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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7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오랫동안 예술은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겨졌다. 톤코하우스의 수장 로버트와 다이스도 마찬가지다. 두 애니메이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한한 상상을 펼치게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왼쪽부터_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와 로버트 콘도.

톤코하우스(Tonko House)는 픽사의 핵심 멤버인 로버트 콘도(Robert Kondo)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Daisuke Dice Tsutsumi)가 독립해 2014년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그리고 이들의 첫 단편 애니메이션 <댐 키퍼(The Dam Keeper)>는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노미네이트를 비롯해 20여 개의 상을 휩쓸었다. 가장 성공한 신생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 불리는 톤코하우스가 8월 31일까지 청담동에서 전시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를 개최한다. 오픈 첫날부터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북적였고, 그 인파 속에서 관람객과 대화를 나누는 로버트와 다이스를 만났다.

전시 오픈 첫날인데 벌써 많은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드로잉 룸에 계시던데, 두 분도 뭔가 그리셨나요? 로버트 그럼요. 관람객이 우리 그림을 찾아보게끔 아주 작게 그렸어요. ‘찾는다’는 행위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이번 전시의 목적 중 하나는 호기심 증폭인데, 드로잉 룸이 그 일환이죠. 감상만 가능한 전통적 전시에서 한 발 나아가 관람객이 느낀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전시장 한쪽을 드로잉 룸으로 꾸몄어요. 전시에 드로잉 룸을 만든 건 우리로서도 첫 시도라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참여도가 높아 감동받았습니다(드로잉 룸은 관람객의 그림으로 빼곡했다). 다이스 저 또한 첫날부터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방문할 줄 몰랐습니다. 한국 전시와 관람객은 여러모로 놀라움의 연속이에요.

픽사에서 처음 만나셨죠? 두 분에게는 식상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서로 첫 인상은 어땠나요? 로버트 다이스는 미국 애니메이션업계에서 명성이 높아요. 그가 픽사에 합류한다는 소식은 직원들 사이에 큰 이슈였죠. 한껏 기대하고 만났는데, 생각보다 키가 작아 실망했어요.(웃음) 처음 보자마자 재능 많고 그릇이 큰 다이스와 함께 일하고 싶었고, <토이 스토리 3>, <몬스터대학교> 등 모든 프로젝트를 함께했습니다. 첫인상은 당연히 좋았어요. 다이스 픽사 입사 전 <라따뚜이> 애니메이션 북에서 로버트 콘도라는 이름을 봤어요. 일본 사람임을 알아채고 그를 기억하고 있었죠. 물론 픽사의 여러 애니메이터 중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친구라는 것도 익히 들었고요. 그리고 보통 일본계 미국인은 키가 큰 편인데, 로버트는 저랑 체구가 비슷해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리낌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걸 보니 허물없는 사이 같아요. 그래서 픽사에서 독립도, 톤코하우스 설립도 함께할 수 있었나 봐요. 로버트 정확히는 <댐 키퍼>가 계기였죠. 우린 수많은 픽사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른 의견을 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댐 키퍼> 스토리를 짜면서 저와 다이스의 의견이 계속 엇갈렸죠. 일반적으로 의견 불일치를 적신호로 보지만, 결코 아니에요.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자신 있게 ‘No’라고 외쳐야 최상의 결과를 낼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제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다이스에게서 ‘독립’이라는 모험을 함께할 최고의 파트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다이스 처음 픽사에 합류했을 때 꽤 높은 직책을 맡았어요. 제게 쏟아지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즈음, 로버트가 가장 먼저 환한 얼굴로 다가왔죠. 그때부터 서로 끈끈한 뭔가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같이 성장하려면 이런 사람과 해야겠다 싶었어요.

