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DECEMBER. 2018 SPECIAL

Special. 6 : Art÷☐ = ∞

  • 2018-12-07

예술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또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 하나 마나 한 이 이야기를 쓴 이유? 우리의 삶이 갈수록 ‘예술화(artistic)’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나우>는 올겨울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아트라이프 51가지를 소개한다. 카페에서, 거실에서, 전시장에서, 공원에서, 사무실에서, 화장실에서, 침대 위에서 무료한 삶을 아름답게 바꾸는 가구와 디자이너, 쇼윈도, 상점, 굿즈, 작품, 옥션, 도록, 조명, 여행, 심지어 당신의 삶을 지배하는 인스타그램까지 대거 끌어왔다. 이 특집을 준비하며 우리는 느꼈다. 예술은 작품의 재료나 창작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상 그것에 속한다고 알고 있는 어떤 ‘집합적 의미’에 의해 정의된다는 사실. 뭐든지 예술로 바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시작한 기획. 지금 시작한다.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디자이너
가구를 바꾸고, 공간을 바꾸고, 정원을 바꿔 서울을 바꿔버린 두 사람.





1 가구와 조명, 그것을 들이는 공간까지 예술로 탈바꿈시키는 디자이너 최중호.
2 메탈 프레임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최중호 디자이너의 코비 체어.

최중호 스튜디오의 최중호 대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최중호 스튜디오엔 직접 제작한 가구와 더불어 정돈된 기운이 따뜻하게 감돌았다.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독립 스튜디오로 이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은 없을 것이다. 힙한 공간으로 SNS에서 입소문을 탄 서울 명동 보버라운지의 공간 디렉터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최중호. 그는 공간 디렉팅은 물론 그 안의 가구와 조명 디자인, 그리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한 생활 가전 프로젝트까지 생활 영역 전반에 걸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활동의 중심엔 가구와 조명이 있다. “공간엔 필수적으로 가구와 조명이 필요해요. 처음엔 자신의 공간에 제 가구를 놓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러다 점차 공간 자체를 디자인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그가 디자인한 공간엔 컵부터 조명, 의자까지 모든 요소가 유니크하게 어우러져 있다. “직접 가구를 만들면 다양한 스타일링 변주가 가능해요. 패브릭을 통해 다채로운 색감을 시도할 수도 있죠.” 2014년 그는 실제로 보버라운지 프로젝트만을 위한 의자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대중이 간직한 미의 기준인 데자뷔를 계속 유지하는 편이에요. 데자뷔는 공간에 따라 클래식함이나 화이트 & 골드 등의 컬러로 표현하곤 해요. 그 위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지만 익숙한 모습은 유지하고요. 저는 각자의 일상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 사이에 살아 있는 에지, 그것이 그가 그간 선보인 공간의 공통점이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최중호는 학부 때부터 유독 가구와 조명에 관심이 많았다. 3학년 땐 자신의 디자인으로 여러 공장을 돌며 힘들게 완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어렵사리 완성한 의자와 조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 외국의 디자인 잡지와 웹 매거진 에디터에게 손수 메일을 보내 홍보도 했다. 이런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의 작품은 해외 웹 매거진에 두루 실렸다. 그렇게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알리기 위해 벌인 능동적 움직임이 지금의 최중호 스튜디오를 있게 했다.




3 최중호 디자이너의 역작 중 하나인 프렌치 레스토랑 샤누.

산업디자이너로서 체득한 합리성과 협업 정신은 그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제품과 공간이란 틈새에 생활 가전과 가구가 파고들며 그 자신의 영역도 넓어졌다. 이를테면 그가 가전 브랜드 유닉스와 협업한 드라이어에서도 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드라이어와 선의 둔탁한 마감을 가리는 레이어를 입히고, 드라이어 특유의 ㄱ자 형태에 회전축을 달아 접어서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제품을 사용할 때뿐 아니라 사용 전과 후 공간에 놓이는 순간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다. 그 제품은 특히 한국 디자이너의 이름을 새겨 출시한 몇 안 되는 것이기에 그에겐 의미가 각별하다. 그런가 하면 그는 최근 클라이언트와 즐겁고 친밀하게 작업하던 방식을 좀 더 확장하기 위해 자신의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딴 새 브랜드 ‘JC’를 준비 중이다. 평소 선보인 클래식하고 페미닌한 감성에서 벗어나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을 접목한 조명과 가구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일상에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고수하는 최중호의 스트리트 오브제는 과연 어떤 영감을 전달할까?








