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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25

Swedish Adventure

이것은 험난한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추위를 잊게 할 만큼 짜릿한 스릴과 재미 그리고 북유럽의 낭만과 여유를 맛본 시승기다. 스웨덴 룰레오에서 만난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V60)는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멀티플레이어로서 존재감을 빛냈다.

스웨덴 룰레오에서 만난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V60).

스톡홀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룰레오 공항에 도착하자 북극권의 차갑고 날카로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맨땅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흰 눈으로 뒤덮인 도로, 시야를 가리며 흩날리는 눈발, 설원 위로 펼쳐진 잿빛 하늘. 세상은 온통 무채색이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룰레오(Lulea° )는 스웨덴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북위 65도, 지리학적으로 북위 66도부터 북극권이라고 부르니 북극의 발밑인 셈이다. 겨울 왕국답게 영하 30~40℃는 기본, 이틀에 한 번꼴로 눈이 내리고, 해가 늦게 떠서 오후 서너 시면 져버린다. 볼보가 우릴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명백했다. 오는 3월, 국내 출시하는 신형 크로스컨트리(V60)의 진가를 오롯이 체험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볼보의 고향 스웨덴, 그것도 가장 혹독한 추위를 경험할 수 있는 룰레오.
본래 크로스컨트리는 왜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스웨덴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발판 삼아 성장한 볼보는 왜건을 잘 만드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1년의 절반 정도가 겨울이라 기나긴 추위를 견뎌야 하는 스웨덴 사람들은 빨리 달리는 차보다 안전한 차에 후한 점수를 줬고, 긴 휴가 동안 자연을 즐기러 여행을 떠나기엔 세단보다 왜건이 적합했다(실제로 룰레오 도심에서 마주한 대부분의 차량도 왜건이었다). 왜건은 SUV만큼 공간 활용도가 높으면서 크기도 부담스럽지 않고, 주행 감각은 세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도심형 SUV가 등장하며 호황을 누리던 1990년대 중반에도 볼보는 대세를 따르는 대신 자신이 잘 만드는 왜건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접목하고 지상고를 높인 차량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를 ‘크로스컨트리’라 불렀다. 영하 40℃까지 떨어지는 북부 지역과 사막에서의 혹독한 시험을 거쳐 태어난 크로스컨트리는 세단처럼 편안하지만 어떤 도로 지형이나 날씨에서도 안정적 주행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1 볼보만의 실용성과 세련미를 느낄 수 있는 내부.
2 첨단 기술을 담아 미끄러운 아이스 트랙에서도 흔들림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3 기존 V60 모델 대비 지상고를 75mm 높여 안정감이 느껴진다.

설원을 정복한 늠름한 차
더 뉴 크로스컨트리(V60)를 처음 만난 건 룰레오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섬 그로셸뢰렌(Gra° sja¨ lo¨ren)에서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바다와 섬을 가르는 일체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가 섬이고 바다인지 불분명한 그곳에서 설원을 정복한 듯 자신감 있게 서 있는 자동차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기존 왜건 모델인 V60으로 착각할 만큼 비슷한 생김새지만 키를 75mm 높여 더 듬직하고 안정감 있는 자세. 지상고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험로 주파에 유리한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시트 포지션이 올라간 만큼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하며, 승하차도 한결 편하게 할 수 있다. 최신 볼보 디자인을 따라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 디자인과 아이언 마크를 삽입한 그릴을 적용해 정면에서 보면 고급 세단 같지만 옆에서 보면 SUV, 뒤에서 보면 왜건 같은 독특한 형태다. ‘예쁘다’, ‘잘빠졌다’는 표현보다 스웨덴의 거친 삼림 도로를 가뿐히 주파할 수 있을 거란 굳건한 믿음을 주는 외모랄까. 내부 역시 신형 XC90부터 적용한 새로운 인테리어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천연 우드 트림과 나파 가죽을 적용한 실내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그대로다. 9인치 세로형 터치패널을 적용한 센서스(Sensus) 인터페이스와 양쪽에 수직으로 자리한 에어 블레이드를 포함한 대시보드 등은 볼보만의 실용성과 세련미를 보여준다.




4 경사로 저속 주행 모드를 장착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화했다.
5 순록이 점령하는 도로에서도 안전한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적용했다.

