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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9

Hey Beatles!

뮤지션 김종진이 회상하는 비틀즈, 그리고 몽블랑 애호가 김종진이 쓴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비틀즈 스페셜 에디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으로 꼽히는 비틀즈의 에서 영감을 받은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비틀즈 스페셜 에디션’. 비틀즈 멤버들의 콧수염을 그려 넣은 클립이 포인트다.

나의 중학교 2학년 시절에는 라디오가 대유행이었다. 그만큼 채널도 다양했는데, DJ 박원웅이 틀어주는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해 밤새 듣다가 카세트플레이어를 베개 삼아 잠들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주말 오후에는 주한미군방송(AFKN)과 함께했다. “American Top 40!”라는 힘찬 멘트와 함께 시그널 뮤직이 나오고 DJ가 속사포처럼 팝송을 소개하는데, 나는 그 영어를 들리는 대로 한글로 적어 나만의 음악 차트를 만들었다. 또 음악 잡지 <월간 팝송>을 정독하며 가수 이름을 달달 외우기도 했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지난 음악 차트에서 눈에 띄는 곡을 살피며 이번 주 차트 순위를 예측해보는 데 쏠쏠한 재미를 느꼈다. 이렇게 친구들과 같이 신곡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게 학창 시절의 일과였다.
우리 무리를 곁눈질하며 콧방귀를 뀌던 한 녀석과 눈이 마주친 건 초여름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그 녀석은 우리 반 반장으로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위 공부만 하는 ‘샌님’이라 팝송을 논하던 우리 무리에 끼워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하굣길에 그 녀석과 마주쳤다. “너 아까 우리 얘기하는데 웃더라?” 내 말에 반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한 술 더 떠서 “뭐,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을 테니까 괜히 그랬겠지”라고 핀잔을 줬는데 그 녀석이 대뜸 “야! 그게 무슨 음악이냐? 애들 장난이지!”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베이 시티 롤러스, 도나 서머, 그런 음악이나 듣고 있으니 진짜 음악을 모를 수밖에”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진짜 음악이라고?’ 문득 ‘진짜 음악’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나는 “우리집에 오면 들려주겠다”는 녀석의 말에 집까지 따라갔다.






몽블랑 애호가인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반장은 (당시 흔치 않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방에는 근사한 전축이 있었다. 녀석이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리고 들려준 곡은 비틀즈의 ‘I Want to Hold Your Hand’였다. “쟈자자 장~ 쟈자자 장~” 기타와 드럼으로 시작하더니 곧이어 “Oh yeah, I’ll tell you something~” 경쾌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때렸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셨지만,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며 끝까지 그 음악을 듣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비틀즈는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다. 세상을 받치는 의자 다리처럼 넷 중 어느 한 명도 빠지면 안 되는 그룹이다. 비틀즈 음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처럼 변화무쌍하고 거대한 삶의 희로애락이 있다. 해가 쨍쨍하다가 어느 날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그러다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드는가 싶더니 금세 봄기운은 사라지고 길거리는 낙엽으로 뒤덮인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아이처럼 즐겁다가도 나를 품어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기분이랄까? 그날 반장이 들려준 비틀즈의 연주와 노래에는 이 모든 감정과 계절의 변화가 다 들어 있었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새로운 음악….
다음 날부터 쉬는 시간이 되면 반장 옆에 붙어 앉아 멤버들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는지, 제5의 멤버가 프로듀서 조지 마틴인지 키보드 플레이어 빌리 프레스턴인지,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앨범 사진은 누가 찍었는지 등등 비틀즈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장 책상 위에 놓인 보라색 만년필이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 중학교 입학 선물은 주로 구두와 만년필이었다. 우리 집은 내가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딱 봐도 동네 문방구에서 제일 값싸 보이는, 길이도 짧아서 뚜껑을 뒤에 꽂아야 손에 겨우 잡히는 만년필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반장의 만년필은 번쩍번쩍 광이 나는 외제로, 잉크도 술술 잘 나왔다. 공부 잘하는 애한텐 만년필도 좋은 걸 선물하는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았는데 반장의 만년필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내 짧은 만년필을 꺼내 알파벳을 써보고 한용운의 시를 끼적이다가 그만 뿔이 나 꾹꾹 눌러 썼다. 힘을 조금 가했을 뿐인데 펜촉이 슬그머니 벌어지더니 이후에는 아무리 써도 잉크가 나오질 않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마루로 나가, 고장난 만년필을 지붕 너머로 휙 던지면서 “잘 가라!” 소리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비틀즈의 ‘Michelle’을 틀고 카세트테이프에 귀를 댔다. “Michelle~, Ma Belle….”






1 영국 벨페스트 더 킹스 홀(The King’s Hall)에서 공연하는 조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
2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위에 비틀즈 멤버 얼굴이 그려진 몽블랑 비틀즈 에디션 유선 노트. 소장 가치가 높다.
3 만년필과 짝을 이루는 ‘싸이키델릭 퍼플’ 컬러의 몽블랑 비틀즈 에디션 병잉크 50ml.

나에게 비틀즈를 알려준 반장은 외교관이 되어 세계를 누비고 있다. 오히려 내가 대학 입시 때 책상에 ‘S대 정치외교학과 4당 5락’ 문구를 붙여놓고 공부하던 외교관 지망생이었는데, 지금은 새벽 4~5시 넘어 잠드는 뮤지션이 됐다. 반장은 지금 음악을 쏠쏠하게 즐기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찬이나 부드러운 분위기가 필요한 자리에서 팝송 가사로 영어를 공부하던 기억을 살리곤 해. 추억의 명곡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다들 그때로 돌아간 듯 빗장을 풀고 금세 친해지거든.”
2017년, 몽블랑에서 비틀즈 스페셜 에디션이 나왔다. 노랑, 분홍, 초록, 스카이 블루 등이 섞인 사이키델릭한 원색 보디. 상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색상을 보고 있자니 문득 원색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 Yellow Submarine > 뮤직비디오가 떠올랐다. 또 언제든 비틀즈를 처음 알았던 그 시절로 돌려보내줄 것 같은 몽환적인 바이올렛 잉크와 짝을 이루고 있다. 어쩌면 그 친구에게 이 만년필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윗주머니에서 펜을 뽑아 사인을 하는 것만으로도 딱딱한 자리가 화기애애해지고, 누구나 바라만 봐도 그 매력에 빠지고 말 것 같은, 외교관에게 어울리는 비틀즈 만년필. 동시에 그 펜촉으로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면 세계적 명곡이 탄생할 듯한, 뮤지션에게도 어울리는 만년필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비틀즈에 얽힌 우리의 추억을 되살려준다는 점. 나와 반장, 아니 우리 모두를 친구 방의 전축 앞으로 데려다주는 만년필이다. 반장이 올 연말에 한국에 온다고 한다. 그때 강남의 한 LP 바에서 만나 그 친구가 선곡한 비틀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다.
문의 1670-4810



 

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스페셜 에디션 ①
비틀즈×김종진

1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몽블랑은 2009년부터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특별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매년 그레이트 캐릭터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해왔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밴드 비틀즈를 기리는 ‘비틀즈 스페셜 에디션’과 뮤지션 김종진의 만남을 시작으로, <아트나우>가 그레이트 캐릭터 에디션 시리즈와 문화계 인사를 함께 소개한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김종진(뮤지션)   사진 제공 몽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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