4 자연 요소를 이용해 일상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는 김상윤 조경사.
5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정원 부문 금상을 수상한 김상윤 조경사의 ‘한국식 정원’.

에이트리의 김상윤 대표
“세상에 똑같은 식물은 없어요.” 조경의 즐거움에 관해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말은 이랬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자라요. 시들어 죽기도 하지만, 죽을 것 같다가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기도 하죠. 저는 그 생명력에 자극을 받아요.” 요즘은 많은 단어 뒤에 ‘디자인’이라는 말을 붙인다. 그래픽 디자인은 물론 전시 디자인, 공간 디자인, 아이덴티티 디자인, 소셜 디자인이라는 말도 쓰인다. 김상윤은 식물을 디자인한다. 자연 요소를 이용해 세상을 바꾼다. 그는 2011년 조경 디자인·시공 스튜디오 에이트리를 공동 설립한 이래 개인 주택의 정원부터 멋진 카페와 넓은 광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일상의 공간에 자연을 끌어들인 퀸마마마켓, 위커파크, 망원도,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 더북컴퍼니 사옥 등이 그의 작품. 그는 주어진 공간에 식물을 동원하기보다 건축가와 설계 단계부터 협업해 식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조경은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식물을 위한 최고의 환경은 땅이에요. 두 번째는 인공 지반, 세 번째가 플랜터(이동이 어려운 대형 화분)라면 마지막 선택은 화분이죠.” 식물(플랜트)과 인테리어를 결합한 플랜테리어가 주목받는 요즘, 그는 이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할까? “실내 식물과 실외 식물의 구분은 사람이 만들었어요. 식물은 원래 땅에서 자라야 하고 실내로 들어오면 아파요. 식물의 형태만 취하는 실내 디자인에 누군가는 벌써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을지도 모르죠. 플랜테리어의 역효과로도 볼 수 있지만, 앞으로 인식이 달라질 기회가 생겼으면 해요.” 식물을 향한 그의 애정은 재채기만큼이나 숨기기 어려운 듯했다. 글 윤하나(프리랜서)








6 영화 <변방의 시인> 스틸 컷.
7 크리스티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세상을 놀라게 한 경매 작품 250>.

아티스트가 만든 필름
여기 예술에 목마른 한 남자가 있다. 베이징에서 무려 4000km나 떨어진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떠난 슈는 고산지대, 숲, 호수, 사막 같은 광활한 풍경 속에서 적나라한 현실을 경험하며 시 16편을 완성한다. 중국의 예술가이자 영화감독 쥐안치가 최소한의 스태프와 예산으로 찍은 이 흑백영화는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 대상을 받은 <변방의 시인(Poet on a Business Trip)>이다. 잠시 상업 영화에서 눈을 돌려 예술가의 필름을 감상해보자.

오프더레코드가 제일
에디터는 종종 “현대미술을 공부해보려는데 책 추천 부탁해”라는 요청을 받는다. 우선 미술사 바이블로 꼽히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있다. 한데 솔직히 쉽지 않다. 어려운 현대미술을 쉽게 배워보겠다는 사람에게 <서양미술사>를 추천하는 건 불난 데 기름 붓는 격.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재미’를 붙이는 게 중요한데 역시 특효약은 자극적인(?) 오프더레코드가 아닐까? 영국의 저명한 경매 회사 크리스티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주인, 베일에 싸인 경매 과정, 여러 해프닝 등 경매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어 <세상을 놀라게 한 경매 작품 250>을 펴냈다. 경매 이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미술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 여기에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건 덤이다. 구미가 당기는 이 책. 에디터도 한 권 샀다.








8 가나자와 현 21세기 미술관에 설치한 ‘수영장’을 체험하는 관람객들.

