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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9 FEATURES

NOBLELOG

  • 2019-05-08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흐름에 대한 여섯 명의 시각.



배려의 건축, 배려의 디자인
배려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멋짐의 근본이며, 배려하는 사회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사회다. 일상의 미학이 시각적인 것이 아닌, 배려하는 태도에서 나올 순 없을까? 얼마 전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 작은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건축가의 건축가’라 불리는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강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산에 자리한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에서 열린 영국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의 전시였다. 페터 춤토르는 건물에 담긴 소리나 온도, 주변 장소 등에 관심을 보이며, 재료가 지닌 본질적 속성과 장소의 관계에서 공간에 근원적 분위기를 만드는 건축가다. 재스퍼 모리슨은 평범한 일상의 사물을 새롭게 지각하는 방법으로 평범함의 본질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다.
그릇, 가방, 볼펜, 의자 등은 모두 생활 도구다.
이런 도구가 사람들의 생활을 배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재스퍼 모리슨은 평범한 쓰임새의 것들이 모양에 치중해 디자인한 제품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깨닫고 슈퍼 노멀(Super Normal)을 생각하게 되었다. 슈퍼 노멀은 평범함 속에 숨은 감동을 찾는 디자인 태도이자 방법론이다. 그는 파리의 한 고물상에서 뭉뚝한 앤티크 와인잔을 발견하고 몇 년간 사용하면서, 그 잔이 지극히 소박함에도 식탁에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발견했다. 뭔가 곁에 두고 싶으면서 주변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본분을 다하는 종류의 물건을 찾거나 만드는 것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는 과거의 장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자나 그릇 등을 남과 차별화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잘 쓰일지에 집중하는 태도와 유사하다. 2006년 일본과 영국에서 슈퍼 노멀 전시를 함께한 후카자와 나오토(Naoto Fukasawa)는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성공시킨 디자이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지시나 표시 없이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행동 디자인을 중요한 디자인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 철학에도 매뉴얼 없이 직관적으로 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스며 있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제품의 심플함은 직관을 효과적으로 돕는 방법일 뿐이다.
논산에 자리한 윤증고택을 답사한 적이 있다. 안채에서 사당으로 건너가기 위해 마당을 지나는데, 빗물에 마당이 움푹 파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마 아래에 콩보다 작은 자갈을 흩뿌리고 나머지 부분은 흙을 깔아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자갈을 일정한 폭으로 깔아 멋지게 선을 만들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순간 이것을 수백 년간 매일 청소하는 사람과 사당에 인사하러 가는 사람에게는 참 성가신 일이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작은 돌을 흩뿌려 시각적으로 방해하지 않고도 마당이 파이지 않는 기능을 다하는 것에 감탄했다. 이런 것이 바로 ‘배려의 디자인’이 아닐까.
춤토르와 모리슨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일상의 평범함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집이나 물건의 본질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점이다. 또 주변 환경과 사람들에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배려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좋은 일상이란 결국 ‘오랜 친구’ 같은 것이다. 일상이 늘면서 추억도 쌓이고 아끼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것. 물건이든 집이든 사람이든 첫눈에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진가는 오래도록 사용하면서 알게 된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면서 알아챌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칭찬을 바라지 않는 태도. 이것이 배려의 디자인이 아닐까. 빠르게 변화하고 남보다 특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요즘 ‘배려라는 형식’의 건축과 디자인은 아름다운 미래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다.

김대균 착착건축사무소 소장. 인문학을 바탕으로 보편적 세심함을 추구하는 것을 건축적 방향으로 삼고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집을 그린다. 대표작으로 고령성당, 천주교서울대교구 역사관, 이상의 집 레노베이션 등이 있다.







네 멋대로 해라, 1990년대생 아티스트
1990년대 태어난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미디어를 경험하게 되는 10대 초·중반에 이미 아이팟과 유튜브, 스마트폰을 경험했다. 레거시 미디어보다 뉴미디어가 익숙한 이들 가운데 그야말로 ‘새로운’ 아티스트가 눈에 띄는 건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하다. 그중 주목할 만한 젊은 음악가를 추려보았다.

