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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9 LIFESTYLE

은밀하게 우아하게

  • 2019-03-08

갤러리의 VIP 룸은 어떻게 꾸며졌을까? 그 은밀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들여다본다. 첫 번째는 조현화랑의 VIP 룸이다.

녹음에 둘러싸인 조현화랑의 전시실.

1990년에 문을 연 조현화랑은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해 현대미술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기획 전시 전문 화랑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지역에 앞선 미학적 안목을 소개하고, 시대를 바라보는 폭넓은 예술적 시각을 공유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정창섭 등 단색화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백남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베르나르 프리츠(Bernard Frize), 앨런 찰턴(Alan Charlton)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 2년마다 국내 젊은 작가를 발굴·소개하는 기획전 < Shift >를 열어 한국 미술의 미래를 알리는 데 기여해왔다. 예술적 안목과 식견,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조현화랑은 자신들의 역사와 함께해온 VIP를 위해 전시실 외에 특별하고도 비밀스러운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이 공간은 갤러리의 정체성과 안목, 컬렉션의 수준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일상에서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전시를 앞둔 작가의 작품을 미리 선보이는 자리다. 조선 시대 목가구와 유럽 빈티지 가구,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단색화가 작품부터 최근 조현화랑에서 < Cut Out >전을 연 안지산 작가의 최신작까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기류가 분방하게 흐르는 곳이 바로 조현화랑의 VIP 룸이다.




응접실 Reception Room
VIP를 맞이하는 응접실에는 달맞이길과 해운대 바다가 그림처럼 바라보이는 통창 옆 세 벽면에 내로라하는 작가의 대형 작품을 걸어두었다. 현재 한국의 대표 단색화가인 정창섭의 구작(舊作) ‘저 #87011’과 박서보의 ‘Ecriture No.021030’, 멕시코 출신 아티스트 보스코 소디(Bosco Sodi)의 ‘Untitled’ 등이 걸려 있지만, 작품은 비정기적으로 바뀐다. 조선 목가구의 매력이 저평가되었다고 여기는 조현화랑의 대표는 1950년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의 ‘커피 테이블’과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의 ‘이지 체어’,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oniel)의 조각 사이에 조선 목가구를 두었다. 주민영 디렉터는 “손님들에게 미술 작품을 생활에서 어떻게 향유할 것인지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유럽 빈티지 가구와 조선 목가구, 국내외 작가의 작품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 응접실을 ‘갤러리의 얼굴’이라고 소개한다.

전실 Front Room
VIP를 위한 소규모 아트 클래스, 아티스트 토크, 강연 및 세미나 등이 열리는 전실은 비밀스러운 공간의 시작점이다. 김수연 작가의 설치 작품 ‘Air Plant 5’와 추상 조각가 머르터 펀(Marta Pan)의 대리석 작품 ‘Porte 23a’, ‘Porte 2D’는 단순미와 균형미를 조용히 드러낸다. 조현화랑의 VIP 공간이 지향하는 바도 맥락이 이와 같다. “갤러리의 성격과 추구하는 방향, 초대 손님에게 제안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녹였다”는 주민영 디렉터의 말대로, 조현화랑은 예술이 생활에서 멀리 있지 않음을 이곳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복도 Passageway
작품 소장 여부를 떠나 갤러리의 VIP를 ‘조현화랑과 함께 30년간 예술적 안목과 식견을 쌓아온 오랜 동반자’로 정의한 주민영 디렉터는 VIP 룸 곳곳에 아트 페어나 기획 전시에 출품할 작품을 예고편처럼 두기도 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안지산 작가의 개인전 < Cut Out >이 열리기 전, VIP를 위한 공간인 복도에 작가의 최신작 ‘Day After Christmas’를 걸어두었다. 국내 아트 퍼니처 분야 선구자인 최병훈 작가의 ‘Afterimage 08-263’에 앉아 잠시 머물기에도 좋다.

사랑방 Dining Living Room
‘아트 바젤 홍콩’, ‘상하이 아트 021’, ‘아트 스테이지 자카르타’ 등 국제 아트 페어를 통해 인연을 맺은 해외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한국의 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랑방에는 사방탁자, 겸상, 농, 함, 찬장 등 조선 목가구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모던하고 강렬한 색채의 정창섭, 김종학 작가의 작품과 잉고 마우러(Ingo Maurer)의 조명이 어우러져 있다. 찬장이 작품을 두는 선반으로, 함이 사이드 테이블로 사용되는 등 조선 목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감각이 돋보인다. 주방을 겸한 이곳에서 VIP는 윤광조와 이영재의 생활 자기에 담긴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손지혜   사진 여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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