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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 LIFESTYLE

Bring Art to Life

  • 2019-05-20

노블레스 컬렉션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오는 5월 30일 개최하는 <분위기>전에서 독창적 인물화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서동욱 작가를 소개합니다.

서동욱
서동욱의 인물화는 극사실주의와 추상화 사이 어디쯤에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동욱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예술에서 스타일이란 방법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향기여야만 하고, 한 명의 예술가가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은 평생을 통해서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서동욱 작가 노트 中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작품 ‘아침-침실-MJ’를 좋아합니다. 비몽사몽인 인물의 표정이 전날 무엇을 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거든요. 아침이 아닌 전날 밤을 그린 게 맞아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날 밤의 실수나 과음을 후회하는 모습이죠. 이처럼 요즘은 인물보다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처럼 화면을 연출하고 있어요. ‘시간-장소-인물’ 같은 작품 제목도 영화 시나리오에서 신 넘버를 기재하는 방식을 차용한 거죠.

한데 작품 속 인물이 하나같이 뭔가 허망하고 기운 없어 보여요.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어두운 측면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이유에서요?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게 예술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인간은 타인에게 내면의 어둠을 보이지 않으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쉽게 자기 연민에 빠지는 나약한 존재죠. 한 꺼풀만 벗기면 감춰진 이면이 드러나는데, 그 순간을 포착하고 캔버스에 담는 게 제 회화의 핵심이에요. 또 기질상 사람의 어두운 면모를 선호하기도 하고요.(웃음)

지금까지 주로 20~30대 인물을 그리셨습니다. 요 근래까지는 자화상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저를 20~30대에 투영했어요. 단어로 정의하면 ‘청춘 시절’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잖아요. 저도 나이가 드니 예전처럼 20~30대의 감정에 깊숙이 달라붙지 않았고, 그들이 점점 하나의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농담처럼 하는 말인데, 앞으로는 성공한 중년 남성의 고독을 그려볼까 해요. 제가 느끼는 ‘감정’을 캔버스에 담는 건 여전하지만, 대상이 바뀐다는 점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꾸준히 인물화를 그리시는 반면, 자화상은 흔치 않더군요. 화면 속 인물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서일까요? 인물화는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몰입할 수 있는데, 자화상은 제 자신이 모델이니 쉽지 않죠. 그렇다고 자화상을 꺼리지는 않아요. 구상 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시간을 두고 관찰하는 건데, 그 변화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제 자신이니까요. 그만큼 제게 자화상은 중요한 테마예요. 귀띔하자면,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에서 자화상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HP, Oil on Canvas, 80.3×100cm, 2019, \7,000,000

인물화는 크게 극사실주의와 추상화로 나뉩니다. 한데 작가님의 인물화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듯해요. 극사실주의라기엔 붓 터치가 살아 있고, 추상화라기엔 인물 형태가 명확하죠. 두 화파의 경계에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정확히 보셨네요. 제 작품에서는 그 지점이 굉장히 중요해요. 작업 과정을 짧게 설명하면, 연출된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립니다. 한데 사진을 보고 그리면 결과물이 자칫 사진 같은 매끈한 이미지로 나올 확률이 높아요. 회화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에요. 이미지에서 회화로 넘어가기 위한 ‘재해석’ 과정이 필수인데,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붓 터치’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회화의 중점은 붓 터치에 있다고 여겨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회화적’이라는 개념의 핵심이자 작가의 시그너처가 되고 작품의 퀄리티를 판가름하는 유일한 존재죠. 또 회화는 다른 장르와 달리 얼마나 ‘잘’ 그리는지가 중요한데, 붓 터치는 작가의 테크닉을 가늠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잘하는’ 사람이에요. 그림을 잘 그리거든요.





회색 벽 앞에 JE, Oil on Canvas, 90.9×65.1cm, 2019, \5,000,000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라는 작가님의 태도에서 자신감이 느껴지네요. 잘 그린다고 믿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요. 앞서 말한 붓 터치와 같은 맥락으로 회화에서 작가의 테크닉도 중요해요. 제가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 시대에서 회화가 지닌 가치’와 ‘회화가 하나의 단순한 이미지로 보이지 않으려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해왔는데, 작가의 손 기술에서 정답을 찾았죠. 작가의 테크닉이 결국 작품의 스타일을 만들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언제나 붓 터치와 테크닉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해왔어요. 사실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하려면 제가 기술적으로 부족하지 않아야죠. 저는 학생 때부터 피나는 연습을 해왔기에 자신 있게 ‘잘 그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JE, Oil on Canvas, 91×116.8cm, 2019, \10,000,000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예술가의 생각도 바뀐다. 끓어오르는 열정, 예리한 감각,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도 유연하고 완벽한 기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뛰어난 화가라면 테크닉의 한계 때문에 생기는 표현의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림이 어렵다.”
- 서동욱 작가 노트 中

2005년부터는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동욱의 시그너처인 인물이 빠져 있거나, 아주 작게 들어가 풍경을 강조한 회화요. 누구나 일탈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제게 풍경화는 그런 존재예요. 인물화는 모델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형태를 구체적으로 그려야 하지만, 풍경화는 형태가 명확하지 않아도 컬러를 다채롭게 사용하거나 물감의 물성을 강조하는 등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죠. 붓 터치도 다양하게 해보고, 색에도 큰 변화를 주는 등 여러 회화적 욕구를 풍경화를 통해 해소해요. 작품 사이즈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작가로서 큰 작품에 대한 열망이 있는데, 이를 풍경화를 통해 실현하죠. 인물화는 모델이 실제 사람보다 크면 기념비적 느낌을 자아내 사이즈에 한계가 있거든요.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찬가지로, 실내에 있는 인물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은 회화 위주예요. 총 9점을 출품하고, 그중 신작은 주로 담배 피우는 인물에 초점을 두었어요. 아주 오래전 담배 연기가 자욱한 장면을 그렸는데, 그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자화상도 출품할 계획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BH, Oil on Canvas, 145.5×112.1cm, 2019, \12,000,000

모든 작품이 중요하겠지만, 출품작 중에서도 전시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있나요? 네. 한 여자가 아이폰이 놓인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전화를 받지 않는 JE’ 입니다. 여자는 인형으로 느껴질 만큼 표정이 없고 자세는 경직돼 있죠.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는데, 당신은 그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다”라는 제 디렉션과 연출에 따른 결과입니다.

일전에 “서동욱만의 회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서동욱만의 회화를 구축하실지 궁금합니다. 계속 인물 위주의 작품을 할 거예요. 서양 회화는 크게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인물화는 역사가 깊은 장르죠.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인물화를 진지하게 다룬 작가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꾸준히 인물을 그리며 한국의 인물화 장르 안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또 한 사람의 인생을 회화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한 인물이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노화하는 과정을 그리며, 그 사람의 인생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느낌이 되겠죠?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진행 노블레스 컬렉션팀   사진 박원태(작품), 황우섭(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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