빌리 아일리시(2001년생)
현재 음악계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 밀레니얼 세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음악가. 2001년에 태어난 빌리 아일리시는 2016년 음악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Ocean Eyes’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BBC에서 선정하는 ‘Sound of 2018’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2019년 2월에 발표한 ‘Bury a Friend’는 유튜브에서 1억 뷰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데 비디오 세대의 보편적이지 않은, 유니크한, 이상한 감각을 대변하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에는 CG 작업을 하지 않는다.

마세고(1993년생)
본명은 미카 데이비스로,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이다. 그러나 재즈에만 국한하지 않고 솔, 펑크, 레게, 힙합, 전자음악을 모두 아우른다. 소위 ‘트랩 하우스 재즈’라 불리는 장르의 대표 주자로, 주로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뒤에 소개하는 FKJ와 처음으로 협업한 ‘Tadow’는 10억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에서만 활동하는데도 각종 페스티벌에 초대받는 것을 보면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FKJ(1991년생)
FKJ는 ‘프렌치 키위 주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프랑스 음악가다. ‘New French House’라는 장르를 개척한 사람 중 하나로, 2012년 프랑스 인디 레이블의 명가 ‘Roche Musique’에 합류했다. 현재 가장 창의적인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사실 정규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영화의 음향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가 독학으로 작곡과 프로듀싱을 배운 그는 즉흥적 리듬과 고난도 라이브 퍼포먼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젊은 음악가들과의 협업으로 유명하다. 그중 2017년 마세고와 협업해 유튜브에서 발표한 ‘Tadow’는 젊은 재즈 음악가 마세고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테사 바이올렛(1990년생)
유튜브가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갖기 전인 2007년부터 유튜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7세였다. 태국, 홍콩에서 패션모델로도 활동했고, 2008년에는 서울에서 잠시 지내기도 했다. 초기에는 여러 주제를 다뤘지만, 2014년부터 음악에 집중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자작곡을 발표했다. ‘The Living Room Tour’라는 이름으로 미국 동부를 여행하면서 라이브 쇼를 제작한 경력도 있다. 2018년 6월에는 싱글 ‘Crush’를 발표해 유튜브에서 하루 만에 16만 조회 수를 기록,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 소속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로라(1996년생)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로, 스스로 빌리 아일리시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데, 동화적 아름다움 속에 소름 끼칠 정도로 잔혹한 감각을 전달한다. 2015년 2월에는 첫 싱글 ‘Runaway’가 영국에서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6주 만에 스포티파이 600만 스트리밍을 넘기며 기록을 세운 것. 성공은 유튜브로도 연결되었다. 유튜브에서는 자신의 곡이 아닌 오아시스의 ‘Half the World Away’나 데이비드 보위의 ‘Life on Mars’ 등 커버곡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온라인 게임 FIFA 16, 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 등 사운드트랙에 곡을 실으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차우진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저술가로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등의 책을 냈다. 현재 ‘스페이스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와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







