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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9 ARTIST&PEOPLE

당신의 길버트 & 조지

  • 2019-03-06

살아 있는 조각, 길버트 & 조지가 첫 한국 전시를 연다. 그들은 여전히 위트 있고, 사랑스럽고, 신사적이다.

1 조지 패스모어(왼쪽)와 길버트 프로에시(오른쪽). 길버트 & 조지는 50년을 함께한 인생의 동반자이자 예술 파트너다.
2 리만머핀 서울에서 3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는 < The Beard Pictures > 전시 전경.

1969년 런던의 한 거리, 몸에 브론즈 물감을 칠한 양복 차림의 두 남자가 탁자 위에 올라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퍼포먼스 같지만 두 남자는 이를 ‘행위’가 아닌 ‘조각’이라고 바로잡으며 ‘살아 있는 조각(Living Sculpture)’이라 명했다. 느닷없이 나타난 두 인물은 예술가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고 정지된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살아 있는 조각’의 주인공은 바로 길버트 & 조지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지금, 이들은 테이트 모던,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호주 모나미술관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회고전을 열고 있다. 그렇다면 길버트 & 조지는 원로 작가인가? 전혀! 눈이 아릴 만큼 총천연색의 향연, 작품을 위해 탈의를 감행하는 배포 그리고 유머, 환희, 희망, 죽음, 센스, 돈, 종교, 믿음, 인종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를 작품에 집어넣은 광기 어린 열정은 여전하다. 어떻게 보면 ‘팝’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혹자는 ‘팝 아티스트’라고, 또는 ‘yBa’ 아니냐고 묻지만 길버트 & 조지는 그 누구도 아닌 길버트 & 조지다.
세계 아트 신에서 대부로 칭송받음에도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에서 길버트 & 조지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 단체전에서라도 얼굴 한 번 내밀 법한데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게 그들이다. 그래서일까? 오는 3월 16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 국내 첫 개인전 < The Beard Pictures >를 연 길버트 & 조지는 애정이 듬뿍 담긴 인사를 건네며 한국 관람객을 향한 아낌없는 사랑을 과시했다.
고백하자면, 에디터는 길버트 & 조지의 팬이다. 그간 적지 않은 인터뷰를 했지만 이번만큼 준비 과정이 떨린 적은 드물다. 준비하는데도 한참, 질문을 선별하는데도 한참이 걸린 이번 인터뷰. 돌아온 답변은 다분히 길버트 & 조지다웠다. 짧고 명쾌한 문장들 그리고 길버트와 조지라는 두 작가가 아닌 단 한 명의 작가 ‘길버트 & 조지’로 인터뷰에 임한 그 모습이. 사심 가득한 인터뷰, 지금 시작한다.




3 Vote Beard, Mixed Media, 190×226cm, 2016
4 Beard Help, Mixed Media, 190×302cm, 2016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 부탁드립니다. 지극히 지적인 독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길버트 & 조지입니다.

첫 한국 개인전을 오픈하셨습니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리만머핀 서울과 홍콩에서 동시에 개최되죠.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두 나라의 문화 차이를 고려했는지 궁금하네요. 관람객이 어디에 사는지, 그들의 문화적 배경은 어떠한지 관계없이 들려주고자 하는 큰 ‘이야기’가 있습니다. 죽음, 희망, 인생, 공포, 성, 돈, 인종, 종교, 더러움, 나체, 인간, 세계가 그런 것들이죠. 이 단어들을 이번에 소개하는 ‘진귀한’ 이미지에 담았는데, 이는 서울과 홍콩의 유쾌한 관람객에게 보내는 비주얼 러브 레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50년간 아트 신에서 함께 활동하셨습니다. 덕분에 두 분이 센트럴 세인트마틴 예술대학 재학 시절 처음 만났다는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하죠. 그래도 첫인상이 궁금하네요. 서로의 예술관이 ‘모두를 위한 예술’로 일치한다는 걸 알고 난 뒤 잔인하지만 환상적이고, 퇴폐적이지만 희망으로 가득 찬 세계에 함께 발을 들였습니다. 길버트 & 조지의 초기 모습은 대학을 갓 졸업한 완전 초짜 아티스트였지만요.

조각으로 석사 학위를 받으셨고, 첫 작품도 길버트 & 조지가 조각으로 분한 ‘살아 있는 조각’입니다. 그만큼 조각은 특별하고 애틋한 장르일 것 같아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특히 ‘살아 있는 조각’이 지닌 메시지에 작업의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조각’에는 예술가도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소재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 작업을 할 당시의 환경과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 신체를 활용한 이유도 있었죠.(웃음)

요즘은 평면 회화나 디지털 프린팅을 주로 하시지 않나요? 저희는 마음, 영혼, 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그 어떤 테크닉도 흡수하려 해요. 디지털 프린팅은 우리의 모든 것을 작품에 쏟은 비주얼 러브 레터로, 수신인은 관람객이죠. 앞서 말했듯 베이스는 언제나 ‘살아 있는 조각’에 두고 있어요. 즉 길버트 & 조지는 하나의 작품이란 의미예요.




