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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9 SPECIAL FEATURE

우리 결혼하자, 아님 말고

  • 2019-03-14

3년 동안 남자친구가 없었다. 실버 타운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인테리어 디자인계의 아이돌 제이쓴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개그는 자신감, 결혼도 자신감이라고 말하는 개그우먼 홍현희는 ‘이 남자다!’라는 확신이 들자 용기를 내 말했다. “우리 결혼하자. 아님 말고.” 그녀를 현재의 행복으로 이끌어준 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자신감이었다.

결혼해보니 어떤 점이 가장 좋나요?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편안하고 안정감도 있고요. 사람들에게 ‘결혼 강추’라고 말할 정도로 좋아요.

절친한 친구와 헤어지지 않아도 되니 정말 부럽네요. 특히 저희는 유머 코드가 잘 맞아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머 코드는 진짜 중요하죠.

제이쓴 씨의 인스타그램에 현희 씨 영상이 자주 올라오더라고요. <아내의 맛> 촬영도 너무 즐겁지만 집에서 찍는 영상이 많아요. 둘이 있을 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콘텐츠가 돼요. 둘 다 지루한 걸 못 참기도 하고요.

원래 서로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요? 맞아요. 만약 여자친구한테 뚱뚱하다고 놀리면 화낼 수도 있지만 저는 개그로 승화해서 더 재미있게 해요. 이쓴이도 저랑 살면서 “나에게 이런 개그 감각이 있었나?”라고 할 정도로 더 웃기다고 해요. 신인 개그맨 후배 키우는 느낌이에요.(웃음)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에 제이쓴 씨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하더라고요. 코빅 PD님도 인정했어요. 개그맨들보다 센스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너무 잘했다고 했어요.

남편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건가요? ‘센스 있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어요. 저도 그 친구의 재능이 보이니까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희는 설거지나 청소 문제로 싸우는 게 아니라 “왜 아까 재미있게 하지 못했니?”, “그 부분을 왜 재미있게 살리지 못했어?”라면서 싸워요. 남편도 기분 나빠 하지 않고 굉장히 진중하게 들어줘요.

제이쓴 씨가 자신도 몰랐던 개그맨의 끼를 발견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딜레마예요. 남편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일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다 보니 시어머니, 시아버지 모시고 촬영할 때도 별로 어렵지 않고 선배 연기자랑 찍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시부모님도 정말 개그 센스가 있으시거든요. 서로 너무 친하기도 하고요.

시부모님도 개그 욕심이 있는 거예요? 얼마 전에 한의원에 갔는데 사람들이 사인해달라고 했나 봐요. 무료한 일상에서 뜻밖의 재미를 찾으셨대요. 개그맨 며느리 덕분에 너무 재미있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셀럽 가족’이 된 느낌이라고요.

두 분이 어떻게 만났나요? (김)영희랑 저랑 팟캐스트를 할 당시 나이 들면 진심으로 둘이 실버 타운에 가자고 했었어요. 둘 다 남자친구도 없었고요. 팟캐스트에 성인용품 관련 광고가 많이 들어오길래 ‘성인용품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진 것 같으니 우리가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은 가게를 얻었어요. 영희가 자기 집을 제이쓴이라는 디자이너가 고쳐줬다고 하면서 “가게 인테리어도 그 친구한테 부탁해볼까?” 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됐죠.

첫눈에 반했나요? 전혀요. 화장을 하나도 안 한 민낯에 정말 퉁퉁 부어 있었어요. 그래도 좀 꾸밀 줄 알았대요. 서로 첫눈에 반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죠. 당시 영희 씨가 셀럽파이브 활동으로 바빠 둘이 얘기할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성격이나 말이 잘 통한다는 걸 느꼈죠.

