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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05

Heritage Art Space in HK

매년 3월 열리는 아시아 최고의 아트 페어 ‘아트 바젤 홍콩’을 중심으로 홍콩 아트 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정부의 헤리티지 보존 정책은 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타이쿤에는 현대미술 전시관, 레스토랑, 공연장, 서점 등이 모여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할리우드 로드의 새로운 랜드마크, 타이쿤
새로 지은 건축물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역사가 없는 건축물은 감동이 없다. 홍콩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오래된 건축물을 문화 시설로 탈바꿈하는 헤리티지 보존 정책을 시행 중인데, 이렇게 탄생한 공간이 홍콩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아시아 문화의 허브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공식 오픈한 타이쿤(Tai Kwun)은 170년 전 경찰청사와 교도소로 사용하던 유서 깊은 곳이다. 10년간 이어진 레노베이션에는 유명 건축가 헤어조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과 여러 건축 회사가 참여했으며, 16개의 오래된 건물에 2개의 새로운 건축물을 추가해 전시관, 교육 센터, 카페, 도서관 등 18개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타이쿤 내에 위치한 현대미술 전시관에서는 4월 22일까지 〈전염되는 도시들: 더 멀리, 너무 가까이(Contagious Cities: Far Away, Too Close)〉전이 열리고 있다. 전염병이 인간에게 미치는 물리적·사회적·문화적 영향력을 다룬 국제 전시 프로젝트로 앤절라 수, 피렌제 라이 등 아티스트 10여 명이 참여한다. 전시관과 공연장뿐 아니라 레스토랑, 카페, 서점, 아트 숍 그리고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트렌디한 바까지 있으니 이곳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올드 타운 센트럴 중심에 위치한 덕에 접근성이 좋을 뿐 아니라 교도소로 사용하던 당시의 감옥방과 시체 안치실 등 일부 시설을 보존해 관광객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 건물 곳곳의 스토리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아닐까?






170년 전 경찰청사와 교도소로 사용하던 유서 깊은 타이쿤의 건물 내부.

타이쿤 바로 인근에도 세월을 담은 건축물을 개조한 예술 명소가 여러 곳 있다. 앤티크 상점가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리에 위치한 량이 뮤지엄(Liangyi Museum)이 대표적이다. 아버지 대에서부터 중국의 앤티크와 미술 작품을 수집한 린풍(Lynn Fung) 관장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래전부터 뮤지엄을 기획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상점을 하나둘 매입해 미술관을 열었다. 1층은 앤티크 상점, 2~4층은 미술관으로 사용 중이며 중국과 유럽의 앤티크 가구 상설 전시와 기획전 등을 연다. 1984년까지 얼음 창고로 사용했던 프린지 클럽은 전시장과 공연장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 되었다. 근사한 재즈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섰지만 지하 카페에는 과거 창고에서 사용했던 타일을 그대로 보존해 과거를 상상하게 한다. 1층에는 애니타 첸 라이링 갤러리(Anita Chan Lai-ling Gallery)가 입점했는데, 오는 3월에는 케이트 스패로(Kate Sparrow)의 전시가 열린다고.











취안완 지역의 면직물 공장을 개조한 비영리 아트 센터 CHAT.

홍콩 섬유산업 시대의 추억, CHAT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서도 홍콩의 헤리티지 건축 정신은 이어진다. 3월 16일 개관하는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은 취안완(Tsuen Wan) 지역의 면직물 공장을 개조해 만든 비영리 아트 센터로, 지난해부터 도심에서 프리뷰 전시를 열며 오픈을 알려온 곳. 개관 기념전으로 〈언폴딩: 우리 삶의 패브릭(Unfolding: Fabric of Our Life)〉과 〈웰컴 투 더 스피닝 팩토리!(Welcome to the Spinning Factory!)〉가 열린다. CHAT는 프리뷰 전시에서부터 홍콩 섬유산업의 황금시대를 추억하는 커미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도 이에 맞닿아 있다. 〈언폴딩: 우리 삶의 패브릭〉에는 리자 아피시나(Reza Afisina), 아오야마 사토루(Satoru Aoyama), 모바나 첸(Movana Chen) 등 17명의 아시아 작가가 참여해 근대 역사 속 섬유산업과 가속화된 세계화 시대 섬유 노동자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연두 작가가 작년 프리뷰 전시에 이어 다시 한번 작품을 출품할 예정.
삼수이포(Sham Shui Po)의 헤리티지 삼총사, JCCAC와 SCAD, 메이호 하우스(Mei Ho House)도 놓쳐서는 안 된다. 삼수이포 지역은 우리나라의 동대문과 같은 패션 타운이다. 1950년대에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난민을 수용한판자촌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훨씬 더 많은 구시가지라고 보면 된다.
JCCAC(Jockey Club Creative Arts Center)는 도심 속 낡은 폐공장을 아티스트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1977년에 지어 인쇄소와 공장 건물로 사용하다가 지금의 JCCAC로 변모했다. 우리나라 마사회와 같은 홍콩 자키 클럽이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임대하고 예술 활동을 지원해 도심 재생의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장소다.






북구룡 법원 건물은 예술대학 SCAD로 탈바꿈했다.

북구룡 법원 건물은 미술과 디자인 과정을 가르치는 예술대학 SCAD(Savanah College of Art & Design)으로 탈바꿈했다. 프랑스와 미국에 이어 홍콩에 문을 연 이 아름다운 학교는 법정을 원형 그대로 살려서 강의실로 이용하고 있다. 건물 곳곳에 교수와 학생들의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수시로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메이호 하우스는 1953년 삼수이포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살 곳을 잃은 시민들을 위해 지은 공공 주택이었다. 발코니가 연속적으로 연결된 H 블록의 모던한 건축물로, 지금은 이곳 메이호 하우스만이 남아 저렴한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다. 메이호 하우스 박물관에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생활 모습을 재현해놓아 이곳을 처음 찾는 관람객도 삼수이포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다고. 게다가 지금 소개한 삼수이포 헤리티지 삼총사는 모두 걸어서 방문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금상첨화다. 에코 트래블(Eco Travel)과 같은 현지 영어 가이드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 참고할 것.
2017년 세계 미술품 거래액은 71조원이며, 이 중에서 21%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 미술 거래의 교두보가 된 홍콩의 힘은 단지 면세 특권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건축물마저 예술 공간으로 승화시킨 홍콩의 선택이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방문을 끊임없이 이끌고 있는 것이다. 건축물은 도시의 상징이며, 나라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는 증거다. 오는 3월, 홍콩은 어느 해보다 뜨거워질 것 같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이소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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