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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9 LIFESTYLE

내추럴 와인에 빠진 날

  • 2019-03-27

지난 2월 16일 다양한 내추럴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살롱 오(Salon O)’ 행사가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 열렸다. 포도 향으로 가득했던 그 현장을 다녀왔다. 더불어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소개하니 이 봄에는 내추럴 와인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2016년경, 국내에서 내추럴 와인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서울의 제로 콤플렉스, 정식바, 제주도의 프렌치 터틀 정도가 대표적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내추럴 와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힙한 레스토랑과 바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정도로 확산했다. 이토록 선풍적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화학적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만든 순수한 와인이라는 점, 와인을 마신 다음 날 두통을 호소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톡톡 튀는 레이블과 레이블만큼 개성 강한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월 16일 해운대 더베이 101에서 열린 ‘살롱 오’는 내추럴 와인에 대한 열기를 실감하는 자리였다. 와인 전문 에이전트 비노필에서 2017년부터 개최해온 내추럴 와인 시음회로 1회에 비해 두 배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 인기를 보여주듯 매년 서울에서만 개최하다 올해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비노필 최영선 대표는 “내추럴 와인 시장이 무르익은 서울에 비해 부산은 내추럴 와인을 즐길 기회가 많지 않죠. 이번 기회를 통해 부산에도 내추럴 와인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라며 부산을 찾게 된 계기를 언급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총 열 개 수입사에서 50여 종류의 와인을 소개했으며, 10여 명의 와인메이커가 직접 부산을 찾아 애호가들과 소통했다. 필립 장봉(Philippe Jambon)부터 알렉상드르 뱅(Alexandre Bain), 졸리 페리올(Jolly Ferriol), 레 코스테(Le Coste) 등 내추럴 와인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대중적 와인은 물론 좀처럼 접하기 힘든 와인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생산량이 매우 적은 르크뤼 데 상스(Recrue des Sens)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와인. 메이커 얀 뒤리외(Yann Durieux)도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도멘 프리외르 로슈(Prieure Roch)에서 10년 이상 메이커로 일한 뒤 밭을 사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현재 부르고뉴에서 가장 유니크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호주 아들레이드 힐에서 생산하는 펑키한 스타일의 루시 마고(Lucy Margaux),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바랑코 오스쿠로(Barranco Oscuro),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두 메이커가 실험적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이탈리아의 라미디아(Lammidia) 등 여러 지역의 내추럴 와인을 선보여 다채로운 스타일을 시음하며 비교할 수 있었다.











1 라꽁띠 내부.
2 남호주에서 생산되는 예티 앤 더 코코넛(Yetti and the Coconut).
3 성게알 에스푸마 소스를 곁들인 가리비 관자와 새우 요리.

유러피언 퀴진과 내추럴 와인의 마리아주, 라꽁띠
제주도에서 내추럴 와인을 경험한 적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오는데, 바다의 비릿한 냄새와 비료의 쿰쿰한 냄새가 밀려오더니 입안에 맴돌던 와인 잔향과 어우러지는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그 후 내추럴 와인은 자연에서 즐길 때 더 맛깔스럽다고 생각했다. 항구 마을인 청사포에 자리한 라꽁띠에 간다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믈리에로 20여 년 경력을 쌓은 박준용 씨가 ‘와인은 음식과 함께할 때 빛을 발한다’는 철학 아래 직접 마련한 공간. 현재 부산에서 가장 다양한 내추럴 와인을 보유한 곳으로 프랑스는 물론 호주, 체코, 스페인 등지의 30여 종류 와인을 선보인다. 메뉴는 한국적 식자재를 곁들인 이탤리언 베이스의 요리가 주를 이루며, 특히 생면 파스타가 유명하다. 그중 성게알 에스푸마 소스를 곁들인 가리비 관자와 새우 요리는 바다 향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메뉴. 여기에 미네랄 풍미가 인상적인 레 코스테 비안코(Le Coste Bianco)를 곁들이면 더욱 풍부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ADD 부산시 해운대구 청사포로 85
TIME 12:00~15:30, 17:30~22:30
INQUIRY 051-701-7890






4 가르나차 품종으로 빚은 라 소르가(La Sorga) 와인. ‘French Wine’s Not Dead’가 적힌 레이블이 인상적이다.
5 감자 뇨키와 르 마젤 르 르슈.
6 아늑한 분위기의 에노떼까 구스토.

내추럴 와인 애호가를 위한 은밀한 공간, 에노떼까 구스토
전포동 카페 거리에 내추럴 와인 애호가의 아지트가 숨어 있다. 이탈리아와 서래마을 도우룸에서 경력을 쌓은 조태훈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가정집이 연상되는 키친과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바가 전부다. 셰프가 개인적으로 마시려고 사둔 내추럴 와인을 손님과 나눠 마시기 시작하다 내추럴 와인 리스트를 별도로 갖추게 되었다고. 3~4종류의 글라스 와인도 판매해 다채로운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메뉴는 부르스게타, 토마토 콩피 등 와인과 어울리는 간단한 요리와 파스타가 주를 이룬다. 특히 감자 뇨키는 고르곤졸라 치즈와 볶은 시금치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짭조름하면서 치즈 특유의 쿰쿰한 맛이 매력적이다.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프랑스 남부 론 지역에서 생산하는 르 마젤 르 르슈(Le Mazel Le Leches)를 권한다. 시트러스 계열의 풍부한 과일 향과 탄산이 크리미한 소스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ADD 부산시 부산진구 동천로108번길 41
TIME 18:00~02:00
INQUIRY 051-925-0909






7 <내추럴 와인, 내추럴 스케치> 전시 전경.
8 세계 각지의 내추럴 와인.
9 현재 전시 중인 안나 뷔 작가의 일러스트.
9 가메 품종으로 만든 레쟁 골루아(Raisins Gaulois).

전시와 강연이 있는 자연주의 와인 숍, 단정와인
부산 지역 내추럴 와인 애호가의 갈증을 풀어줄 공간이 탄생했다. 망미동에 위치한 자연주의 와인 숍 단정와인이다. ‘단정’은 생산 방식의 올곧음, 깔끔한 맛과 향 등 내추럴 와인에 대한 느낌을 반영해 지은 이름. 이곳에서는 맛은 물론 생산자의 철학이 돋보이는 와인을 선별해 판매한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내추럴 와인 쿠트 오가우(Gut Oggau),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 지방에서 생산하는 스테파노 벨로티(Stefano Belotti), 알자스 지방에서 2008년부터 자연주의 방식을 고수해온 메이커 장 피에르 리추의 리추(Rietsch) 등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만날 수 있다. 단정와인의 진정한 매력은 따로 있다. 내추럴 와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순수미술을 전공한 주인장의 취향을 담아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는데, 오픈 기념 전시로 4월 중순까지 <내추럴 와인, 내추럴 스케치>전을 선보인다. 내추럴 와인 보틀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안나 뷔(Anna Vu)의 드로잉 작품 10여 점을 전시하며, 작가의 사인이 담긴 작품도 구매 가능하다. 또 전시 기간 중 5일에는 이연식 미술사가의 ‘와인으로 보는 미술사’ 강연도 마련한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내추럴 와인도 수집 중인데, 한 달에 한 번 ‘단정와인회’를 열어 사람들과 나눌 예정이다.

ADD 부산시 수영구 구락로 97
TIME 14:00~22:00
INQUIRY 010-5353-5303

 

에디터 이도연
사진 공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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