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APRIL. 2019 FEATURE

자연, 인간, 뉴미디어

  • 2019-03-27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이자 얼마 전 제12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성연 관장을 만났다. 그에게 부산비엔날레와 부산현대미술관을 아우르는 부산 미술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지난 2월 22일, 부산현대미술관 김성연 관장은 자신의 경력에 ‘제12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란 직책을 더했다. 그는 부산 출신 미술계 중진으로 그동안 다방면에서 부산 미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모색하는 데 노력해왔다. 1999년 대안 공간 ‘섬’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공중목욕탕을 개조한 대안 공간 ‘반디’를 운영, 신진 작가를 발굴·양성하며 대안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2004년 부산국제비디오아트페스티벌을 출범시켰고, 월간 미술 잡지 < B-ART >를 발행하는 등 뉴미디어와 현대미술 담론 형성에 진취적 행보를 이어왔다. 오랜 활동 덕분에 자연스럽게 부산 미술계에서 주요 프로젝트 첫 자리에 이름을 새기는 일이 늘어갔다. 부산비엔날레 창립 멤버이자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이란 타이틀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처음’이란 ‘책임감’과 동일한 단어다. “2017년 5월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개관전을 준비하고, 미술관을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으로 꾸리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미술관 초기에 출범에 관여하고 운영한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죠. 초대 관장이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술관 운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니 미술관에 유입되는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애초에 미술관 설계부터 미술관 실무진이 개입하면 훨씬 효율적이었을 거란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를 치르고 지금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이유도 향후 전시를 위해 바닥, 조명, 트랙, 동선, 항온·항습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3월 28일 재개관 이후에는 ‘자연과 뉴미디어, 인간’이라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전시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개관 당시 미술관이 지나치게 관공서 건물 같다는 비판에 맞서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의 ‘수직정원’과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의 ‘토비아스 스페이스’를 건물 내·외관에 설치해 논란을 불식시킨 것도 그와 미술관 관계자의 몫이었다. 낮은 인지도와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가받기 쉽지 않은 버스 정류장과 횡단보도를 별도로 설치하는 등 미술관 운영 외적인 절차와 과정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개관 4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55만 명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란 주제로 열린 2018 부산비엔날레.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막을 내렸다.

현대미술이 ‘특화’된 공립 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앞에 놓인 이 타이틀은 김성연 관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술관 수준과 규모를 평가하는 잣대가 단순히 방문객 수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 기관으로서 역할과 현대미술관으로서 흥행을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미술 특화’라는 타이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제게 이곳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으로 출발했고, 그 때문에 동시대 미술에 특화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과학과 기술이 결합한 예술이나 환경, 평등, 인권 등 동시대 사회문제를 다루는 예술 등 현대미술이라 명명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형태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식은 늘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한 가지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예술이 미래 인류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거죠.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비전을 모색하는 미술관이 되고자 합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을 놓고 볼 때 미술 시장, 미술 담론, 미술을 지원하는 각종 제도, 미술을 다루는 미디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부산 미술의 정체성은 곧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부산 미술의 정체성과 비전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서 부산현대미술관이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20주년을 맞는 부산비엔날레도 동시대 미술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부산현대미술관의 가치를 함께 추구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지금까지 부산비엔날레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으로 재정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1981년에 시작된 청년 비엔날레의 역사까지 아우르면 부산비엔날레는 무려 40년 역사를 지닌 행사입니다. 40년 동안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 지역에 비엔날레라는 행사가 어떤 의미였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회적으로 소모되고 끝나는 것이 아닌, 국내외 미술계와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현대미술의 비전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비엔날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지역 청년 작가에게 다방면으로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비엔날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3월 29일, 부산현대미술관은 재정비를 끝내고 ‘자연, 뉴미디어, 인간’이라는 미술관의 핵심 가치를 보여줄 전시를 시작한다. AI와 휴머노이드, 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급속한 사회 변화,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을 사유하는 전시 <마음현상: 나와 마주하기>가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후 환경 파괴와 오염, 지구 생태계 붕괴에 따른 인간의 삶과 의식을 다룬 <자연, 생명, 인간>전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상반기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8월 중순에 오픈할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레인룸>이다. 첨단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인체의 움직임에 따라 떨어지는 물방울을 제어, 비에 젖지 않고 빗속 풍경을 체험하는 대규모 참여형 전시가 될 예정. 해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랜덤 인터내셔널의 국내 첫 전시다. 정체성과 변별성.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미술관도, 20년 역사를 걸어 온 비엔날레라는 지역의 미술 행사도, 김성연 관장이 당면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세운 가치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인터뷰 내내 습관처럼 ‘초심’과 ‘원점’을 강조하는 그의 대답에서 가늠해볼 때, 올해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와 내년 부산비엔날레에서 만나게 될 동시대 미술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삶에 경쾌한 진동과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에디터 손지혜
사진 공정현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