톤코하우스로 독립한 뒤 첫 단편 애니메이션 <댐 키퍼>를 발표했어요. 이듬해인 2015년 <댐 키퍼>는 아카데미 영화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첫 시작이 비교적 순조로웠어요. 로버트 <댐 키퍼>를 처음 공개했을 땐 거절의 연속이었어요. 많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출품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미안하다”였죠. 한때는 ‘우리가 원해서 만든 작품을 세상이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댐 키퍼>를 평가하는 시선이 조금씩 바뀌었고, 그 정점을 찍은 게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였습니다.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톤코하우스의 첫 단편 애니메이션 <댐 키퍼>. 피그와 폭스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댐 키퍼>는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피그’와 전학생 ‘폭스’가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둘러싼 여러 사회문제가 많은데, ‘왕따’를 전면에 내세운 건 일본 이지메의 영향일까요? 다이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왕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는 전 세계적 현상이에요. 그리고 따돌림만큼이나 <댐 키퍼>에서 중요한 건 피그의 성장입니다. 극 후반부에 피그가 폭스의 행동을 오해하고 버럭 화내는 장면이 나와요. 곧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은 피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폭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서 더 단단한 아이로 성장하죠. 사회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며 다른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우리의 모습을 피그에 투영한 셈이죠.

혹시 두 분이 스스로 닮았다고 생각하는 <댐 키퍼>의 캐릭터가 있을까요? 다이스 톤코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만들 때 우리 또는 지인의 성격을 반영해요. 그렇지 않으면 현실감 없는 뻔한 캐릭터로 전락하거든요. <댐 키퍼>에는 크게 네 가지 캐릭터가 나와요. ‘피그’와 ‘폭스’, 피그를 괴롭히는 ‘히포와 크로커다일’ 그리고 따돌림을 지켜보는 많은 ‘방관자’. 이 모든 캐릭터에 우리의 모습이 조금씩 있어요. 모든 사람에게는 피그처럼 나약하지만 한편으론 성장을 다짐하는 강인함, 폭스와 같은 따스한 마음, 용기 내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 그리고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히포와 크로커다일 같은 짓궂은 면도 있죠. 저와 로버트도 예외는 아닙니다.

톤코하우스라는 스튜디오 이름을 보는 순간 두 분께 <댐 키퍼>가 정말 의미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어로 ‘톤’은 돼지, ‘코’는 여우를 뜻하니까요. 로버트 솔직히 말하면, 스튜디오 작명이 제일 어려웠어요. 리스트까지 만들 만큼 후보가 많았는데, 이미 그 이름을 사용하는 스튜디오들이 있더군요. 그래서 둘 다 ‘톤코하우스’를 마음에 들어한 걸 알았을 때 굉장히 기뻤고, 바로 스튜디오 이름으로 결정했죠. 물론 우리가 함께하게 된 계기인 <댐 키퍼>의 두 주역, 피그와 폭스가 이름의 일부가 되길 바라기도 했고요. 다이스 톤코하우스에서 톤코 못지않게 ‘하우스’도 중요해요.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코퍼레이션 등으로 정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우리 스튜디오에서 편안함을 느끼길 바랐기에 하우스로 결정했죠. 집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의 상징이잖아요. 관람객이 톤코하우스라는 안전하고도 예술적인 공간에서 호기심을 증폭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우리의 비전과 하우스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톤코하우스를 설립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설립 당시 상상한 5년 후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할 때 비슷한 면이 있나요? 로버트 지금 톤코하우스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뻐요.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새로 설립한다는 건 정말 큰 모험이니까요. 돌이켜보면, 특히 톤코하우스 팀원들이 자랑스러워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작업하는 환경을 중요시하는데, 팀원들과 그런 관계를 잘 형성해온 것 같아요.

그렇다면 5년 후의 톤코하우스를 예측한다면요? 다이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들과 협업 할 수 있길 바라고, 한국에 올 일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앞으로 더 성장하는 톤코하우스가 되겠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겠죠? 로버 톤코하우스는 <댐 키퍼>의 시리즈화, 영화화 그리고 전시, 필름 페스티벌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은 이 모든 게 도처에 산재해 있는데, 큰 스튜디오를 설립해 모든 프로젝트를 하나의 장소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싶어요.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JK(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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