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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26

타인의 삶

먹고, 요리하고, 자는 게 전부인 브이로그의 평범한 힘.

1 유튜버 뽀니는 빵집 근무의 현실을 브이로그에 담았다.
2 브이로그 콘텐츠로 구독자 수 45만 명을 달성한 유튜버 온도.

어릴 때부터 유난히 빵을 좋아했다. 맛도 맛이지만 그것의 고소한 냄새와 윤기 넘치는 자태가 좋았고, 빵집 주인의 사랑까지 듬뿍 받아 동네 빵집을 제집 드나들듯 했다. 이런 내게 빵집 주인아주머니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온종일 빵 냄새를 맡고 팔다 남은 빵을 몽땅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에 ‘어른이 되면 꼭 빵집에서 일해야지’ 하는 막연한 꿈(?)까지 꾸었다. 빵을 사 먹기만 하는 에디터가 된 지금도 그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여전했는데, 최근 엉뚱한 데서 이 호기심을 해소했다. 유튜버 뽀니의 ‘빵집 마감 아르바이트생 초리얼브이로그’가 바로 그것.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하루를 담은 영상에는 환상 속 푸근한 분위기 대신 청소, 빵 진열, 포장 그리고 다시 청소뿐이었다(게다가 영상을 보니 집에 가져갈 만큼 빵이 남지도 않았다). 빵집 직원의 현실을 담은 브이로그 덕분에 나의 환상은 와장창 깨졌다.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를 합친 브이로그(vlog)는 개인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다. 그 내용은 아침에 일어나 씻고, 일하고, 밥 먹은 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다시 잠드는 등 브이로거(브이로그를 촬영하는 사람)의 하루다. 이벤트가 있다 해도 친구와 함께 유명 카페에 가거나 쇼핑하는 게 끝. 물론 앞선 빵집 아르바이트 브이로그처럼, 브이로거가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일상’이라는 큰 맥락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레드오션인 유튜브 시장에서 특별한 무엇이 없으면 조회 수는 미미하기 마련인데, 브이로그는 일인자 먹방(먹는 방송)을 밀어낼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구글에 ‘vlog’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만 2억 6000만 개, 인기 브이로그는 조회 수 100만을 훌쩍 넘었고 배두나, 신세경, 태연 등 유명 연예인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일상이 전부인 평범한 영상을 찾는 걸까?
‘동질감’, ‘친근감’ 그리고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브이로그는 있는 그대로 현실을 꾸밈 없이 담는다. 촬영을 위해 세팅한 멋들어진 브런치를 먹는 모습이 아닌, 토스트 한 장을 급히 입에 물고 나가는 인간적 면모가 대부분이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은 브이로그를 통해 ‘저 사람도 나랑 똑같네’ 하며 안도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TV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과 <나 혼자 산다>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별세계 사람인 줄 알았던 연예인이 휴게소 간식을 사 먹고 헝클어진 머리로 배를 긁으며 일어나는 등 사람 냄새 나는 친근한 모습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3 스마트폰 앱으로 누구나 쉽게 브이로그를 제작할 수 있다. 에디터는 앱 VLLO를 사용했다.
4 휴대폰을 하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그대로 촬영하는 등 브이로그의 인기 요인은 ‘꾸밈없는 모습’이다.
5 많은 유튜버가 브이로그 촬영에 사용하는 소니 RX100M6.

브이로그가 소비되는 주 플랫폼이 인터넷인 만큼 ‘소통’도 큰 메리트다. 이는 1인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에서 교류할 사람을 찾는 요즘 사회현상과 맞물린다. 에디터의 경우가 이러한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적적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용도로 브이로그를 틀어놓는다. 집중해서 보지는 않지만 틀어놓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옆에 있다는 느낌이 들고, 댓글과 채팅 기능이 있기에 브이로거와 감정 공유도 가능하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관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릴 적 남의 일기장을 궁금해하듯 타인의 삶을 합법적으로 엿볼 수 있는 미디어가 브이로그라고.
성인에게 공감과 소통의 대상인 브이로그는 청소년에게 다른 지점으로 다가온다. 에디터가 빵집에 대한 호기심을 유튜버 뽀니의 브이로그를 통해 푼 것처럼, 다양한 직업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브이로그는 청소년에게 가장 현실적인 진로 탐색 루트다. 드라마나 책을 통해 피상적으로 접하던 예전과 달리, 현직 종사자가 ‘직접’ 찍고 편집한 브이로그는 해당 직업의 민낯이 가감 없이 담겨 있기 때문. 또 브이로거와 직접적 소통이 가능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창구가 된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선생님, 자영업자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그만큼 브이로거에게 책임감이 요구되는 요즘, 이에 변호사 브이로그로 화제가 된 유튜버 킴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지닌 전통적 이미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브이로그를 시작했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업무의 구체적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효율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 그녀는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변호사 공부법’을 담은 브이로그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브이로거들은 왜 일기, 사진 등 일상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법 중 영상을 택한 걸까? 4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온도에게 물었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대신 영상으로 기록하면 추억이 될 것 같아 브이로그를 찍었다. 영상 매체를 고른 이유는 현장감이다. 그 상황에 일어나는 움직임과 소리가 모두 담기기에 시간이 지난 뒤에 보면 발견하지 못한 부분도 보이고 소중한 순간이 새롭게 느껴진다”라며 브이로그의 장점을 생생함으로 꼽았다. 변호사 브이로거 킴변 또한 “영상은 종합 예술의 집합체다. 텍스트, 사진, 음향 등 각 매체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으며, 편집에 따라 스토리 구성도 가능해 매력적이다”라는 의견으로 그 이점에 힘을 보탰다.
사실, 에디터는 이 기사를 쓰며 브이로그를 찍었다. 이번 호에 ‘뮤지엄’을 맡아 기사 진행 과정을 ‘피처 에디터의 첫 브이로그’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말이다. 브이로그를 보기만 할 땐 ‘찍으면 되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영상은 너무 짧아서, (장비 없이 맨손으로 촬영한 탓인지) 어떤 건 지나치게 흔들려서 사용할 수 없었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매 순간을 앵글에 담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부지런을 떨어야 좋은 브이로그가 탄생한다는 걸 절감했다. 그래도 자막도 달고, 음악도 넣어 우여곡절 끝에 첫 브이로그를 만들었다. 완성도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영상을 보니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일기보다 생생하다는 유명 브이로거의 말을 실감하는 순간. 이 브이로그를 휴지통에 버릴지 말지 잡지 발간 전까지 고민했지만, 기왕 찍었으니 유튜브에 업로드를 마쳤다. 유튜브 채널 ‘Noblesse Korea’에 올라온 ‘피처 에디터의 첫 브이로그’가 그것이다. 뮤지엄 기사 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낱낱이 담았으니 감상을 부탁한다.




6 뮤지엄 기사 제작 과정을 담은 에디터의 첫 브이로그.
7 변호사 브이로거 킴변의 영상. 브이로그는 청소년에게 새로운 진로 탐색의 장을 열어준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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