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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3

뿌리 식물처럼 살고 있어요

남들이 세운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살아가는 커플이 있다. 결혼으로 서로를 구속하는 대신 성장을 지지해주기로 약속한 ‘뿌리 온 더 플레이트’의 부부 이야기.

뿌리 식물로 만든 부케를 든 신부와 양송이버섯 부토니에를 단 신랑이 두 손을 맞잡았다. 채식을 계기로 만나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이윤서・강대웅 부부는 친환경 결혼식을 올렸다. 청첩장은 재생용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고, 버진 로드는 꽃 대신 화분으로 장식했다. 화분은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선물했다. “마치 저희 부부 같은 결혼식이었어요. 남은 음식은 복지관 등에 식사를 할 수 있게 기부했고, 꽃도 버려지지 않았지만 한참 후에 생각해보니 그날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쓴 것 같아요.”
부부의 일상을 일에도 최대한 녹여내고 싶은 바람은 ‘뿌리 온 더 플레이트’의 시작점이 되었다. 아내 이윤서는 뿌리채소를 가급적 정제하지 않고 껍질까지 살려 요리해 좋은 영양소와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는 매크로바이오틱에 근간을 둔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남편 강대웅은 비건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축하할 일이 많은 연말에는 현미 케이크를 굽느라 바쁘다고. 연초에는 안식월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의 계획을 세운다. “결혼하면 ‘우리’가 되고, 각자의 가족이 또 ‘우리’가 돼서 운명 공동체가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원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야 하고 해야 하는 것이 많아지는데, 저희는 그런 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더라고요. 가게를 일주일내내 열지 않고, 겨울엔 따뜻한 나라에 가서 쉬어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유롭게 사는 걸 선택한 거죠. 남들과 다른 속도로 살고 있지만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윤서・강대웅 부부에게 올해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가 지금인 것 같아요. 남편은 베이킹을 하지만 영성학에도 관심이 많아 공부를 하고 있고, 저는 건강 때문에 시작한 채식을 일로 연결해 요리 수업을 하고 있지만 실은 유랑민처럼 살고 싶어 하죠.(웃음) 앞으로 5년 동안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구체화하고 이 일이 나에게 정말 맞는지를 확인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혼인 서약을 할 때도 ‘결혼은 구속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해 지지해준다’는 내용의 글을 함께 읽었죠.”
그 일환으로 올해 뿌리 온 더 플레이트에 변화가 생겼다. 원서동에 비건 디저트를 판매하는 뿌리 온 더 플레이트를 오픈해 대웅 씨가 운영하고 기존 공간은 윤서 씨가 매크로바이오틱 요리 수업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차를 다구에 담아 즐기는 차담회도 정례화할 계획. 디저트 카페는 주 3회만 운영하면서 소모임을 주 1~2회 할 예정이다.
“8년 동안 남편과 같이 살면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이 길을 걸었다면 고갈되었을 것 같아요. 남편은 늘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걸 굉장히 자주 얘기했거든요. 저는 결혼한 게 되게 좋아요.(웃음)” 몸이 원하는 걸 깨치고 자신만의 속도로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시대,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이윤서・강대웅 부부. 자신들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살다 보면 이들이 고민하는 답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사진 맹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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