사실 외적인 것보다 그런 부분이 더 중요하죠. 처음엔 많이 싸웠어요. 남자가 설레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요. 어느 날 제이쓴이 “편안함을 주는 여자는 남자에게 굉장히 큰 의미다. 그건 같이 살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이 결혼까지 할 수 있게 된 저의 큰 장점이기도 하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이쓴이 다니던 미용실이 있는데 “누나가 다니는 데는 더 잘해요?” 하면서 옮기고, 브런치도 자주 먹자고 하더라고요. 3~4월엔 같이 커피도 많이 마시고 얘기도 많이 했고요. 제이쓴의 카테고리 안에 제가 점점 더 많이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정식으로 사귄 건 제 생일인 5월 10일이에요. 그때 반지를 직접 만들어서 주더라고요. 제이쓴은 저랑 만나면서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것처럼 보였대요.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고…. 그래서 작은 거라도 정성이 깃든 선물을 한다든지 내적인 부분을 채워주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결혼하고 나서 보니 아침에 저와 브런치를 그렇게 자주 먹었다는 건 이 친구 입장에서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거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침잠도 많고 밤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도 많아 생활 패턴이 저와 많이 다르거든요.

굉장히 세심하네요. 반지 때문이 아니라 반지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봤는데 보석을 하나 얻은 듯한 느낌이었죠. 저희 집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 집은 사실 온 가족이 다 같이 둘러 앉아 밥을 먹은 적이 별로 없어요. 크리스마스 때 가족 모두 모여 앉아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는데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는 거예요. ‘별 게 아닌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감정을 제이쓴을 만나면서 많이 느꼈어요.




지금 진짜 행복해 보여요. 맞아요. 제가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또 줄 수 있다는 게 더 좋아요. 사랑을 받아보니까 그런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결혼 이야기는 누가 먼저 한 거예요? 사실 주입식으로 했어요. 이 친구가 아니어도 그 시기에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혼자 살다 보니 외롭고, 개그우먼이라는 직업도 불안정하잖아요. 코미디 프로그램도 많이 없어지는 마당에 ‘같이 재미있게 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이쓴과는 여행이라는 공감대도 있고 개그도 잘 통하다 보니 “이쓴아, 너랑 나랑 결혼하면 유튜브만 해도 먹고살 수는 있을 거야”라는 농담을 자주 했죠. 그러다가 그 친구가 사랑을 확신하는 순간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고요.

두 분 유튜브 하면 조회 수가 엄청날 것 같아요. 유튜브도 할 생각이에요. 제 개그 코드를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지만 이쓴이는 너무 재밌대요. 가장 재미있다고 서로 인정해주는 친구 둘이 뭔가를 하면 좋죠. 연애에 관한 책도 쓰고 싶어요. 제가 결혼했을 때 사람들이 제일 놀란 이유가 결혼을 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얘기했던 게 모두 사실이어서 놀랐대요.(웃음) 연애할 때 “내 모든 삶이 콘텐츠”라고 얘기했었는데, 이쓴이도 그 생각을 갖고 살았대요.

결혼하고 나서 일적인 부분에서도 시너지가 굉장하네요. 그동안 개그 짜면서 여러 파트너가 있었는데 이제야 완벽한 짝을 만난 느낌이에요. 둘의 케미도 좋고 결과도 좋아서 보는 사람도 즐겁게 봐줘요.

요즘 부럽다는 말 많이 듣죠? 진짜 많이 듣죠. 사실 개그우먼들끼리 “야, 우리 결혼 못한다”, “연애 못한다”고 하면서 걱정하고 있거든요. 가까운 사람들도 상상하지 못한 의외의 조합이다 보니 관심도 더 많이 갖고 다들 놀라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나서 ‘앞으로 이렇게 살자’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 적이 있나요? 그런 얘기를 날 잡고 해본 적은 없어요. 살면서 그때그때 얘기하면서 고쳐나가는 거죠.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잘 살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딱히 안 하는 것 같아요. 둘 다 ‘어차피 계획을 세워도 그렇게 못 살아’라는 마인드가 잘 맞거든요. 그 시간에 즐기면서 사는 거죠.