여유로운 눈길 드라이브
첫날은 룰레오 시내와 고속도로, 산림 도로까지 160km에 이르는 코스를 누볐다. 눈밭을 달리는 동안 차창 밖은 딴 세상 같은 새하얀 고요가 느껴졌다. 솜이불을 덮고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서 있는 자작나무의 절개, 눈 덮인 오두막에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 설국의 도로를 달리며 이토록 여유 있게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할 줄이야. 그만큼 더 뉴 크로스컨트리(V60)의 안정성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났다. “전 트림에 스웨덴 할덱스사의 최첨단 5세대 AW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시승 브리핑에서 프로젝트 리더인 로베르트 릴리아(Robert Lilja)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강조하며 눈길 주행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사륜구동의 명가라 불리는 할덱스의 사륜구동 방식은 가볍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빠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엔 거의 모든 동력이 앞바퀴에 지정되지만, 뒷바퀴에 미끄러짐이나 헛도는 움직임이 감지되면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동력을 즉시 재분배해 안정감을 되찾아준다. 마른 아스팔트를 찾아볼 수 없는 룰레오는 시내 주행도 조심스러운데, 미끄러움이 감지될 때마다 토크를 뒷바퀴로 보내 바로 대응하는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캄캄한 숲길을 지날 때는 순록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면서도 살짝 긴장했다. “숲 사이로 가늘게 펼쳐진 도로는 수시로 순록이 점령합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나는 사고 유형 중 하나도 동물 충돌 사고죠.” 볼보 세이프티 센터 시니어 매니저 마티아스 로베르트슨(Mattias Robertson)은 이를 대비해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전 차종에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한 안전 기술은 야생동물뿐 아니라 보행자나 자전거를 피할 때도 유용하다. 차체 상단에 자리한 카메라와 레이더가 사고 위험을 판단해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도로로 튀어나온 순록을 보진 못했다).
눈길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편안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탄 T5 AWD 가솔린 모델이 주는 정숙성도 한몫했다. 시동을 걸면 전해지는 소음이나 떨림이 적고, 울퉁불퉁한 눈길 주행에서도 출렁임이 거의 없어 세단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순간 가속을 해봐도 미세한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제원표에 적힌 최대토크 35.7kg·m, 최대출력 254마력을 체감해보고 싶었으나, 이 도시에서 가속력을 뽐내며 달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눈 덮인 침엽수림 사이를 느긋하게 달리며 대자연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묘미니까.




6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바우어앤윌킨스(B&W).
7 순록이 점령하는 도로에서도 안전한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적용했다.
8 눈길에서 필수인 스노 타이어.

아이스 트랙 위 무법자
더 뉴 크로스컨트리(V60)는 전자식 자세제어 컨트롤(ESC), 코너 트랙션 컨트롤(CTC) 등 새로운 기능을 담았다.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안정적 주행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볼보는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아이스 트랙 섹션을 마련했다. 베이스캠프가 자리한 그로셸뢰렌 인근, 꽁꽁 얼어붙은 바다 위에 서킷처럼 구불구불한 로드 코스를 만들어놓은 것. 아이스 트랙은 서킷과 달리 표면이 미끄러워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거칠게 다루면 차가 곧바로 회전할 위험이 있다. 생애 첫 아이스 트랙 체험을 앞두고 설렘과 긴장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스티어링휠을 꽉 쥐었다. 담당자는 “먼저 ESC(전자식 자세제어 컨트롤)를 켜고 한 바퀴 돈 다음 ESC를 끄고 달려보세요”라는 짧은 지시를 내렸다. ESC를 켠 상태로 아이스 트랙을 주행하는 것은 맨땅에서 서킷을 달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노 타이어를 장착한 영향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핸들을 꺾을 때마다 뒷부분이 살짝 미끄러지는 듯해 도 2~3초 안에 바로 자리를 되찾았다. 크로스컨트리는 SUV보다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고, 코너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덕분에 코너를 돌 때 생기는 흔들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ESC를 끈 다음부터 시련과 고난이 찾아왔다. ESC를 끄고 달린다는 건 본격적으로 드리프트를 즐기라는 의미다. 차 뒤를 미끄러트린 후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조절해 달리는 것. 하지만 결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속도가 부족하면 차 뒤가 미끄러지지 않았고, 너무 빠르면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고 헛돌며 코스 밖으로 벗어났다. 뒷바퀴가 밀려 나갈 때 핸들을 반대로 꺾어 차체를 바로잡아봤으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차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좌우로 쉴 새 없이 요동쳤다. 다행히 안전의 명가 볼보는 차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안전벨트가 강하게 상체를 조이며 시트에 몸을 고정했다. 코스를 5~6차례 돌면서 계속 시도했지만 ‘조금 감각을 익혔다’ 싶은 정도였다. 물론 드리프트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ESC 기능을 껐지만, 평소 눈길이나 빙판길에선 이 기능을 작동한 후 주행해야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순록 모피를 깐 의자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주문한 뒤 입구에 세워둔 더 뉴 크로스컨트리(V60)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틀 동안 극한 추위가 온몸을 감쌌지만 눈 덮인 자작나무 사이를 달리며 설국의 이국적 정취를 만끽하고, 꽁꽁 언 바다 위를 미끄러지며 드리프트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볼보의 안전 철학에 대한 믿음 덕분이라고. 그리고 더 뉴 크로스컨트리(V60)는 무심한 듯 덤덤하게 그 신뢰를 증명해내는 차라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심이나 자연 그 어디에서도 크로스컨트리 특유의 안정적이고 유유한 멋을 풍기며 달리다 어떤 험난한 환경이 닥쳐도 이겨낼 듯한 강인함을 발휘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앞에 그려졌다.




국내 출시하는 T5 AWD 가솔린 모델은 눈길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정숙하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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