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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9 SPECIAL FEATURE

내 남편의 모든 것

  • 2019-03-15

한중 탁구 커플 안재형 선수와 자오즈민의 아들이자 세계적인 프로 골퍼 안병훈이 얼마 전 결혼했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처음 만난 아내는 이제 자산 관리사이자 영양사, 수행 비서, 멘털 코치, 요리사 등 그의 전부가 되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만큼 더욱 견고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 부부는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두 분의 첫 만남이 궁금해요.
초등학교 시절 남편은 축구를 할 때 친구들이 “넌 키가 크니까 골키퍼야”라고 하면 군말 없이 골문을 지키는 조용하고 순한 남자아이였어요. 뛰고 싶을 법도 한데 묵묵히 골문을 지켰죠. 반면 저는 반장을 도맡아 하는 활달한 여장부였어요. 둘 다 키가 큰 편이라 교실 뒤쪽에 앉아 짝꿍이 되고는 했는데, 5학년 때 남편이 전학을 가면서 연락이 끊겼어요.
언제 사랑이 싹트게 되었나요? 페이스북에 동창회 그룹이 만들어지면서 연락이 닿았어요. 주목받는 골퍼로서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던 남편은 사실 매주 낯선 도시로 옮겨 다니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고, 저 역시 금융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주일에 두세 번씩 출장을 다니곤 했죠. 라운딩 후 불 꺼진 호텔에 들어와 룸서비스를 주문해 혼자 밥 먹을 그의 모습이 왠지 제 자신을 보는 것 같았어요. 서로가 기억하는 모습은 열한 살 꼬마인데, 각자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고 곁에 있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연인으로 발전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자연스레 결혼까지 이어지게 됐죠.




골퍼의 아내인 만큼 골프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아요.
남편은 골프 연습을 하거나 골프 경기를 보고, 플레이를 연구하고, 골프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내요. 잠잘 때도 골프 꿈을 꾸고, 경기와 관련한 잠꼬대를 하죠. 다시 태어나도 골프 선수를 하고 싶다고 할 만큼 골프를 사랑해요. 당연히 골프는 저에게도 큰 의미일 수밖에 없어요. 신혼집은 사계절 연습할 수 있는 플로리다 골프 클럽 가까이에 얻었고, 식단과 생활은 모두 철저하게 골프에 맞춰져 있죠.
함께 골프를 치기도 하겠죠? 저는 원래 골프를 아예 못 했어요. 수없이 함께 라운딩하며 많이 알게 됐지만 여전히 이론뿐이에요. 연애 초기에 남편이 레슨해준 적이 있는데, “운전과 골프는 가족이 가르쳐주면 안 되는 것 같다”며 포기했어요. 저도 남편의 완벽한 스윙만 보다가 제가 하는 모습을 보니 형편없이 느껴져 의욕이 사라지더라고요. 골프를 정말 좋아하긴 하지만요.
골퍼 안병훈과 남편 안병훈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남편은 한결같아요. 경기장에서는 식당 한 곳을 정해놓고 일주일 내내 같은 메뉴만 먹고, 코치와 캐디도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분들이에요. 연습 루틴도 잘 바꾸지 않고 몇 주씩 시합을 한 후에도 절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죠. 그 성실함에 반했어요. 그리고 평소엔 감정적이지 않은데, 필드에만 나가면 눈빛이 강렬해지면서 변하더라고요. 경기 중 화가 난 모습을 봤을 때는 ‘화도 낼 줄 아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많이 놀랐어요. 그만큼 골프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는 얘기겠죠.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항상 꽃을 사 오는 순둥이 남편으로 돌아와요.




결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요?
제가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퇴사했어요. 남편은 “내가 평생 골프를 해서 골프 선수가 되었듯 너도 평생 공부해서 컨설턴트가 된 거니까 우리 둘의 커리어가 모두 중요하다”며 응원해줬지만, 운동선수 전성기에는 서포트가 필수고 그 시기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남편을 위해 내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기 위한 시작임을 깨달은 순간 미련 없이 퇴사하기로 결정했죠. 우리는 50년 이상 함께할 팀이자 부부니까요. 남편은 저를 ‘아내이자 전담 자산 관리사, 영양사, 수행 비서, 멘털 코치, 요리사이자 건강 관리사’라고 소개해요.
플로리다 신혼집에서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매주 다른 도시에서 시합이 열리다 보니 1년 중 절반 이상을 타지에서 보내요. 집에 돌아오면 남편은 훈련을 계속하고 저는 골프와 관련된 미팅을 하거나 다음 시합을 준비하는 데 주로 시간을 보내요. 음식을 함께 요리해서 먹고,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이죠. 50년이 흘러도 이런 일상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턴 에디터 신지수(jisooshin@nobless.com)
사진 오중석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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