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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9 SPECIAL

예술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 2019-03-09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생하는 국내외 젊은 컬렉티브.

1 낫이너프타임은 결성 후 첫 번째 프로젝트로 ‘Still Life’(2017년)를 선보였다.

몇 년 전 국내외 예술가 자생 공동체를 취재하며 20개 팀에 가까운 예술 공동체를 만난 적이 있다. 적게는 2명, 많게는 건물을 채우고 마을을 이룰 정도의 대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각 집단은 구성원의 개성, 아이디어, 스타일만큼이나 다양한 탄생 배경과 운영 방식을 갖고 있었다. 예술의 역사에서 아티스트 컬렉티브는 팀, 집단, 공동체, 파트너, 듀오, 소그룹, 동인, 모임, 조합 등 여러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운영 형태도 다양하다. 공동으로 창작하거나 철저하게 분업화하기도 하고, 또 개인의 이름을 내세우면서 팀 활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다 우연히 팀을 만들거나 시작부터 함께하는 등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컬렉티브의 탄생 지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정의 내리기 나름이나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해외에선 1990년대와 2000년대, 국내에선 2000년 후반 즈음 탄생한 여러 컬렉티브를 비롯해 현재 예술계는 주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결성한 컬렉티브 위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로 20~30대의 젊은 나이에 컬렉티브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 중심이다. 그렇다면 젊은 예술가들이 이런 시스템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자생하기 어려운 예술계 특성상 젊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반드시 살아남자는 취지일까? 다방면의 전문가가 힘을 보태 새로운 방식으로 자생 가능한 예술을 구축하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개인의 독창성’이라는 전통적 예술 개념에 대한 반항일까? 2010년 ‘아티스트 컬렉티브의 힘’을 주제로 한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한 작가 홍성민은 예전과 지금 컬렉티브의 차이점을 “과거 소그룹 운동은 전문 큐레이터의 부재 시기에 큐레이터가 해야 할 기획을 멤버들이 대체했고, 공동 작업은 주로 일회적이고 2인 정도의 협업이 주를 이루었다. 과거에는 A+B에서 AB를 만들거나 C를 만들었다면, 지금 컬렉티브는 A, B, C가 각각 있으면서 공통으로 공유하는 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과거는 둘의 작업이 비슷하거나 혹은 다르기 때문에 (중략) 결과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 두 부분의 좋은 점이 깎여서 밋밋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요즘 컬렉티브는 예전과 반대로 완성된 프로덕트보다는 모여서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2 이탈리아 출신 아티스트 컬렉티브 짐머프라이의 영상 시리즈 ‘Temporary Cities’(2011년).

그의 말대로 요즘 컬렉티브는 예전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는 유의미한 존재로 거듭났고, 젊은 작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국내외를 불문하고 그 수가 많아졌다. 우선 이탈리아의 가장 흥미로운 컬렉티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짐머프라이(ZimmerFrei)’. 사운드 디자이너 마시모 카로치(Massimo Carozzi), 영화감독 안나 데 마닌코르(Anna de Manincor), 연기자 안나 리스폴리(Anna Rispoli)가 2000년 볼로냐에서 결성했다. 안나 데 마닌코르는 “난 그룹으로 일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짐머프라이는 공동 생활이다. 독립적이면서도 공유된 이야기다”라며 팀의 미래를 확고히 했다. 그녀의 말처럼 결성할 당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인 영화, 음악, 연극 등을 매개체로 비디오, 사운드 설치, 연극 공연, 사진 시리즈, 공공 예술 프로젝트 등을 실현하면서 약 20년에 걸쳐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베트남의 ‘냐산 컬렉티브(Nhà Sàn Collective)’는 응우옌만둑 (Nguyen Manh Duc)과 뜨란루옹(Tran Luong)이 1998년 설립했다. 컬렉티브 시스템을 “내실 있는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한 새로운 형식”이라고 언급한 뜨란루옹의 말처럼, 냐산 스튜디오(Nhà Sàn Studio)는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비영리 실험 예술 공간을 운영하며 수많은 아티스트가 거쳐간 공동체다. 2011년 국가의 압력으로 무기한 폐쇄됐다가 2013년 젊은 예술가가 모여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게릴라 프로젝트로 부활시켜 굳건히 활동하며 현재 국제기관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편 런던의 건축과 디자인 컬렉티브 ‘어셈블(Assemble)’ 또한 20명 가까운 팀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저명한 예술상인 터너상을 미술 외 분야 최초로 수상한 아티스트 팀으로, 2010년에 결성된 이들은 수상 당시 15명이었지만 점점 수가 늘어났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함께 일하는 컬렉티브는 드물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며 프로젝트를 구성한다. 그런 다음 전 멤버가 매주 모여 협의해 모두의 창작물로 완성한다. 모두가 설립자다”라는 창립 멤버 앨리스 에절리(Alice Edgerley)의 말처럼 어셈블은 공평하게 운영되고 있다.





3 옥인 콜렉티브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올해의 작가상 2018>전 설치 전경.
4 냐산 컬렉티브의 현 멤버이자 영상, 설치,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응우옌뜨란 남(Nguyen Tran Nam)의 ‘We Never Fell’(2010년).

그런가 하면 30대 중·후반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낫이너프타임(Not Enough Time)’은 그룹 활동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가람, 포토그래퍼 박희웅, 디자이너 뉴뉴킴, 패션 디자이너 방진웅 등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인지도가 있는 이들은 2017년부터 컬렉티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김가람은 “개인 작업 외에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팀원들은 예전부터 고민이 있을 때마다 의논을 하던 친구 사이로, 함께 작업하면 시너지가 생길 거란 확신이 들어 시작했다. 컬렉티브 활동은 결과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작가인 나는 기존 작업의 주제나 맥락에서 벗어나 매체 등을 새롭게 실험할 수 있고, 상업 신에서 활동하는 팀원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춘 작업 외에 자신의 진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녹록지 않은 예술계에서 함께 살아남고자,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주고받고자, 공통된 가치와 견해를 드러내고자 많은 예술가 집단이 탄생하고 번성하면서 예술계를 이끌고 있다. 계층 구조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 그룹은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혼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의 정의를 확장했다. 컬렉티브 활동이 항상 쉽지만은 않을 테지만 국내외를 불문하고 동등하게 작업하는 아티스트 그룹의 활동은 예술계 안팎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백아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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