오직 예술에 집중한 아트 투어
이안아트컨설팅(www.ianart.co.kr)은 큐레이터 출신 김영애 대표가 직접 아트 투어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매월 미술사와 사진, 아트 클래스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년간 많은 미술 애호가와 함께 유럽 아트 투어를 떠났다. 여기에 소개하고 싶은 건 바로 올해 남은 기간 즐길 수 있는 이들의 프로그램. 우선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일본 가나자와로 떠나는 아트 투어를 진행한다. 많은 일본 지역 아트 투어로 수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2의 교토 가나자와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장인정신과 그곳의 역사, 문화 예술을 체험하는 것이 투어 목표다. 프리츠커상 수상에 빛나는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의 21세기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스즈키 박사의 박물관 등을 살펴본다. 또 12월 27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표적 예술 성지를 좇는다. 올겨울, 세계 예술 명소를 찾아 떠나는 아트 투어에 몸을 맡기는 건 어떨까?








인스타학개론
우리는 어떻게 인스타그램의 예술적 행위에 매료된 걸까?





인스타그램은 사진의 역사에서 획기적 전환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서 ‘가족’과 ‘소유’, ‘일’, ‘자신’, ‘사랑’의 개념을 빼앗는 외계인 이야기를 다룬 일본 영화 <산책하는 침략자>엔 ‘이미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행방불명되었다 돌아온 남편 신지는 아내에게 자신은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이라고 고백한다. 영화에서 그는 지구인과 대화를 나누며 ‘개념’을 수집한다. 외계인과는 다른 인간만의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빼앗느냐고? 인간이 가족이나 집에 대한 개념, 가치, 생각을 이미지로 떠올리면 그 ‘이미지화된 개념’을 빼앗는 것이다. 만약 주인공 신지가 사진과 동영상 기반의 ‘인스타그램’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업로드해야 포스팅되는 구조다. 이런 사진에 대한 ‘집중’을 인스타그램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 이도 많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010년 인스턴트(instant)와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세상의 순간순간을 포착하고 공유한다(Capturing and sharing the world’s moments)’는 슬로건을 내걸고 탄생했다. 텍스트보다 사진 특유의 이미지 언어에 매혹된 젊은 이용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렬히 사진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1830년대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사진 스튜디오가 생겨났다. 과거 황실이나 귀족이 자신의 초상화를 남긴 것처럼 대중도 사진을 이용해 자신의 초상을 남기려 했다. 사진은 특권층만 누리던 ‘이미지의 독점’을 분산해 점점 상류층에서 일반인으로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용 사진기가 드문 시절엔 가족이나 친구와의 사진을 남기려는 욕구가 더 컸다. 19세기 초, 당시 스튜디오의 성업은 현재 인스타그램의 호감도만큼이나 두드러졌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가족사진은 대대로 전해야 할 가보처럼 여겼고, 전적으로 사적인 영역에 속했다. 그런가 하면 인스타그램이 주창한 ‘공유’ 개념은 사진의 역사에서 획기적 전환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넘나드는 인스타그램의 시스템은 그간 우리가 생각하던 사진과 예술의 고유 개념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자신이 올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적 행위’를 체험한다. 또 ‘예술가처럼’ 사고하고 그 사고를 확장하도록 독려당하기도 한다. 물론 미술 시장에서 사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에디션’ 개념과는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공유를 선택해 ‘사진 이미지’를 일상화한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의 파비카 셀던 교수는 학생 2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발표 자료를 토대로 인스타그램의 사용 요인 중 하나를 ‘다른 이의 부러움을 사고자 하는 심리’로 분석했다. 덧붙여 2013년 옥스퍼드 사전 출판사에선 그해의 단어로 ‘셀피’를 선정하기도 했다. 초상화를 남기고 싶어 한 귀족과 초상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한 상류층 그리고 오늘날 나 자신을 찍는 ‘셀피’라는 개념은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과시하려는 욕망’의 본질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우피치 미술관이 애초에 메디치가의 아트 컬렉션이었던 것처럼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일상에서 포착한 자신만의 이미지가 창고처럼 쌓인다. 전자와 다른 건 타인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점일 거다. 오래전 귀족이나 예술가가 독점한 이미지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사진을 통해 일상의 예술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글 천수림(2018서울사진축제 프로그램 디렉터)

 

에디터 김이신, 이영균, 이효정, 백아영, 최별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