에 물감을 칠하는 행위는 토속신앙과 유사합니다.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기록하면서 변화가 필요한 이유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퍼포먼스, 영상, 사진 촬영으로 이루어지는 작품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힘들었던 작품은 무엇이었습니까? 작품 제작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추위, 비, 바람과 같은 것 말이지요. 햇빛도 진짜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힘든 것은, 작업을 방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제가 예술가로서 참아야 하고, 동시에 즐겨야 하는 것이죠.

상하이와 홍콩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아트 페어를 성공시키고 예술 도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검열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문화혁명 기간의 선전 문구를 이용해 정리 해고자에 관한 작업을 했습니다. 중국의 정치 선전과 교육, 선거, 가족 계획, 징병제와 각 시대의 주제별 슬로건에 관한 일련의 인물들을 연작으로 촬영했지요. 일부 작품은 공식 허가를 받았습니다. 중국 CCTV 같은 주요 미디어에서도 주목받았고요. 중국 정부는 제 작업에 열린 자세로 대응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문화 제국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통에 입각한 주류 문화를 확립할 필요가 있지요. 하지만 이것은 몇몇 예술가가 추구하는 방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예술가는 모두 각자 철학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1 Supermarket Pyongyang, Epson Ultra Giclee Print, 2018
2 No Blood Section 3, Epson Glossy Photo Paper, 120×160cm, 2019

최근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가요? 난민과 테러리즘입니다. 정치적 평화와 연결되는 에너지 문제 역시 큰 이슈입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근처의 람페두사 (Lampedusa)섬에서 촬영한 작품을 이번 홍콩 아트 센트럴(Hong Kong Art Central)에서 공개했습니다. 람페두사는 이민자 정거장이자 난민 출입구입니다. 이탈리아 경제 위기 전에 촬영한 것인데, 동물은 한 마리도 없고 키 작은 나무밖에 없는 삭막한 곳이죠. 올해 로잔과 예루살렘에 가는 이유도 평화와 관련 있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스위스 로잔 엘리제 미술관(Musee de l’Elysee)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올해 다시 초대받았습니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의 작업 계획은 또 다른 프로젝트입니다. 종교적으로 예민한 신전이 있는 곳이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겠죠.

당신은 직접 작품에 등장합니다. 그래서 ‘셀프 포트레이트 아티스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현대인의 셀피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1837년 카메라와 촬영 기술이 발명되면서 미술이 변화했습니다. 사진 기술이 구상을 추상으로 견인했죠. 사진이 너무 현실적이라 그림도 그렇게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촬영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뉴미디어에서도 셀피를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셀피가 사람들을 성스럽게 만들고, 슈퍼스타처럼 만들고 있지요. 무비 스타처럼 사진을 크게 현상하고 자신을 신처럼 생각하기도 하고요. 저는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지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셀피를 찍으면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데, 그 점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신디 셔먼, 야수마사 모리무라같이 자신이 직접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미술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작가가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예술가의 본능이에요. 제 경우는 제작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직접 출연한다는 작은 이유도 있습니다. 현대미술가보다는 반 고흐의 자화상을 더 좋아합니다. 반 고흐야말로 자화상의 대가지요. 반 고흐의 글에서 유추해보면, 그에게 창조는 자화상을 그리는 것과 같았다고 느껴져요. 자화상을 그리고, 색채를 입히고, 타협함으로써 천천히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자신의 영성과 소통하면서 그의 자화상은 고전적 전설이 되었죠.

케니 샤프, JR, 존 본 조비와 함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영감을 받았나요? JR은 친한 친구입니다. 2007년에 처음 만났고 뉴욕에서 첫 협업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그를 칠했죠. JR은 열정적이고 똑똑해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작품에 함께 등장해 두 번째 협업을 했습니다. 케니 샤프는 뉴욕 그라피티 아티스트 출신인 바스키아, 앤디 워홀과 비슷한 스타일의 작가입니다. 그들의 그라피티 스타일 아트는 제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평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을 통해 배웠죠.

몽클레르(Moncler), 메종 뤼나르(Maison Ruinart)와 협업해 상업적 프로젝트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현대미술은 자본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여러 브랜드와 협업했습니다. 몽클레르와의 협업은 그들이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빙산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선택했습니다. 메종 뤼나르는 유럽의 와인 기업으로 전통문화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와인과 예술의 긴밀한 관계는 저를 감동시켰죠. 때로는 협업 중간에 자본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창작하는 목적 중 자본이 제일 중요한 건 아니며, 프로젝트 완성이 우선이지요.

휴대전화 부속으로 만든 초록색 조각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는데, 작품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전공이 조각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더군요. 저는 조각가이기도 합니다. 조각과 사진은 마치 오른손, 왼손과 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휴대전화 부속으로 만든 조각의 얼굴은 페인팅으로 탄생한 상상 속 얼굴입니다. 2013년부터 조각 작품을 만들기 위해 휴대전화나 앱을 사용하기도 해요. 23대의 휴대전화로 만든 설치 작품도 있는데, 각각의 카메라가 순차적으로 서로의 스크린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에는 이미지가 없어요. 그저 서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요. 현대의 휴대전화는 전화기가 아니라 미디어입니다. 이 작품은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를 연상시키죠.

백남준을 존경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는요? TV의 상업적 이미지를 예술에 적용한 최초의 예술가라는 점이 특별합니다. 미술계의 슈퍼스타이기도 하고요. 휴대전화를 이용한 제 작품도 백남준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티스트라면 새로운 기술로 미래를 예측하고 사회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해요.




Village, 300×100cm and 200×66cm, 2013




Les Demoiselles D’Avignon, Epson Glossy Photo Paper, 120×120cm, 2018

류볼린
류볼린은 1973년 중국 산둥에서 태어나 산둥예술대학과 베이징 중앙예술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사회, 정치, 경제에 관심이 많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 퍼포머이자 사진가, 조각가로 세계를 누비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작품도 제작 중이며, 조만간 한국에서도 전시하고 싶다고 한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이소영(프리랜서)   사진 제공 류볼린, 오버더인플루언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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