미디어 제왕 디즈니사, 극장을 넘어 디지털 점령 준비 완료
최근 월트 디즈니사가 약 80조 원에 21세기 폭스를 사들였다. 총 713억 달러(약 80조5620억 원)에 루퍼트 머독의 21세기 폭스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한 것. 사실 이 딜은 2017년 11월에 이뤄졌다. 월트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우리에게 특별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며, 우리 회사와 주주들을 위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고, 디즈니와 폭스의 창조적 콘텐츠와 재능을 결합하면 놀랍도록 역동적이고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사는 이번 인수로 21세기 폭스의 <아바타>, <엑스맨>, <아이스 에이지>, <심슨가족> 등 판권을 확보했다. 이 밖에 팬들은 21세기 폭스가 소유했던 <엑스맨>, <판타스틱 4>, <데드풀> 등 마블 세계관과의 만남을 기대할 듯하다.
질문 하나. ‘과연 월트 디즈니사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것이 그들의 핵심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 재산)를 원해서일까?’. 디즈니사는 북미에서 진행 중인 OTT 서비스 ‘훌루’의 지분 30%를 포함해 21세기 폭스가 소유한 영화, TV, 스튜디오 등 대다수를 흡수했다. 21세기 폭스는 이제 자산 중 미국 내 뉴스, 스포츠 채널 일부만 남았다. 훌루의 지분은 월트디즈니사의 ABC, 21세기 폭스, 컴캐스트의 NBC가 각각 30%씩, AT&T의 워너미디어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디즈니사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며 추가 지분 30%를 확보, 총지분 60%로 명실 공히 최대 주주가 됐다. 미국 OTT 시장의 대표 주자는 넷플릭스로, 미국 내 가입자만 6000만 명이 넘는다. 60%에 가까운 가구가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OTT 서비스는 훌루다. 가입자는 아직 넷플릭스에 못 미치는 250만 명이지만, 불과 1년 만에 50% 이상 증가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즈니사는 이제 그런 훌루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 디즈니사의 다음 타깃이 명확해진다. OTT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초석으로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것이다.
사실 디즈니사는 2013년에 제작한 영화를 3년간(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서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디즈니사가 영화 시장에서 가장 큰 흥행을 거둔 기간과 겹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내 영화 매출은 15억 달러였지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매출은 28억 달러였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디즈니사의 영화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디즈니사는 큰돈을 벌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2019년 이후 넷플릭스에서 모든 디즈니 콘텐츠를 거둬내고 자체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가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결국 디즈니사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또 다른 이유는 넷플릭스라는 OTT 공룡과 싸우기 위한 콘텐츠 확보와 차별성이다. 디즈니사의 연간 매출은 66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영화 사업은 전체 매출의 17% 정도를 차지한다. 실제로 디즈니사에서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것은 방송 사업이다. 약 27조 원 규모로 전체의 41% 정도 차지한다. ABC, Disney, ESPN 채널이 디즈니사의 캐시카우다. 그 다음은 의외로 리조트 사업이다. 디즈니랜드는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최근 오픈한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리조트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연간 23조 원 정도의 매출로 34%를 차지한다. 3위는 영화 산업이다. 마지막은 컨슈머 프로덕트 분야로 5조 원의 매출로 7.8% 정도 차지한다. 디즈니사는 영화 사업이 당장 망한다 해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 기업에 비해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출시되면 영역은 더욱 확장된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알렉시아 쿼드러니는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는 앞으로 미국 내 4500만 명의 가입자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1억6000만 가입자를 확보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들의 싸움은 결국 고객에겐 이득으로 연결된다. 좋은 콘텐츠가 활발히, 저렴한 가격에 풀리는 시대는 미디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에서 비롯될 것이다.
김조한 미디어 공부가 취미인 남자. 좌우명은 ‘배워서 남주자’. 미디어 가이 혹은 미디어 흥선대원군으로 살고 있다. 현재 공앤컴퍼니 아잇 사업팀 이사로 재직 중이다.







