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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9 LIFESTYLE

Bring Art to Life

  • 2019-03-31

노블레스 컬렉션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4월 30일에 개최하는 <들판에서>전에선 일상의 순간순간을 조합해 ‘이야기의 가능성’을 만드는 채지민 작가의 신작을 소개합니다.

채지민
예술과 일상,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그림을 그린다. 소실점에 기초한 원근법을 도구로 캔버스 안에서 각 존재를 재배치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딘가 일상적인 장면임에도 새롭고 흥미롭다.






“한 화면에 존재하지만 결코 공존하지 못하고 흩어져 있는 각각의 장면들.” 제게 보내준 작가 노트에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어요.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직접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제 그림은 삶의 순간순간에 발견한 이미지의 파편을 무작위로 조합한 거예요. 화면 속 존재엔 각기 역할이 부여되지만, 결국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모호한 관계로 머물죠. 이야기가 되지 않는 것, 혹은 이야기가 되려는 찰나의 어떤 것을 그린 것이 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속 인물과 풍경, 물체 등은 전부 어디서 온 건가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토대로 작업한 거예요.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도 제각각 다르죠. 시간과 공간이 매치되지 않는 이미지를 한데 섞었을 때 그것에서 오는 부딪히고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어울리지 않는 시공간의 이미지를 배치한다 해도 특정 사진을 택하는 나름의 규칙은 있을 것 같아요. 피사체의 조형성을 보고 택해요. 하지만 단지 그뿐이죠. 그걸 조합하고 ‘이야기’가 생성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하진 않아요. 쉽게 말해, 제가 상상하는 구조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이미지를 랜덤으로 고르는 거죠.

평소 휴대폰 사진을 엄청 찍으실 것 같아요. 맞아요. 엄청 찍습니다. 작업이 쌓이며 제가 주로 쓰는 사진의 틀이라는 게 생기니, 거기에 부합한다 싶으면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죠.






In The Field, Oil on Canvas, 130.3×324.4cm, 2019, \14,000,000

주로 어떤 느낌을 받을 때 휴대폰을 꺼내 드나요? 글쎄요,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 인물이 주는 느낌이 좋아 사진을 찍을 때도 있고, 풍경이 멋져 찍을 때도 있긴 해요. 하지만 그것이 모두 작업과 연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습관적으로 찍죠. 사진 찍을 땐 의식하지 못했지만, 인물도 풍경도 아닌 그 안의 아주 작은 무언가에 이끌려 작업으로 발전할 때도 있어요. 지금도 수년 전 찍은 사진에서 그런 걸 발견하곤 합니다. 근래 작업은 주로 2015~2016년에 찍은 사진을 토대로 하고 있어요. 찍어놓고 아직 못 본 사진도 수두룩하죠.

말씀을 듣다 보니 궁금증이 생깁니다. 사진을 찍는 행위엔 주관성이 개입했을 텐데, 그 결과물을 순전히 객관화하는 게 쉬운 일인가요? 사실 초반엔 이미지를 고를 때 감상이 많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작업의 눈’으로 바라보고 찍다 보니 자연스레 객관성을 갖게 되었죠. 지금은 사진 속에 친구의 얼굴이 있어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2013년 전후 작품에 등장한 인물과 최근 작품에 등장한 인물의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이전엔 얼굴이 정면을 향한 반면, 최근엔 대부분 뒷모습이나 옆모습이죠. 어떤 차이인가요? 얼굴을 그리다 보니 자꾸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더군요. 언젠가 전시를 했는데, 사람들이 제게 작품 속 인물과의 관계를 계속 묻더라고요. 그 부분이 제 작업의 맹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야기보다 그것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더 집중해왔거든요.

그래서 얼굴에서 도망쳐 나온 거군요? 작가는 인물 자체보다 어떻게 해도 정의 내릴 수 없는 화면을 추구했는데 말이죠. 그런 셈이죠. 그래서 근래엔 인물보다 상황 그 자체를 보게 하는 방법을 작품에 쓰고 있어요. 인물의 얼굴은 그리지 않고 제스처만 남기죠.

그럼 최근엔 인물의 등 뒤에서 몰래 사진을 찍으시나요? 네, 그래서 더 편해졌어요.(웃음)






Untitled, Oil on Canvas, 53×53cm, 2019, \1,200,000

작품에 일정하게 등장하는, 하늘처럼 보이는 ‘파란색 프레임’은 뭔가요? 초창기 작업부터 그린 ‘하늘’이에요. 하늘을 그려 넣은 건 그것이 물리적으론 무한하지만, 이따금 평면처럼 보이는 신비로움을 지녔기 때문이죠. 저는 캔버스도 이와 비슷하다고 봐요. 물리적으로 평면이지만,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죠. 작품에도 하늘을 그려 넣고 그런 어떤 속성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그런 제 태도가 관람객에게도 어떤 작용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A Distance Between Us #1, Oil on Canvas, 53×45.5cm, 2019, \1,000,000
A Distance Between Us #2, Oil on Canvas, 53×45.5cm, 2019, \1,000,000

사진첩의 사진이 작품이 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휴대폰의 사진을 오랫동안 살펴봐요. 이후 한 폴더에 쓰고 싶은 이미지를 골라 넣죠. 그런 다음 사진을 배치해요. 요샌 포토샵과 3D 프로그램인 구글 스케치업을 주로 씁니다. 사실 제 작업은 그리는 것만큼 배치가 중요해요. 그리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면, 캔버스 안에 각 존재를 배치하는 데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죠.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에선 총 9점의 신작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Walking Through The Field’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오던데, 간단한 설명 부탁합니다. 최근의 제 작품은 소실점 안에 화면을 채운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반작용에 의해 그리게 됐죠. 캔버스를 ‘한번 확 비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인물을 넣을까 말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작게 넣었어요. 캔버스 안에 이미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쉽사리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죠.






In The Field, Oil on Canvas, 112.1×162.2cm, 2019, \7,000,000






Walking Through The Field, Oil on Canvas, 70×324.4cm, 2019, \10,500,000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진행 노블레스 컬렉션팀  사진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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