5 Beardcage, Mixed Media, 226×317cm, 2016
6 Blood Tears Spunk Piss, Mixed Media, 337.8×1207cm, 1996
7 Gilbert & George: The Singing Sculpture(still), VHS Tape, 19min 20sec, Film by Philip Haas, 1992

그래서 길버트 & 조지의 모습이 항상 작품에 등장하는군요. 길버트 & 조지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화자이자 작가로서 작품 안에 등장합니다. 정장 차림새거나 전라로 나타나는 등 때에 따라 그 모습은 다르지만요. 이번 서울 전시에 선보인 ‘Vote Beard’, ‘Beardcamp’는 수염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 저희가 사는 이스트런던의 스피털필즈(Spitalfields)에 자주 보이는 긴 수염의 남자들에게 영감을 받은 도상입니다.

작품을 나누는 그리드는 어떤 의미죠? 그리드는 실용적인 역할만 해요. 저희 작품은 사이즈가 커요. 한 번에 프린팅한 뒤 조각 내어 액자를 맞추는데, 조각 낸 작품을 원래 모습대로 붙이다 보니 그리드가 생기는 거죠. 작품을 보호하고 쉽게 이동하기에 적합한 방법이에요.

‘Blood Tears Spunk Piss’, ‘Life’, ‘Hope’는 작품 제목과 똑같은 단어가 화면에 적혀 있어요. 텍스트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작품의 화자, 계몽적인 예술가 그리고 자유로운 존재로서 저희는 무엇이든 작품에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더불어 텍스트로 관람객을 자극해 그들이 오늘날의 위대한 서양 문화와 그 발전에 대한 희망을 품길 원해요. ‘깨어나세요!’, ‘일어나세요!’라고 외치고 싶군요.

“우리 둘은 하나의 아티스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데 예술가는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으로 작업에 임하는 인물이에요. 그만큼 두 분이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다분히 이성애자적인 질문이군요! 저희는 의견 충돌이 전혀 없었어요. 만약 분쟁이 있었다 하더라도 여기서 말할 생각이 없어요. 사람들은 왜 싸우는 건가요? 싸움은 비생산적인데 말이죠. 그렇다면 홀로 작업하는 것보다 둘이 작업할 때 더 좋은 점이 있다면요? 당연히 함께 작업하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셋 혹은 그 이상을 뜻합니다.

요즘은 듀오뿐만 아니라 트리오, 컬렉티브 등 그룹 아티스트가 대거 등장하고 있어요. 듀오 아티스트의 대부로서 그들에게 조언 부탁드릴게요. 예비 예술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세계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세요. 두 번째는 ‘선생들은 다 사라져라’ 정도?

4년 넘게 똑같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을 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들었어요. 파격적인 작품을 하는 작가라 범상치 않은 삶을 영위하실 줄 알았는데, 두 분의 일상생활과 작품이 사뭇 다르게 느껴져요. 저희가 원하는 예술론이 광란이든 질서든 간에, 그와 상관없이 일상은 계획, 체계 그리고 획일적으로 유지하는 걸 선호해요. 창작을 위해 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합니다. 레스토랑을 규칙적으로 방문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맛있는 음식, 그리고 키스하고 싶게 만드는 웨이터.

매번 정장을 입고 다니는 이유는요? 정장을 입는 건 정상적이고 보수적이며 품행이 바르고 점잖아 보이고 싶기 때문이죠.




8 Flag At 10, Mixed Media, 88×123cm, 2009
9 Bloodbeard, Mixed Media, 151×127cm, 2016

50년간 고수한 ‘모두를 위한 예술’의 지향점에 변화가 생겼나요? 저희의 신념인 ‘모두를 위한 예술’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어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길 원하죠. 저희가 ‘전 세계는 하나의 미술관’이라고 예측했듯 말이죠.

2017년, 스피털필즈에 길버트 & 조지 아트센터(Gilbert & George Art Centre)를 오픈하셨습니다. 지역 주민과 젊은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꾸리겠다 하셨는데, 마치 ‘모두를 위한 예술’에서 ‘모두를 위한 갤러리’로의 진출 같은데요? 길버트 & 조지 아트센터는 ‘모두를 위한 예술’과 ‘영원히 살기’ 위한 실천의 일환입니다. 사실 갤러리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대략 2년 후에 본격적으로 오픈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두 분이 기획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전시 기획자 길버트 & 조지와 예술가 길버트 & 조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큐레이터와 아티스트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다음 문구로 설명됩니다. “큐레이터는 비판하고, 작가는 예의주시하라.” 우리는 전시, 카탈로그, 포스터, 초대장 제작을 직접 하는 것을 선호해왔습니다. 그렇다고 큐레이팅을 하는건 아니고, 단지 우리가 아무도 믿지 않아서일 뿐이죠. 어쨌든 우리 작품은 종합예술이니까요.

길버트 & 조지의 앞으로 계획은요? 엄청난 성공과 흥분이 함께하는 순간, 지금보다 더 완숙한 시기를 향해 우리는 천천히 그리고 멋지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길버트 & 조지
1943년 이탈리아 산마르티노에서 태어난 길버트 프로에시(Gilbert Proesch)와 1942년 영국 데번에서 탄생한 조지 패스모어(George Passmore). 둘은 1967년 런던 센트럴 세인트마틴 예술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하며 친분을 쌓았고, ‘모두를 위한 예술’에 뜻을 같이해 함께 작가의 길을 걸었다. 스스로 조각이 된 ‘살아 있는 조각’으로 데뷔했으며 조각을 기반 삼아 영화, 사진,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고 있다. 1986년 터너상을 받았으며, 2007년에는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제공 리만머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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