나도 유튜버나 해볼까?
직장인 A씨는 정시 퇴근하는 직장에 만족하면서도 내심 높은 연봉에 관심이 많다. 부업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너도나도 유튜버인데, 나라고 못할쏘냐! 주저할 필요 없었다. A씨는 호기롭게 유튜브 방송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그리고 방송을 통한 수익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검색했다.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많아야 돈이 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고,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벌려면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도 궁금해할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다른 유튜버들은 어떤 콘텐츠로 조회 수를 올리는지도 알아보았다.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제외하고, 대부분 사실 확인이 되지 않거나 단순 의혹만 있는 ‘지라시’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목에 기재하고 관련 기사를 편집해 동영상을 만든 것이 많았다. 이런 동영상은 단시간에 엄청난 조회 수를 확보했다. 곧바로 단톡방에 받아둔 지라시를 확인했다. 몇 개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물론 그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나한테까지 온 지라시라면 수많은 사람이 공유했을 테고, 이를 유튜브에 공개한다고 해서 새삼 특별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유명인에 대한 글을 좀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뽑고, (얼굴이 팔리는 것은 썩 내키지 않으니) 가면을 쓰고 나와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서 재미있게 썰을 푸는 형태로 만들자! 목소리만 나가면 심심할 테니 아이돌 가수의 노래도 배경음악으로 틀고 신나게 만들어보자.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다.
아싸! 예상이 맞았다. 조회 수가 미친 듯 올라간다. 사람들은 진실한 이야기보다는 자기가 믿고 싶어 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둔다.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위 사례에서 과연 A씨는 돈을 계속 벌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선 A씨는 진짜든 허위든,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명예훼손) 위반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라시가 허위라면 가중처벌까지 받게 된다. 진실이라 믿었더라도 이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가중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지라시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또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틀었다면 저작권법 위반죄가 성립된다. 물론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 대중가요의 경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되어 협회의 동의를 구하면 되지만, 서태지같이 위협회에 자신의 곡을 신탁하지 않은 뮤지션도 있으니 어떤 경우든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와 함께 가중처벌(중한 죄에서 정한 법정형의 2분의 1을 가중한 범위 내에서 처벌된다)을 받게 된다.
만약 A씨의 직업이 교사나 공무원이라면 원칙적으로 영리 활동이 금지되어 있고, 겸직의 경우 소속 기관장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허가받지 않고 몰래 유튜브로 돈을 벌었다면 직장 상사를 열 받게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직장 내규에 따라 급여가 삭감되거나, 심한 경우 파면될 수도 있다. 또 교사나 공무원이 아닌 사기업에 다닌다 해도 사내 규칙에 영리 활동 및 겸직 금지 조항이 있다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좋아하는 상사는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겸직 금지 조항이 없더라도 승진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승진이 되지 않는 이유가 정말 유튜브 때문인지는 알 수 없도록 처리할 것이다.
A씨의 경우 누굴 원망하겠는가, 법률에 무지함을 탓할밖에. 개인 방송을 시작하고 싶으나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칼럼을 읽었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사족이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도, 법으로 다스려야 하는 악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에.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 변호사. 대한민국 최초의 변호사 BJ로 법의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늘 새로운 분야에 목말라 있다. 점자 스마트워치 닷(Dot)을 비롯해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 자문을 도맡고 있다.







남성호르몬에 좋다는 음식의 진실
단단하던 근육이 물렁해지고,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는 불룩 튀어나온다. 저녁이 되면 너무 피곤하다. 성욕은 고사하고 야한 상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우울하다. 체모가 줄고 가슴이 나오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든다. 30대부터 남성호르몬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뉴스의 과장된 표현과 달리, 테스토스테론은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의학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이 줄고 물살이 되고 배가 나오는 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솔직히 ‘남성호르몬을 높이는 음식’이란 헤드라인을 볼 때마다 나도 귀가 솔깃하다. 게다가 영양 결핍이 실제로 남성호르몬 감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아연 하나만 모자라도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성욕이 감퇴하며 발기부전을 경험할 수 있다. 평소 콩, 견과류, 육류, 해산물, 유제품 등 식품을 잘 먹지 않아 아연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남성호르몬 유지에 굴이 도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부터 봄이면 삼계탕, 추어탕 같은 보양식을 찾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한데, 생식에 필요한 성호르몬을 만들 겨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잘 먹는 사람에게 연어, 등 푸른 생선, 채소류, 견과류 같은 특정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남성호르몬이 더 늘어난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빈약하다. 예를 들어,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가 좋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이를 입증할 만한 연구는 아직 발표된 것이 없다. 개 다섯 마리에게 매일 생선 기름을 먹이자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졌다는 2016년 아르헨티나 연구 결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야생 곰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곰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연어를 많이 먹는 시기엔 낮아지고, 오히려 연어를 구할 수 없을 때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추측이다. 바꿔 말하면, 주로 한적한 시골길을 운전하는 사람보다 경적을 울리며 옆차와 싸우듯 운전하는 도시 운전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음식보다 경쟁적 환경이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며 도로로 뛰쳐나가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운동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수 있으니. 10~15분간 바벨을 드는 중량 운동으로도 짧게나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이 남성호르몬에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지만, 그래도 음식에 기대는 것보다 규칙적인 운동이 낫다. 남성호르몬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이것저것 지나치게 챙겨 먹다 비만이 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뱃살은 치명적인데, 내장 지방 속 효소가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전환해 남성호르몬을 더욱 줄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하지 않고 무리한 다이어트만 하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는 불룩한 마른비만 체형으로 만들면 곤란한 이유다. 허리둘레는 남성호르몬 저하에 관한한 나이보다 더 강력한 연관성을 지닌다. 10년 더 나이 들 때보다 허리둘레가 10cm 더 늘어날 때 테스토스테론 부족을 경험할 확률이 두 배 더 높다. 남성호르몬 부족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나이 드는 것보다 배에 지방이 쌓이는 걸 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운동도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성호르몬은 잠자는 동안 만들어진다. 2011년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 결과 하루 잠을 5시간으로 줄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15%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가끔 한두 잔 마시는 술은 간이 남성호르몬이 대사하는 것을 막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살짝 높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매일 과음하면 알코올이 고환에 독으로 작용해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든다. 골고루 적당히 먹고 절제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하는 것이야말로 남성호르몬을 높이는 최선의 길이다.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 라이터. 식품 포장 뒷면의 깨알 정보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마트와 편의점, 노포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숨어 있는 요리와 먹기의 과학에 대한 글을 쓴다. 저서로는 <정재훈의 식탐>, <생각하는 식탁>이 있다.







