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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 CITY NOW

장 미셸 바스키아와 사립 미술관의 명과 암

  • 2019-06-04

새로 개관한 브랜트 파운데이션이 <장 미셸 바스키아>전 티켓 5만 장을 전시가 열리기도 전에 팔아 치웠다. 하지만 이 기사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에 대해 말한다.

지난 3월 오픈한 브랜트 파운데이션

뉴욕 이스트빌리지.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유난히 눈에 띄는 황토색 건물 앞에 10여 명이 줄을 서 있다. 대리석으로 유려하게 마감한 1층 입구. 육중한 검은 철문이 평범한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문이 열리자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나와 무언가를 확인한 뒤 줄 서 있던 사람들을 건물 안으로 들여보낸다. 지난봄 뉴욕에서 가장 인기를 끈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전이 열린 브랜트 파운데이션(Brant Foundation) 앞 풍경이다.
출판 재벌 피터 브랜트(Peter Brant)는 컬렉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1년 코네티컷에 브랜트 파운데이션 아트 스터디 센터(The Brant Foundation Art Study Center)를 설립했고, 지난 3월 뉴욕에 두 번째 공간 ‘브랜트 파운데이션’을 열었다. 원래 전력 회사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Consolidated Edison) 건물이었고, 작가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가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피터 브랜트는 이 건물을 2014년에 사들인 뒤 레노베이션했다. 4개 층으로 구성한 전시 공간, 옥상과 아담한 정원이 있고, 건물 벽 일부는 통유리로 설계해 이스트빌리지를 조망할 수 있다.






브랜트 파운데이션 내부 정원과 루프탑.

브랜트 파운데이션이 개관 기념 전시로 준비한 <장 미셸 바스키아>전은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과 협업한 것으로 지난 3월 6일부터 5월 15일까지 열렸다. 바스키아 전문가 디터 부흐하르트(Dieter Buchhart)가 큐레이팅했으며, 전 세계 컬렉터와 미술관에서 빌려온 바스키아의 대표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파리의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에서 먼저 120점의 작품을 소개했고, 그중 70점이 뉴욕을 찾았다. 소더비에서 1억1050만 달러(약 1240억 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은 컬렉터 마에자와 유사쿠(Yusaku Maezawa)의 소장품 ‘무제’(1982)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적 회고전이 연대기적 구성을 따르는 반면, 이 전시는 ‘앤디 워홀과의 협업’, ‘재즈 뮤지션’ 등 소주제에 따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바스키아가 이스트빌리지 출신임을 감안하면 사실 이 회고전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런 오랜 기다림을 증명하듯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5만 장의 티켓이 매진됐다. 앞으로 이 정도 규모의 전시를 만나려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사실 일반 대중이 바스키아의 전시를 좀처럼 보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거리 미술가였던 바스키아의 작품이 오래도록 콧대 높은 미술관의 외면을 받아왔기 때문. 바스키아가 미술 시장 최고 인기 작가가 된 지금은 치솟은 가격 때문에 웬만한 미술관은 작품을 구매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전시를 위해 작품을 빌리기도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보험료와 운송료 때문이다. 결국 바스키아의 주요 작품은 부유한 컬렉터의 개인 컬렉션에 소속되어 대중과 만날 기회를 점점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트 파운데이션의 전시가 얼마나 반가운지 이해될 것이다.







<장 미셸 바스키아>전 전경.

이처럼 현대미술 시장이 과열될수록 컬렉터가 설립한 사립 미술관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진다. 그러나 사립 미술관을 향한 기대만큼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들이 누리는 막대한 세금 혜택 때문이다. 미국은 기부에 따른 세금 감면 제도가 발달했는데, 이는 컬렉터의 작품 기증을 유도해 대중이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최근엔 컬렉터들이 기존 미술관이 아닌 자신이 직접 설립한 사립 미술관에 컬렉션을 기증하는 걸 선호한다. 미술관의 대표가 되어 작품의 실질적 소유권을 행사하며 세금 감면을 그대로 받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많은 컬렉터가 사립 미술관을 세금 감면 수단으로 이용할 뿐 미술관 본연의 역할은 외면한다는 것이다.
가령 일반 대중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나 컬렉터의 자택 바로 옆에 미술관을 설립한 뒤 1년 내내 문을 닫았다가 아주 짧은 기간 전시하고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는 식이다. 심지어 자택에 작품을 설치하고 가까운 지인만 초대해 파티를 연 뒤 ‘전시’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사립 미술관의 행태는 많은 비판을 받았고, 코네티컷에 설립한 브랜트 파운데이션 아트 스터디 센터 또한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뉴욕 브랜트 파운데이션 오픈이 의구심 어린 시선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컬렉터들이 받는 세금 감면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대중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대중은 그에 부합하는 예술적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세금 감면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립 미술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대중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간, 적절한 전시나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관련 정부 기관이나 미술 전문가들 사이에 이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솔직히 빠른 시간 내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진 않다. 하지만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이나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Morgan Library & Museum) 또한 개인 컬렉션으로 시작해 지금은 뉴요커에게 사랑받는 예술 공간이 되었음을 기억하자.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들어서는 많은 사립 미술관 또한 언젠가는 명실공히 대중을 위한 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올 것이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영균
황진영(Jin Coleman Art Advisory 대표)   사진 제공 브랜트 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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