코빅 카메오 출연을 앞두고 ‘개그는 자신감’이라며 제이쓴을 훈련(?)시키는 걸 보면서 혼자 키득키득거렸어요. 개그가 자신감이라면 결혼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결혼도 자신감이죠. 결혼은 제 선택이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크잖아요. 연애는 헤어지면 그만이지만요. 저는 지켜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시부모님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죠. 제가 자신감이 없었다면 불편했겠죠. 생활 속에 자신감이 묻어 있어요.

‘Love myself’라는 메시지가 떠올라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곧 자신감과 이어지는 것 같아요. 뭐든 상대방에게 맞추려다 보면 다 맞출 수도 없거니와 100% 만족하기도 힘들잖아요. 자신에게 먼저 만족하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하다 보면 일이 잘된다고 생각해요. 개그 짤 때도 스스로에게 “재밌어?”라고 물어보고, 제가 재미있으면 “그럼 됐어” 하면서 짜요.

이렇게 사이 좋은 커플에게도 엄청 싸운 순간이 있었겠죠? 제이쓴은 설거지 거리가 있으면 바로 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하는 편이에요. 한의원에서 저도 예민한 편인데 남편이 더 예민하다고 하더라고요. 남편한테 한 박자 쉬면서 가래요. 오늘 얘기할 걸 한 템포 쉬었다가 내일 얘기하면 싸울 일이 없을 거래요. 제가 남편을 후배 다루듯 하는 느낌이 든 적도 있었대요. 개그가 지나치면 말투나 행동이 그렇게 나와서 서운했을 거예요.

예민함을 내려놓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기로 한 거네요.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하면서 인정하다 보니 지금은 재미있어요. 그 시간에 휴대폰으로 영상 찍고 노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일상에서 둘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제이쓴이 차를 좋아해서, 둘이 차 마시면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남녀라기보다 솔메이트 같아요. 결국 뭘 하든 둘이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거죠. 서로의 성향을 모르고 스페인으로 여행 갔을 때도 너무 잘 맞았어요. 계획적으로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희는 둘 다 그런 편이 아니었죠. 여행하다 힘들면 그냥 쉬었어요. 여행 스타일을 보고 나서 결혼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희쓴부부’의 꿈은 뭔가요? 둘이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건물을 하나 사서 1층에는 성인용품 숍을 차리는 거요. 부부가 하면 자연스럽잖아요.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아이템이 있고, 제이쓴이 직접 인테리어를 한 공간에서 부부에 관한 유쾌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성인용품 숍을 하려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못 열었죠. 성인용품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한 건가요? 재미있잖아요! 당당한 게 제 매력이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쓴이와 저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재밌을 것 같으면 무조건 한다는 거예요. 돈을 좇는 게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얻는 게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 유머, 웃음. 저희 부부의 콘텐츠를 넓게 확장하고 싶어요.

커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 거네요? 그럼요. 저나 이쓴이는 외모가 좀 아쉬운 편이라 매력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완성형 외모를 가진 사람은 스킬이 필요 없겠지만요.(웃음)

사람들 대부분 그렇죠. 그런 둘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했으니 저희가 확실한 증거 아니겠어요? 제가 평소 열심히 외치던 부분에 관심이 없다가 제가 결혼을 하니까 사람들의 DM이 쇄도하고 있어요.(웃음) 고민 상담도 해주고 웃음도 드리는 ‘희쓴부부’의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랑에 관한 명언 중 좋아하는 말이 있나요? ‘용기와 행복은 저축이 되지 않는다.’ 제가 만든 말이에요. 멋지지 않나요? 사랑도 행복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저도 매 순간 용기 내서 했어요. 고백도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다 보면 시기를 놓친단 말이에요. 전 고백도 내가 편하기 위해 하라고 말해요. 이뤄지고 안 이뤄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계속 생각하면 자신만 힘들잖아요. 일단 상대방에게 화살을 넘기면 그 사람이 알아서 하는 거니까. 그래서 저도 그 순간 용기 내서 이쓴이에게 얘기했던 것 같아요. “우리 결혼하자. 아님 말고.”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사진 곽기곤   헤어 & 메이크업 이현정   장소 협조 라까사호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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