시간이 중요하다고?
2020년부터 메이저리그 팬들은 야구 경기를 시청하며 광고 보는 일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내년부터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룰을 신설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앞으로 야구 월드컵은 9이닝이 아닌 7이닝 경기로 치러진다. 이 기세라면 조만간 야구에서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격언이 사라질지 모른다. 경기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은 다른 종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파울 작전으로 4쿼터 막판 경기가 늘어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KBL에선 공과 상관없는 반칙을 하거나 속공을 반칙으로 끊는 경우 상대에게 자유투 2개와 공격권도 함께 주어지도록 룰을 개정했다. 보수적 종목인 골프에서도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40초 룰’을 도입해 모든 선수는 이제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한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경기 시간 단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젊은 팬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스포츠 시청 말고도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이 다양해진 젊은 층에게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종목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게임의 경우에도 플레이 시간이 짧고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TV 시청자들이 지루해한다는 것이다. 경기 흐름이 끊기고 광고가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팬은 없다. 시청자가 줄면 이는 광고 수익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광고 수익이 떨어지면 중계권료도 자연히 하락한다. 대부분의 스포츠 산업에서 중계권료는 가장 큰 수입원이다. 당연히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업계가 시간과의 전쟁에 돌입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농구에서 파울 작전이 사라진다면 ‘티맥 타임’(2004년 12월 9일, 휴스턴 로케츠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기에서 트레이시 맥그레이디는 경기 막판 33초 동안 13점을 넣어 경기를 역전시켰고, 맥그레이디가 이끈 대역전극은 그의 별명 티맥을 본떠 티맥 타임으로 알려졌다)도 다시는 나올 수 없다. 기적 같은 대역전극은 스포츠의 매력이다. 이를 경험하고 종목에 입문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젠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의 수가 줄어 든다는 의미다.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경기 시간 자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프로리그 중 평균 경기 시간이 가장 짧은 종목은 축구(MLS)다. 평균 2시간이면 게임이 종료된다. 하지만 MLS의 인기는 NFL(미식축구, 평균 경기 시간 3시간 12분), MLB(야구, 3시간 4분), NBA(농구, 2시간 14분), NHL(아이스하키, 2시간 20분)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오히려 경기 시간이 긴 미식축구의 인기가 가장 높다. 다른 종목의 관심도는 NFL보다 평균 경기 시간이 10여 분 더 긴 대학 풋볼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경기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다. 재미만 있다면 경기 시간이 살짝 더 길어진다 해도 경기장을 찾지 않거나 TV 채널이 돌아가는 일은 없다. 반대로 재미가 없다면 경기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야구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은 경기 시간이 3시간 20분이든, 2시간 40분이든 어차피 야구를 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야구장으로, 야구 중계 TV 앞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야구 자체가 더 다이내믹해져야 한다. 상영 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기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자전차왕 엄복동>보다 훨씬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의미 없는 시간을 줄이거나, 그 종목 자체의 재미나 전통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경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박성용 전생에 멍멍이였는지, 공놀이는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현재 프로야구 데이터 분석 일을 하고 있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전희란(ran@noblesse.com)
일러스트 최익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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