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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9 SPECIAL

[Artist Collective] 아티스트 컬렉티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

  • 2019-03-12

아티스트 컬렉티브는 팀 내에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기에 늘 장점만 가지고 있을까? 또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작업하기에 어떤 전시든 기획자를 편하게 해줄까? 아티스트 컬렉티브에 대해 잘 모르는 것. 또 누가 잘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들에 대해.

1 지난해 열린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과 더북소사이어티의 임경용 대표, 독립 큐레이터 김장언, 무용 평론가 김남수가 큐레토리얼 컬렉티브로 참여했다.
2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 베케이션랜드>에 참여한 콘텐츠 컬렉티브 베리띵즈와 사진가 신선혜의 ‘Close your eyes and you are there’.

지난 10년, 국내에도 아티스트 컬렉티브 시대의 막이 올랐다. 이들은 가능한 한 개인 활동을 자제하고 팀의 정체성을 만들거나, 평소엔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프로젝트에 따라 일시적으로 모여 ‘생각’과 ‘교감’을 거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낸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위에 서술한 정도로만 아티스트 컬렉티브를 알 뿐이다.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함께 만든 작품의 소유권은 누가 가지는지, 정말 팀을 이루는 게 좋기만 한 건지 등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더불어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다. 기획자나 기업이라고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작업하는 걸 환영하기만 할까? 하여,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관련한 몇 가지 궁금증을 몇몇 아티스트 컬렉티브, 그들과 일한 큐레이터, 기업의 전시 기획자에게 물었다. 이름하여 ‘아티스트 컬렉티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 우선 아티스트 컬렉티브 활동에서 재미있는 건 이런 것일 거다. 내가 할 수 없는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아티스트 컬렉티브는 실제로 팀 내에서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까? 모든 활동을 정확히 반반으로 나눠서? 아니면 전문성을 가진 이가 해당 일을 전담하는 것? 2014년부터 미디어 아티스트 김승범과 ‘프로토룸(Protoroom)’으로 활동해온 작가 후니다 킴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작업에 관한 기획이나 기획자들과 하는 미팅은 대부분 그걸 많이 경험한 이가 진행해요. 저희 경우는 제가 전시 관계자를 만나지만 실제로 프로젝트 진행이 확정되고 그 안에서 세부적 프로그램을 짜야 할 땐 김승범 작가가 나서죠. 저는 전시 경험이 여러 번 있기에 기획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김승범 작가는 공학을 베이스로 작품에 관한 문제에 좀 더 집중하죠. 저희는 아티스트 컬렉티브라고 해서 모든 일을 함께하려고 하진 않아요.” 한편 미디어 아티스트 컬렉티브 ‘신승백 김용훈’의 김용훈 작가는 아티스트 컬렉티브 활동의 문제점에 대해 말한다. “둘이 힘을 합쳐 작업할 수 있는 게 아티스트 컬렉티브의 장점이라면, 어떤 일이든 둘이 힘을 합쳐 결정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죠. 작품을 완성하려면 꼭 둘이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종종 이런 일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 이야기를 바꿔, 아티스트 컬렉티브가 내놓은 작품의 저작권은 누가 가질까? 개인 작업 외에 건축가 김호민, 미디어 아트 웹진 <앨리스온>의 디렉터 유원준과 ‘더 유닛’이라는 컬렉티브로 활동하는 김병호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보통은 ‘공동 소유’, ‘공동 분배’ 방식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합니다. 단, 이는 특정 프로젝트에서 함께 고민하고 일을 성사시켰을 때 한해서죠. 건축이나 미술 프로젝트는 이따금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역할 강도가 달라질 때도 있는데, 이땐 차등 분배를 원칙으로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더 유닛이란 이름으로 작업을 내놓고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스페이스워크의 조성현 대표, 공간 개발 기업 제로투앤을 운영하는 임지환 대표와 문주호 건축가가 함께하는 건축 컬렉티브 ‘경계없는 작업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도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이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개인 건축주의 작업과 달리 기업이나 미술관 등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맡는 경우 이들은 건축 디자인뿐 아니라 시각디자인과 인테리어, 가구, 콘텐츠 기획에도 공을 들이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 공통의 목표로 긴밀하게 의사소통한다. 컬렉티브라고 꼭 팀원의 작업 능력으로만 프로젝트를 해결하진 않는 셈이다.






3, 4 2017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소개한 일본 아트 컬렉티브 WOW의 전시 전경.

이 정도 물었으면 이제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함께 전시를 개최한 큐레이터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아티스트 컬렉티브란 모름지기 여럿이 함께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게 장점인데, 여기엔 정말 좋은 점만 있을까?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의 이나예 선임 큐레이터는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함께 일할 때의 곤란한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럿이 작업을 함께 하기에 의사 결정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건 분명한 단점이에요. 이로 인해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개인 아티스트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되는 편입니다.” 단, 그녀는 이보다 많은 장점이 이를 늘 상쇄한다고 덧붙인다. “장점은 ‘좀 더 열린 가능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거죠. 예로, 올 하반기 기획전을 준비 중인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현재 전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서로의 의견과 기술을 모아 작품을 제작하기에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의 백기영 학예연구부장은 지난해 개최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의 한 예로 컬렉티브 전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바로 경제학자 홍기빈, 무용 평론가 김남수, 독립 출판 기획자 임경용, 독립 큐레이터 김장언 등이 공통으로 기획한 ‘큐레토리얼 컬렉티브’에 대한 이야기.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다 보니 의사소통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었지만, 결국 비엔날레라는 형식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서로 합의하는 게 어려웠죠. 당시 기획자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는 맞지만, 미술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드러내도록 하는 건 온전히 미술 전문가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함께 일한 기업의 입장은 어떨까? 영국의 ‘UVA’와 ‘WOW’, ‘Light Society’, ‘ScanLAB Projects’ 같은 다양한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전시를 개최해온 현대자동차 그룹은 긍정적인 경험담을 내놨다. 현대모터스튜디오를 비롯한 여러 공간에서 컬렉티브의 전시를 기획해온 현대자동차 그룹 스페이스이노베이션팀의 박예진 대리는 “아티스트 컬렉티브의 집단 지성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이를 통한 표현과 매체 선택이 관람객 입장에서 대체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고 답변했다. 또 공예를 기반으로 여러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전시를 열어온 광주요 그룹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들은 작가들이 가진 젊고 역동적인 기운을 브랜드에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아티스트 컬렉티브와 작업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시대 미술에서 더 확장하고 있는 컬렉티브 활동은 이처럼 각 프로젝트가 처한 상황에 따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와 과정상의 문제로 굳이 이를 단점으로 여길 이유는 없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도 개인이 하지 못하는 더 좋은 작업을 내놓는 것이 컬렉티브가 존재하는 이유 아닐까? 예술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서 공감하는 동료들과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전략인 아티스트 컬렉티브. 이들의 실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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