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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19 LIFESTYLE

Bring Art to Life

  • 2019-01-07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1월 29일 오픈하는 전은 움직임을 재료로 조각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온 노해율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합니다.

노해율
움직임을 재료로 단순성과 투명성을 지닌 조각을 만들었다. 여느 키네틱 아티스트들이 속도와 움직임에 집착한다면, 그는 절제된 표현으로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작품에 예술적 가치를 더한다.




홈페이지에서 기존 작업을 살펴봤는데, 작품의 움직임이 아주 잔잔하더군요. 뭐랄까, 가뭄에 식물이 축 늘어져 있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슬쩍 고개를 들어 “저 아직 안 죽었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움직임. 말하자면, 여느 키네틱아트 작품에서 봐온 역동성과는 다른 것이었어요. 초기부터 제 작품은 제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랜덤’한 움직임을 주제로 하고 있어요. 작품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몇 가지로 제한해 거기에서 계속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게 했죠. 쉽게 말해 ‘움직이는 대상’을 만들고 그것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관람객과 세상이 만나는 추상적 작용에 관심을 가진 셈입니다.

같은 ‘움직임’이라 해도 계산되지 않은 어떤 것에 끌려온 거군요? 맞아요. 그런 움직임이 제가 표현하려는 바와도 가깝고,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도 했죠.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은 것이 슬쩍 움직이면 누구나 관심을 갖기 마련이니까요.

초기엔 영상 작업도 하셨습니다. 2005년 무렵이죠. 학부 때 만든 ‘Musical’이란 시리즈 작업이에요. 당시엔 영상 작업이 유행했거든요. 미디어아트 동아리에 들어가 프로그램을 배워 몇 년간 작품을 만들었죠. 운 좋게도 전시는 많이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성에 차지 않더라고요.








General Mobile-03, Acrylic, Motor, Magnet, Steel, 260×30×30cm, 2019, \1,000,000(왼쪽)
General Mobile-04, Acrylic, Motor, Magnet, 260×25×25cm, 2019, \1,000,000

왜요? 가짜잖아요. 아무리 사운드와 이미지로 대단한 걸 만들어도 그걸 꼭 화면 안에 넣어야 하니까. 그래서 실제로 움직이는 걸 만들기로 한 거죠.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운동이 뭘까 찾아보니 ‘회전’이더라고요. 그렇게 ‘Swing’ 시리즈가 나왔어요. 전동 모터를 축으로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원형과 사각형, 삼각형 등의 틀이 겹겹이 그 축을 따라 회전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력으로 각각의 틀이 서로의 자력에 의해 반응하고 움직이게 한 작업이죠. 이후 조금씩 진화해 ‘General Move’, ‘Movable’, ‘Balance’, ‘Self Action’, ‘One Stroke’, ‘Layered Stroke’ 그리고 최근의 ‘No Interaction’ 시리즈까지 이어졌어요.

설명하신 것처럼 여러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서두에 한 질문에서처럼 어떤 지점에 와선 그 움직임이 거의 ‘미동’ 수준인 것도 있었죠. 운동이란 것도 계속 작품에 대입하다 보면 일순간 정제되는 걸까요? 맞아요. 정제됩니다. 예전엔 크게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점점 생각이 바뀌었죠. 이렇게 이해하면 쉬워요. 저는 조각가예요. 기계를 만드는 공학자가 아니죠. 그러니 제게 운동은 ‘선택’인 거예요.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전시장에 어떤 작품을 설치했는데 누가 와서 “이거 시간이 지나면 움직이나요?”라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했죠. 이처럼 저는 관람객에게 움직임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운동성의 일환이라고 봐요.








Layered Stroke-10, Steel, Aluminum, 230×120×120cm, 2018, \5,000,000

하지만 흔히 키네틱아트라고 하면 작품에서 조금은 활발한 움직임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몇 년 키네틱아트라는 테두리 안에서 소개한 여러 작품이 그래왔으니까요. 물론 인간이나 동물에 가깝게 기계 조각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추구하는 작가도 있겠죠. 하지만 전 그들과는 노선이 달라요. 솔직히 그 분야엔 관심이 없어요. 사실 우리가 ‘역동적’이라고 하는 조각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요. 대부분 멈춰 있는 걸 두고 ‘저거 참 역동적이네’라고 하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움직이는 조각엔 보통 ‘빠르다’ 혹은 ‘느리다’라고 말하죠. 제 말은 움직임의 영역에도 무궁무진함이 있다는 거죠.

그럼 노해율 작가의 작품은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 건가요? 제 작품에서 움직임은 하나의 재료일 뿐이에요. 나무를 어떻게 가공할지, 철을 어떻게 깎을지 같은 개념이죠. 사실 ‘움직임’이란 게 이젠 신기한 것도 아니잖아요. 100년 전과는 얘기가 다르죠. 당시엔 기계적 움직임 그 자체가 신기했으니 그걸 작품화해 키네틱아트라 불렀어요. 제 작업과는 다르죠.








Layered Stroke-11(20EA), Steel, Motor, LED, Polycarbonate, 150×30×30cm, 2017, 각 \300,000

그럼 그간의 움직이는 작업을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나요? 제가 선호하는 표현은 우리말로 ‘운동을 재료로 한 조각’이에요. 그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General Mobile-01, Stainless Steel, Thread, 210×160×160cm, 2019, \1,500,000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아까 보니 공중에 매달아두는 모빌 작품이 좀 있던데요. 재작년 충북 진천에 자리한 진천종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연 뒤 모빌 작품을 몇 번 만들어봤어요. 그런데 만들다 보니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 천장에 매달았을 때 유영하는 듯한 운동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이번 전시에도 모빌 작품을 몇 점 소개할 거예요.








General Mobile-02, Polycarbonate, Acrylic, Thread, 110×110×110cm, 2019, \1,000,000

흔히 모빌 하면 기계적 장치가 아닌 공기나 바람의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으로 이해하는데, 이전 작업과는 어떻게 다른 지점에 있나요? 요즘 크든 작든 움직이지 않는 모빌이 너무 많잖아요. 미술가가 만든 것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저는 모빌(mobile)이라면 그 뜻 그대로 좀 움직여야 한다고 봐요. 기계적 장치든 아니든.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기계 장치 없이 좀 더 원론적으로 접근했어요. ‘모빌’이라는 이름 그대로 모빌 그 자체를 만들려는 것도 있지만, 전시명인 ‘General Mobile’과 같이 일반적 운동을 만들어 여러 가지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저 움직임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는 거죠.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진행 박소희, 임슬기, 명혜원, 채우리  사진 김잔듸(인물, 작품), 이준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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