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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9 CITY NOW

자유로운 예술의 도시

  • 2019-04-01

“포틀랜드를 이상하게 유지하라(Keep Portland Weird)”가 도시의 슬로건일 만큼 포틀랜드는 서로 다른 독특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고 같지 않음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야말로 자유와 독창성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가장 큰 이유다.

1892년 설립된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 습관이 있다. 내 습관은 어느 도시를 여행하든 그곳의 미술관을 반드시 가보는 것이다. 이유는 나름 확실하다. 예술이야말로 그 도시의 문화와 삶,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나는 도시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우선 미술관을 찾아 그 안에서 그 나라의 예술을 느껴보라고 조언한다.
미국 오리건주의 작고 조용한 친환경 도시로 유명한 포틀랜드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가 되었다. 〈킨포크(Kinfolk)〉 잡지를 계기로 널리 알려진 이 도시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부터 커피, 맥주, 패션, 음식 등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다양성, 지속 가능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관까지 어느 하나 멋지지 않은 구석이 없다. 그야말로 현시대가 열광할 만한 모든 매력을 지니고 있는 도시다. 그중에서도 포틀랜드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예술’이다. 최근 들어 포틀랜드의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좇아 수많은 예술가가 꾸준히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예술 도시 중 하나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는 4월 28일까지 전시 중인 <현대 미국 사실주의>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Cape Cod Morning’과 아서 도브의 ‘Untitled(Centerport)’, 오노레 데스몬드 섀러즈먼의 ‘Tribute American Working People’을 감상할 수 있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Portland Art Museum)은 포틀랜드라는 도시의 매력과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포틀랜드 거주자 중 절반가량이 외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지만,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은 1892년 설립되어 무려 1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몸소 ‘포틀랜드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하며 도시의 중심을 잡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일곱 번째로 오래된 뮤지엄일 만큼 역사가 깊은 이곳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포틀랜드시와 오리건주, 더 나아가 태평양 북서부(Pacific Northwest)로 일컬어지는 미국 북서부 지방의 예술 허브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 전시장 전경.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살펴보면, 고대부터 시작된 4만2000점이 넘는 영구적인 작품 컬렉션을 소개하는 상설전과 함께 실험적인 현대 예술 및 주제별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진행하며 매번 흥미로운 대비를 선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오랫동안 만들어온 관습과 습관을 소중히 여기지만, 동시에 선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새 흐름을 만들어내는 도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포틀랜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지역사회가 유독 끈끈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 기관도 시민 개개인도 하나같이 포틀랜드에 대한 애정과 교류의 열정이 대단한데,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매주 금요일 팝업 전시 및 공연, 예술 체험과 함께 술과 커피를 즐기는 뮤지엄 파티를 개최하고, 정기적으로 대중이 작가와 예술에 관해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주선한다. 갤러리와 작가 지원 또한 적극적이다. 최근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은 오리건주의 메릴허스트 대학교(Marylhurst University) 산하 비영리 갤러리 ‘아트짐(The Art Gym)’을 대학이 문을 닫기로 함에 따라 인수를 결정했다. 북서부 지역의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고 전시 공간을 제공하던 아트짐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은 지난해 아시아 미술 전시를 기획해 포틀랜드 시민에게 동양 미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포틀랜드를 정의하는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바로 다양성이다. “포틀랜드를 이상하게 유지하라(Keep Portland Weird)”라는 슬로건처럼, 포틀랜드는 서로 다른 ‘독특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포틀랜드는 인종차별과 같은 비교적 보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그것을 인지한 포틀랜드시가 최근 백인 중심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에서 진행하는 전시에서도 그런 변화가 느껴진다. 지난해 10월부터 〈현대 미국 사실주의(Modern American Realism)〉와 함께 전시 중인 2개의 아시아 미술 전시 〈일본 고전 미술 속 시와 삽화(Poetic Imagination in Japanese Art)〉와 〈조선 후기의 지도 및 지형도(The Shape of the Land)〉가 대표적이다. 오래전부터 동양 미술이 시와 그림, 서예가 하나의 작품과 깊이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로, 관객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시가 어떻게 중심 역할을 해왔는지 새롭게 파악할 수 있었다.
포틀랜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을 잇는 새로운 핵심 예술 도시로 떠오를 만큼 미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장이 되었다. 포틀랜드 현대미술 연구소(Portland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를 중심으로 한 전문적인 현대미술 탐구, 퍼시픽 노스웨스트 예술대학(PNCA), 오리건 예술 & 공예대학(OCAC) 등 저명한 지역 예술대학을 통한 끊임없는 인재 양성,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로 대표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아트 갤러리, 거기에 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자체적인 예술 교육 프로그램까지. 포틀랜드의 탄탄한 문화 예술 인프라는 앞으로 더욱 많은 예술가를 그곳으로 불러 모을 것이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장은정(Plan J 대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 제공 포틀랜드 아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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